▲은둔형 외톨이에겐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위의 격려와 믿음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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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에서도 앨리스가 무너진 일상을 추스를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가 등장한다. 대표적으로 꿈에서 만나는 죽은 연인 이든이 그렇다.
자신의 죽음과 함께 예정된 이별을 바꿀 수 없을지라도, 이든은 꿈속에서 자신과의 추억만 곱씹는 앨리스에게 "좋은 일만 가득하진 않겠지만, 여기 있어요. 나는!"이라는 외침을 시작으로 "그렇게 될 일은 그렇게 되는 거니까"라는 메시지를 반복해서 남긴다. 그러면서 앨리스가 자책을 멈추고 자신의 삶을 다시 가꿔가도록 격려한다.
이런 이든의 개입은 전체 줄거리가 단순히 상실의 경험을 반추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이후에도 계속되는 삶을 살아가도록 응원하는 희망의 메시지로 변하도록 돕는다. 그렇게 관객들에게 무너진 일상을 내버려 두지 말고 위생에 신경 쓰며, 끼니를 제대로 챙길 것을 권한다.
이든의 격려는 앨리스의 고립에 틈을 만든다. 이후 그 틈을 열고 들어온 친구들이 앨리스를 이해해 주고 안아주며 슬픔을 딛고 일어설 용기를 불어넣어 준다. 주변의 지지에 힘입어 마침내 앨리스는 무너진 일상을 바로잡고 다시 한번 촉망받던 도슨트의 삶으로 복귀한다.
이 역시 현실의 은둔형 외톨이들이 다시 사회로 나서기 위해 필요한 지지의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실제로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8/31)에 출연한 김재열 한국은둔형외톨이지원연대 대표에 따르면 경기도에서 진행한 청년 은둔형 외톨이 지원 사업 중 그들에게 가장 필요했던 항목이 '사회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해 주는 일이었다고 한다. 나의 고통을 공감하고 이해하며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존재를 얻는 것만으로도, 이들의 삶은 조금씩 변화를 보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결국 일상을 영위할 힘이 없어 무너진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이해와 공감, 지지의 언어다. 잠재적 범죄자로 바라보며 기피하거나, 나약함을 탓하기 보단 앞으로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격려와 믿음이 더 중요하다.
일상이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안전한 곳을 찾아 방으로 숨어드는 경험도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나는 전문가가 아니므로 단언할 수 없으나, 일상을 지탱할 수 없을 만큼 에너지를 빼앗는 자책과 분노의 대부분은 상실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평생 수많은 상실을 경험한다. 소소하게는 지우개, 머리끈처럼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부터 삶의 방향성이나 목표 같은 거창한 언어로 표현되는 것들, 그리고 가족, 친구, 지인 등 나와 일상을 나누던 사람들까지. 삶의 끝이 죽음으로 귀결되는 이상 결국 모든 건 상실로 이어진다. 이중 수용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난 상실을 경험하면 일상을 무너뜨릴 정도의 큰 슬픔과 무기력으로 이어지는 것뿐이다.
만약 원치 않던 상실과 그로 인해 일상이 무너져본 사람이라면, 사라진 시간 감각 속에서 무기력하게 반복되는 매일을 지겹게 여겨본 사람이라면, 비단 연인과의 이별뿐 아니라 삶의 중요한 어떤 것을 상실하여 아무 의미도 찾을 수 없는 하루가 버겁게 느껴진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 공연을 관람하길 권하고 싶다.
참고로 이야기의 흐름에 큰 반전이 없고, 전체 대사가 밀도 높은 일상의 언어로 적혀 있다. 게다가 극에서 건네는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에는 지나간 일을 바꿀 수 없다는 사실까지 냉정하게 담겨 있다. 때문에 극을 처음 본 사람은 언뜻 지루하거나, 피곤하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고, 위안과 냉정함 사이에서 혼란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연인으로 표현된 앨리스와 이든의 관계를 자신과 본인이 상실한 관계와 대입하여 관람한다면, 분명 무너진 일상에도 다시 볕 들 날이 있을 것이라는 위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뉴욕을 배경으로 했던 '메모리 인 드림'은 현재 서울을 배경으로 하는 '행복을 찾아서'로 각색하여 새롭게 막을 올린 상태다.
▲연극 <행복을 찾아서>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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