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홈페이지에 기재돼있는 PBS에 대한 설명
서울시교육청 홈페이지 캡처
위 사례는 올해 서울시교육청 '학교 차원의 긍정적 행동지원(School Wide Positive Behavior Support)' 행동중재지원팀에서 컨설팅한 사례입니다.
각 시도교육청은 특수교육대상자의 문제행동을 돕기 위해 긍정적 행동지원(PBS) 사업을 운영 지원합니다. 하지만 모든 학교에 지원을 하는 게 아닙니다. 신청한 학교에 한해서 교육청이 지원합니다.
각 학교의 신청을 받은 교육청은 예산 등 학교 전체의 긍정적 행동지원 시스템에 대한 지원을 하기도 하고, 각 교육청과 연계된 행동중재지원팀이 (학교를 통해 신청한 사례에 대해) 직접 개별 학생 지원에 나서기도 합니다.
주목할 것은 몇 년 전부터 긍정적 행동지원 안에 작업치료사가 투입됐다는 겁니다.
기존에 긍정적 행동지원은 행동수정, 즉 ABA(응용행동분석, Applied Behavior Analysis)처럼 여겨지기도 했어요. PBS의 근간이 ABA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사례가 있더란 말입니다. 그래서 학생의 참여 활동에 초점을 맞춰보자는 관점의 변화가 시작된 겁니다. 일상 활동의 참여를 지원하는 작업치료가 긍정적 행동지원 영역 안에 들어왔습니다.
현재 서울시교육청 경우 행동중재지원팀이 전문가 40여 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ABA전문가와 작업치료사가 반반의 비율로 구성돼 있으며 사례 컨설팅에 나설 때면 ABA전문가와 작업치료사가 짝을 이뤄 나간다고 합니다.
A군 사례는 작업치료적 관점에서 A군의 학교생활 참여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사례입니다. 물건을 던지고 친구를 때리고 수업 시간에 방해하는 문제행동을 어떻게 고칠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A군이 학교생활에 더 많은 참여를 할 수 있을까부터 먼저 고민했던 사례인 것이죠.
A군 사례를 직접 컨설팅한 작업치료사는 말합니다. 무엇이든 잘 참여하고 있는 동안에는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당사자가 할 수 있는 기능 안에서 어떻게 참여적 활동을 높일 수 있을지 구체적으로 작업 활동을 찾아나가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이러한 관점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문제행동의 끝판왕이었던 아들
자폐성 장애가 있는 제 아들은 초등 저학년일 때 '문제행동의 끝판왕'이라 불러도 무리 없을 정도로 심각한 행동의 문제가 있었어요. 반 친구들과 교사들, 심지어 아이를 데리러 온 학부모까지 제 아들한테 맞아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였죠. '아들 데리고 세상을 하직해야 하나~'하는 생각을 자주 할 정도였어요.
특수학교에 다니고 있었기에 학교 차원의 긍정적 행동지원도 여러 해 신청했고 그때마다 전문가 컨설팅도 받았어요. 그런데 학교와 가정의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들의 문제행동은 소거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강화되는 양상을 보이더라고요.
아들의 문제행동이 극에 달했던 2019년, 신기하게도 이때가 아들 인생의 가장 큰 전환점이었어요. 처음으로 아들의 '마음'에 관심을 기울인 교사를 만났거든요.
엄마인 나도 그동안 아들을 '문제행동 있는 발달장애인'으로 바라보고 있었는데 담임 선생님은 아들의 행동을 '문제'가 아닌 '언어'로 바라보고 귀를 기울이더라고요. 말을 못 하는 아이가 몸으로 하는 말을 알아듣는 사람이 드디어 나타난 것이죠.
이때 담임 선생님에게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아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태도'에 대해서요. 반성도 많이 했고요. 그렇게 아들의 행동이 '문제'가 아닌 '언어'가 되고 나자 아들이 어떤 어려움을 호소하는지 비로소 이해하게 되더라고요. 그에 맞춰 학교생활과 가정에서 아들의 참여를 높일 수 있는 방법도 자연스럽게 찾게 되고요.
신기한 건 말입니다. 아들의 참여 활동이 많아졌을 뿐인데 아들의 행동이 바뀌었다는 점입니다. 학교생활에서 참여 활동이 많아지자 아들은 더 이상 친구들을 때리지도 않았을뿐더러 오히려 학교 구성원과 함께하는 일상이 너무 즐거워 매일의 학교 가는 발걸음이 그렇게 신날 수가 없었습니다. 학교 구성원들에게 소속감과 친밀감이 형성된 것이죠.
그렇게 '관계'가 달라지자 심지어 의욕(내적 동기)까지 솟아나 스스로 학습까지 하는 단계에 이르게 됐답니다. 다음 해 코로나가 터지고 한동안 학교가 문을 닫으며 아들은 다시 퇴행했지만요. 발달장애인에겐 '퇴행'도 큰 과제입니다.
지금 와 돌이켜보니 이때 담임 선생님의 접근방식이 작업치료적 관점이었던 것 같아요. 아들의 행동을 문제행동으로 보고 고쳐야 할 목표를 먼저 제시한 게 아니라 현 상태의 아들을 이해하는 데서부터 출발해 참여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을 하나씩 찾아나갔거든요. 그러자 결과적으로 행동이 달라졌고요.
작업치료가 학교 안으로 들어오려면
이런 경험이 있는 전 긍정적 행동지원 영역에 작업치료가 들어온 게 참으로 반갑습니다. 하지만 작업치료적 접근이 학교 안에 당연한 문화로 정착되기 위해선 가야 할 길이 멉니다.
작업치료를 단순히 치료실 안에서 미세근육 발달을 위한 치료 정도로 알고 있는 대다수의 인식이 먼저 바뀌어야 합니다.
또 실제로 작업치료가 리본 묶는 법을 가르치는 손가락 운동이 되지 않기 위해선 작업치료사가 좁은 치료실이 아닌 학교 현장, 가정 현장, 마을 곳곳의 현장에서 활동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도 마련돼야 합니다.
모든 인간은 공동체 안에서 활동하고 참여할 때 자신의 가치를 느끼고 구성원에 대한 책임감도 생깁니다. 활동과 참여가 전무한 상태에서 "얌전히 있을 것"만 강요당하는 개인은 오히려 공동체를 파괴하고 삐뚤어지고 싶은 마음이 생길 것도 같아요.
교실에 문제행동 있는 학생이 있어서 힘든가요? 그렇다면 그 학생의 행동을 고치기 위해 애쓰는 에너지를 그 학생의 참여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으로 살짝 방향을 틀어보면 어떨까요. 어차피 같은 에너지를 쓰는 거라면 시도해 볼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해 봅니다.
서울시교육청 소속 작업치료사가 한 말처럼, 무엇이든 잘 참여하고 있는 동안에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니까 말입니다.
류승연 작가 (scaletqueen@hanmail.net)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