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의 부조리함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 의식을 담은 영화와 드라마들이 국경을 넘어 전세계에서 보편적 호응을 얻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스틸컷.
넷플릭스
민주화 실천의 주도 세력인 586세대가 급격히 정치적 영향력을 잃게 된 건 역설적으로 이들이 '권력'과 '도덕성 혹은 명분'을 모두 쥐었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가능하다. 권력과 명분을 장악했던 586세대에게서 그간 우리는 공허한 이념과 '내로남불'의 이중성을 보았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권위의 붕괴와 함께 찾아온 급격한 진공 상태는 혼돈과 반작용을 수반한다. 지금 우리가 목도하는 현실이다.
그럼에도 희망의 징후들 또한 사회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학계와 언론, 시민사회는 물론 문화예술계를 포괄하여 다양한 실천의 모색은 계속되고 있다. 그러한 실천은 기성 구조에 갇히지 않는 저항성과 자율성을 토대로 한다.
한국 사회의 부조리함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 의식을 담은 영화와 드라마들이 국경을 넘어 전세계에서 보편적 호응을 얻고 있다. <기생충>(2019)에서 빈부의 고착화와 구별짓기를, <오징어게임>(2021)에서 승자독식의 경쟁을 목도한다. 대항 공론장은 어쩌면 이미 대중문화 영역으로 중심 이동을 했을지 모른다.
대학과 연구자는 지식인 사회의 오랜 중심이었다. 반지성주의와 이념 대결이 횡행하는 사회적 분위기, 많은 대학이 존폐의 기로에 놓인 지금 역설적으로 지식인 사회의 새로운 자각과 역할 전환이 다가오고 있음을 예감한다.
얼마 전 국내 연구자들이 모여 발행한 소책자 <한국에서 박사하기>가 학계와 시민사회 내에서 상당한 파장을 불러 일으키며, <서울리뷰오브북스>에 서평이 소개되는 등 공론화의 과정을 밟았다. 해외 유학파와 주요 명문대 졸업생을 뜻하는 SKY학파, 지잡대(그외 대학과 지방대 등을 통칭)로 계급화하는 학계 현실, '학문'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한국 대학원 사회의 현실을 날카롭게 진단하여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낡은 지식인 개념을 넘어 새로운 실천을 모색하는 움직임도 있다. 민간연구소 랩2050, 사단법인 시민, 사단법인 지식공유연구자의집 등은 '연구+활동 네트워크'를 구성하여 연구와 활동가의 역할을 병행하는 '연구활동가' 촉진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아울러 많은 활동가들이 연구를 통한 전문성 축적, 시민과의 공감대 확산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다. 노동과 시민사회가 새롭게 연대하자는 취지로 지난 9월 21~23일 진행된 '2023 솔라시' 본 포럼의 세부 행사 다수가 '공론장'을 표방하고 나선 것을 봐도 많은 이들의 고민, 모색의 지점이 중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디지털 전환(DX)의 시대를 맞아 미디어는 급격한 전환의 소용돌이 속에 있으며 대항 공론장의 관점에서도 이를 어떻게 접목하느냐가 중요한 과제로 대두한다. 디지털 시민 광장을 표방하는 사회적협동조합 빠띠는 최근 시민의 공론장 참여 편의성을 개선한
캠페인즈 플랫폼을 선보였다. '소셜 코리아'가 참여한 공론장 포럼도 이 캠페인즈를 활용했다.
성공의 관건은 시민의 참여를 얼마나 지속적으로 끌어내 확산하느냐에 모아진다. 사양산업으로 치부되던 만화산업이 웹툰 플랫폼 생태계 조성을 통해 새로운 날개를 단 것처럼 공공영역의 플랫폼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자 기회다.
민주주의가 보장하는 언론 자유의 이상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정보, 의견이 제공된다면 우리가 최선의 결정을 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에 기초한다. 공공지식인의 자발적 참여는 그러한 정상화의 단초다. 극단적 주장의 대립과 포퓰리즘의 득세는 일시적일 뿐 우리 공론장의 영속적 모습이 될 수 없다.
▲김중배 / <소셜 코리아> 책임편집위원
김중배
필자 소개 : 이 글을 쓴 김중배는 <연합뉴스>와 <연합뉴스TV> 기자를 거쳐 <소셜 코리아> 책임편집위원으로 활동중인 독립 언론인입니다. 미래 지향적인 정책·지식 생태계를 고민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집 <성남 사람들 이야기> 등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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