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오전, 공주보 수문이 닫히기 전인데도, 백제문화제가 열릴 예정인 공산성 앞 금강에는 황포돛배 120여척이 띄워져 있었다.
김병기
올해는 9월 23일부터 10월 9일까지 부여와 공주 일원에서 대백제전이 열리고 있다. 올해는 일회용 컵 없는 친환경축제를 지향하며 탄소제로 정책에 부응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습지의 탄소 저장고를 파괴하고 백제인의 자연숭시사상에 반해 뭍 생명을 하찮이 여긴 축제 본연의 내용에는 변화가 없다.
2012년 4대강 사업의 결과물인 세종보·공주보·백제보는 흐르던 금강을 막아 호수로 전락시켰다. 그럼에도 금강을 사랑하는 주민과 시민단체들의 투쟁으로 세종보와 공주보 개방이 이루어졌고 세종보부터 공주 곰나루까지는 회복 기미를 보이며 금모래 밭이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러나 공주시의 백제문화제 기간은 금강에 찬물을 부었다. 금강이 온전한 회복을 하는데 있어 문화제 전후 한달여의 담수는 강에 치명적이었다. 문화제가 끝나고 수문을 열어도 살아난 금모래를 두터운 진흙 갑옷이 눌렀고, 진흙 속 풍부한 유기물 덕에 모래밭은 수풀 밭이 되었다. 9월 말은 이미 태풍기를 지나 뻘흙이 벗겨지지 못하고 봄까지 이어졌다.
그나마 2019년부터 공주시는 공주보를 개방한 상태에서 백제문화제를 개최한다고 민관협의체와 약속했다. 그러나 매년 그 약속은 파기되었다. 수문을 닫아 백제문화제를 하느라 담수될 때마다 금강은 생채기가 났다. 살고자 몸부림치는 강을 돕고자 사람들은 뻘흙을 걷어내고, 풀을 뽑는 노력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듬해 댕기물떼새가 풀밭이 아닌 모래밭에 알은 낳고, 얕은 물가에 발을 담구고 먹이활동을 하는 어머니 금강이 되길 기대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