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발달장애인인 아들이 운동 영역의 발달이 느리고, 손가락 사용을 능숙하게 못하는 건지 처음에는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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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영역에서의 발달 지연도 발달장애 특징 중 하나입니다만 비장애인 중에서도 신체상의 '어떤 특징'으로 인해 유독 운동 영역의 발달이 느린 경우가 있어서 이 부분은 조금 더 세심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저는 참 궁금했던 게 있어요. "아니 느린 건 인지일 텐데 아들은 대체 왜 손가락 사용까지 능숙하게 못 하는 거야?"라는 게 늘 궁금했습니다. 무지했던 거죠. 뇌 발달과 운동 발달이 밀접히 연관돼 있다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머리 영역인 뇌 따로, 몸 영역인 근육 따로라고 생각했던 거죠.
아들은 생후 13개월부터 대학병원에서 재활치료와 작업치료를 받기 시작했는데 언어발달이나 사회심리 발달이 지연된 것 때문이 아니라 대근육과 소근육 발달이 더뎠기 때문에 치료를 시작했어요.
아들은 뒤집고, 기고, 앉고, 걷는 모든 대운동 발달이 제 나이에 맞게 발달하지 않았어요. 돌까지도 한 번 옆으로 눕혀 놓으면 어른이 와서 자세를 바꿔주지 않는 한 그대로 가만히 있기만 했답니다. 꾸준한 재활치료를 통해 어느 정도 대근육이 발달했지만 이번엔 순서가 뒤집힌 채 발달과정이 이뤄졌답니다. 제일 먼저 서고, 그다음에 걷고, 그다음에 앉은 뒤 제일 마지막에 기었어요.
미세운동 발달은 더더욱 더딥니다. 중학교 2학년인 지금까지도 선을 일자로 긋지 못하고 포크 질도 힘 있게 잘하지 못합니다. 주먹을 꼭 쥘 수 있게 된 게 1~2년쯤 됐을 거예요.
모든 발달장애인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많은 발달장애인이 '눈과 손의 협응력'이 약합니다. 혹시 이게 무슨 뜻인 줄 아세요? 알고 보니 우리는 숟가락을 사용할 때면 눈이 숟가락을 보고 있고, 운동화를 신을 때면 눈이 운동화를 보고 있더라고요.
비장애인인 저에겐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서 누군가에겐 이것이 당연하지 않다는 사실을 생각조차 해 본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아들은 그렇지 않더라고요. 바지를 입으면서도 눈은 허공을 보고 있고, 그림 그리기를 할 때면 손만 도화지 위에서 움직이고 눈은 다른 곳을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발달장애인의 부모들은 자녀가 눈과 손의 협응력을 기를 수 있도록 손으로 풍선 치기, 쌀 중에서 콩 골라내기 등 부지런히 작업 활동 과제를 함께 하곤 합니다.
오늘 <특수교육 A to Z>의 첫 시작으로 내 아이의 발달장애 여부를 알 수 있을 만한 어떤 특징들을 모아봤습니다. 읽어보니 어떤가요? 내 아이도 발달장애일 가능성이 있을까 봐 걱정이 되나요? 혹 그런 분이 있다면 저는 이 말을 꼭 하고 싶습니다.
발달장애인의 부모로 사는 삶도 괜찮습니다. 물론 별꼴도 다 겪고 힘든 일도 수시로 찾아오지만, (남들은 모르는) 내 자녀가 발달장애인이기에 주는 기쁨이 있거든요. 이 기쁨은 이전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새로운 성질의 것이랍니다.
우리(발달장애인의 가족)만 아는 '어떤 기쁨'이 있어요. 난데없이 웃음이 터지며 "그래, 너 아니면 웃을 일이 뭐 있겠노"라고 읊조리는 그런 순간들이 삶을 가득 채우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말합니다. 자녀가 발달장애인이어도 괜찮다고, 발달장애인의 부모로 살아도 괜찮다고, 우리는 얼마든지 괜찮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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