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격 상승 요인 4가지 : 서울 중심으로출처 : 진희선, 2021, 대한민국 부동산 트랜드, 도서출판 행복에너지, 재구성 인용
진희선
언론과 일부 정치인들이 내린 오진을 피하고, 수도권만 성장시키는 주거정책을 극복하려면 중앙정부 주도의 정책이 아닌 '주거정책의 분권화'가 필요하다. 수요자에 따른 맞춤형 주택공급, 지불가능한 수준의 임대주택 공급, 일자리·교육·교통 등 생활 SOC와 연계한 계획, 지역과의 상생 등을 고려한 주거정책은 지방정부 중심으로 풀어가야 한다.
중앙집권이 수도권 집중을 초래
중앙정부 주도의 주거정책은 ①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에 따른 새로운 수요에 대한 기민한 대응에 둔감하다. ② 수도권과 대도시는 물론 지방의 중소도시마저 아파트 위주의 개발을 초래하여 주거의 획일화가 발생한다. ③ LH공사의 '순살아파트' 사건에서 보듯이 중앙정부의 정책 독점은 부정과 부패로 이어진다. ④ 특히, 정책의 디테일한 악마는 중앙정부의 의지와 상관없이 수도권 중심의 주택공급이라는 주거정책으로 몰아간다.
수도권 중심 주택정책의 부작용은, 대규모 택지개발에 따른 수도권이 비대화하고 상대적으로 비수도권 쇠퇴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 수도권에 주택공급을 확대하면 비수도권 인구와 청년 유출은 더욱 급속히 진행된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순이동 인구는 1기 신도시 입주가 시작된 1990년~1995년 기간 동안 110만 명, IMF 이후인 1997년~2006년 기간 동안 118만 명이 이동하였다.
이는 지방정부의 도시재생에 저해 요인으로 작용하여 지방의 위기는 가속화되고 균형발전은 무위로 돌아가게 된다. 이러한 부작용은 중앙정부 중심의 획일적인 공급정책으로 수요자 중심 주거정책의 부재에서 발생한 것이다.
분권론의 대가인 헨더슨(Gregory Henderson)도 "중앙집권이 수도권 집중을 초래한다"며 '중앙권한의 분산' 없이 외치는 지역균형개발은 공염불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은 수도권 주택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주거정책의 분권화'보다는 중앙정부 주도의 대규모 신도시 개발(택지개발)로 문제를 풀어왔다.
분권화된 미분형 주거정책
주택이라는 상품의 수요자들은 이미 세분되어 있다. 일괄적인 평형대 공급정책과 금융정책, 주거복지정책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결혼 전 20~30대 주택수요자들의 욕구와 결혼 후 20~30대 주택수요자들의 욕구가 다르며, 40~50대, 60대 이상의 욕구도 다르다. 또한 주택수요자들의 소득수준에 따라 공급해야 할 주택의 유형과 가격대, 평형대 등이 다르며, 가구원 수에 따라 그 수요의 욕구가 다르다.
지역별로 수요가 다르고 공급 조건도 다르다. 서울과 광주가 다르며, 부산과 의정부가 다를 것이다. 즉, 주거정책은 수요자들의 욕구를 쪼개고 쪼개서 맞춤형으로 펼쳐야 하는 '미분형 주거정책'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더 이상 중앙정부 주도의 주거정책으로는 수요자들의 욕구에 부합하기 어렵다. 이런 현실을 도외시하고 수도권 중심의 신도시 개발은 지방 도시의 쇠퇴와 소멸을 가속한다.
중앙정부 주도의 균형발전은 환상이다. 중앙정부 중심 균형발전은 이론적으로는 그럴싸할지 몰라도, 대부분 국가에서 실패했다. 미국의 도시학자 제인 제이콥스는 중앙정부 중심의 균형발전정책은 도시 간 '쇠퇴의 거래'로 규정한다. 국가가, 즉 중앙정부에 의해 통제되는 도시들은 쇠퇴의 거래를 주도하면서 특정 도시에 부를 몰아준다. 부를 빼앗긴 지방 도시들은 도시 기능이 축소되고 쇠퇴한다.
중앙정부 주도가 아닌 지방분권에 의한 균형발전을 추진해야 한다. 그 중심에 주거정책의 권한이양이 있다. 중앙정부는 주거정책의 가이드라인 제시와 재정, 기금지원을 중심으로 하며, 지방정부가 권한을 이양받아 '미분형 주거정책'을 수행해야 한다. 주택은 지역적인 입지가 존재하며, 지역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공급되는 고부가 상품이다. 그럼 당연히 지방정부가 권한을 가지고 주택정책을 실행하는 것이 맞지 않는가.
미국도 중앙정부는 주택정책의 가이드라인 제시, 지방정부는 주택정책의 계획수립 및 추진한다. 프랑스는 1983년 지방분권법 개정을 통해 지방정부가 주거안정을 위해 계획수립, 추진할 수 있도록 했으며, 2000년 '도시의 연대 및 재생에 관한 법률' 이후 공공주택 공급 시 중앙정부가 토지취득 지원 및 재정지원을 강화했다.
영국도 2012년 지방정부 중심의 분권화된 상향식 정책 기조로 전환하여, 지방정부는 지역의 주택수요를 평가하고 개발에 적절한 지역을 설정하여 주택을 공급하는 책임을 지고 있다. 일본도 2005년 지역주택특별법 제정을 통해 지방정부 중심의 주택계획, 공급을 시행하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도 중앙정부는 주거정책에 대한 과감한 권한이양을 통해, 주택가격 폭등과 폭락의 변동성, 전세사기의 반복 등 '악마의 사이클'에 걸린 이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마리를 마련해야 한다.
* <주거기본법>에 근거하여 부동산정책 또는 주택정책이 아닌 주거정책이라고 사용
필자소개 : 이주원은 세종대학교 대학원에서 도시학 박사과정 수료를 하고 도시와 주택문제를 화두로 살아온 도시재생과 주택정책 전문가입니다. 국토교통부 장관정책보좌관을 역임했으며, 현 사)사회주택협회 정책위원과 탄탄주택협동조합 이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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