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교사 사망 사건과 관련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인근에서 열린 추모식에서 한 참가자가 전국 초등교사 성명서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다시 지금 이 시대의 우울함을 생각한다. 교사가 되려는 수많은 젊은 남녀들에게 교사라는 직은 사명감 가득한 길이거나 낭만 가득한 길에서 멀어진 지 오래다. 사회가 시민의 최소한의 삶을 보장해 주지 않는 위기의 시대에 선택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안정된 직업, 금수저가 아닌 평범한 청년들이 선호하는 직업의 하나일 뿐이다.
그래서 교육대학이나 사범대학을 입학하고, 졸업 후 몇 년의 실패 위험을 견디며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것이다. 성실하게 공교육을 받고 대학을 졸업하면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이 많고 직업 간의 위계가 지나치게 크지 않은 세상이라면 굳이 선택하지 않을 길일지도 모른다. 교권을 침해하는 학부모와 학생으로 넘치는 곳인 줄 알지만 갈 수밖에 없는 비참한 곳이 교직이다.
대다수 학생들은 친구와 경쟁하지 않고, 다양한 체험학습을 하며, 자신의 적성이나 취향에 맞는 일을 준비할 수 있는 정상적인 교육 기관에서 청소년 시절을 보내고 싶어 한다. 누구도 선택을 할 수 있다면 지금 학교라는 이름을 붙인 말뿐인 교육기관, 실제로는 입시 준비 시설인 곳에서 꿈같은 시간 12년을 보내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자녀들이 학교만 성실하게 잘 다니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고, 원하는 분야를 공부하고, 원하는 직업을 선택하여 큰 차별 받지 않고 살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큰돈 들여 사교육 시장으로 애들을 내몰 학부모는 없을 것이다. 이런 사회라면 학부모가 학교를 긴장된 눈으로, 교사를 의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볼 이유가 없다.
해방 직후와 크게 다르지 않은 긴장되고 불확실한 세상, 각자도생을 강요하는 세상에서, 마음에는 들지 않지만 다른 대책이 없어 학교에 머물고 있는 교사, 학생, 학부모 그 누구도 비난의 대상일 수 없다. 지금 우리 모두가 질타하는 학부모는 나 자신이고, 학생은 어제의 우리였다.
이런 사고를 당하면서도 경쟁 중심 교육을 외치는 인간들이 죄인이고, 미래의 살인자들이다. 교사와 학생으로 편 가르기 하여 자신의 죄를 모면하려는 자들이다. 그 옛날 다방과 커피가 비난해야 할 대상이 아니었듯이 지금 학교 현장에 있는 그 누구도 죄인일 수 없다. 우리가 만든 시대가 죄인이다. 길은 하나다. 경쟁하는 인간이 아니라 협력하는 인간을 키우는 교육으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유튜브 '커피히스토리' 운영자, 교육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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