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노회찬 평전>
사회평론
다만 노회찬의 어린 팬으로서 여전히 욕망하는 게 있다면, 그의 이름이 제멋대로 소비되는 것에서 그를 조금이나마 지키고 싶다는 것이다. 그는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드는 일, 그것을 가로막는 부당한 억압과 착취를 근절하기 위해 싸우는 일(위의 책, p.479)"을 업으로 삼았다. 착취 없는 평등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비현실적인 진보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대중 정치를 선택한 현실주의자였다. 그리고 자신의 가치를 비장한 혁명적 언어에 가둔 게 아니라 대중의 삶에 가닿기 위한 말과 유머를 갈고 닦은 사람이었다. '불판 교체론', '6411 버스'는 그의 정신을 대표한다.
또한 그는 명실상부 독립적 진보 정당의 주창자였다. 인류가 지금까지 만들어 낸 가장 나은 사회는 북유럽 복지국가 모델이고, 그 모델은 진보 정당의 오랜 집권으로 가능했다는 믿음에서였다. 그런 선택으로 말미암아 그는 칭송과 저주를 동시에 받았다.
2010년 진보신당 서울시장 후보로서 선거를 완주했을 때, 한명숙 후보를 떨어트린 주범으로 낙인찍힌 노회찬은 민주·진보 유권자들에게 지극한 저주를 받았다. 노회찬 정신의 상징 중 하나인 6411번 첫차를 탄 것이 바로 이때였지만, 그런 노회찬 정신에 주목하는 사람은 당시 거의 없었다. 승자와 패자만 있는 제도 정치 내에서 '노회찬 정신'을 포기하라는 종용이 있었을 뿐이다.
노회찬 정신에서 어떤 가치를 발견하는지는 각자의 몫이다. 나는 다만 '노회찬 정신'을 이야기할 때 그의 삶 전반과 그가 지향한 가치를 더욱 면밀하게 들여다보는 진중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2004년 "불판을 갈 때가 왔다"는 말로 벼락스타가 되어 대중 정치인으로 살아온 시간보다 더 오랜 기간, 그는 이 땅의 진보 정치와 진보 정당 건설을 위해 삶을 갈아 넣었다. 그렇기에 '독자 완주', '단일화' 같은 특정 전술로서만 그의 정신을 이해하는 것은 협소하다. 더더욱이 자신의 허물을 감추기 위해 노회찬을 끌고 오는 것은 그에 대한 모욕이다.
노회찬의 길, 정의당의 길

▲서울 마포구 노회찬재단에 고 노회찬 전 의원의 생애에 중요한 순간들을 이창우 화백이 그림으로 그려 전시되어 있다.
유성호
그래서 <노회찬 평전> 출간 소식이 더욱 반갑다. 노회찬 정신은 아무래도 다른 누구보다 노회찬 당신에게 있을 것이다. 그의 삶과 말에 침잠할 기회가 생겨 감사하다. 브리핑을 쓰다 막힐 때면 '노회찬 어록'을 펴서 하염없이 들여다본다. 그의 탁월한 비유에 매번 감탄하지만, 그보단 그런 말을 하기까지 그의 고민과 고뇌가 무엇이었을지 떠올리는 게 내겐 더 절실하다. 허나 언제나 잡힐 듯 잡히지 않는다. 내 브리핑은 노회찬에게 닿기 위한 무수한 실패의 잔여물일 따름이다.
"정의 없는 정의당", "노회찬 정신 실종된 정의당", 흔한 비판이지만 익숙하다고 해서 아픔이 무뎌지는 건 아니다. 그 비판들이 가슴 아프게 다가오는 건 그것이 온전한 거짓만을 담고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충분히 정의로운가. 노회찬이 꿈꿨던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가. 어려운 상황에 있는 정의당을 보며 노회찬은 우리 스스로를 끊임없이 되묻게 만든다.
그러나 오늘의 어려움이 우리의 길을 포기하라는 뜻으로 해석되는 건 옳지 않다. 노회찬이 견뎌온 수많은 고난과 역경을 생각해 볼 때, 우리에겐 그가 진보 정당을 개척할 때보다 더 많은 자원과 기회가 있다. 민중을 향한 헌신과 평등한 세상을 위한 그의 노력을 가슴에 품은 채 맹렬하게 나아가야 할 따름이다.
"나는 지금 여기서 멈추지만, 당은 당당히 앞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그의 마지막 말에 수많은 사람들이 무너져 내렸다. 그러나 당당히 나아가라는 것도 그의 주문이었으므로, 나를 포함한 수많은 당신의 팬들이 또 동지들이 여전히 정의당을 지키고 서 있다. 당당하게 나아갈 것을 기꺼이 각오하고 있다. 그가 살아남은 자들에게 남긴 책무이다. 우리는 어둠을 향해 돌진한다. 내가 아는 노회찬 역시 그런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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