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4일 일본영화대학 하쿠산 캠퍼스에서 열린 '예술과 검열' 토론회 포스터. 이 자리에는 한국의 가수 이랑도 참석했다.
이이야마제공
<인 메이츠>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가 열릴 때마다 참가자들은 많이 놀란다. 이이야마와 후니가 배경도 재능도 서로 다른데 어떻게 힘을 합쳐 이런 작품을 만들었을까 신기해하며 많은 격려를 보낸다.
관객들이 이이야마에게 빼놓지 않는 질문 중 하나는 누구에게 영향을 받았는가이다. 이이야마는 "국적이 다르다고 보통 장애인이 받을 수 있는 연금조차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 있는 부조리에서 작품의 동기를 발견한다. 또 장애인의 권리가 있다, 인권이 있다, 존엄성이 있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용기있는 모습을 보면서 예술이 장애 문제를 어떻게 껴안고 갈지를 고민한다. 이런 만남, 이런 깨달음이 내게 소중했다"라고 말한다.
이이야마는 관객의 응원에 고마워하면서 "예술가의 수입이 워낙 들쭉날쭉인데 지금은 작품 활동에 집중할 수 없어서 생활이 더 불안하다"고 어려움을 털어놓으며 "과거의 역사를 감추고 없애버리는 그런 행동은 민족 차별, 인권 무시와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나는 인간의 권리와 자유를 힘으로 막으려는 권력에 맞서 한국을 비롯해 세계의 형제들과 연대하고 싶다"라고 씩씩하게 말한다.
한편 후니도 "이이야마상과 이 작품을 하면서 시인으로서 래퍼로서 거듭났다"며 "나는 재일 한국인으로서 아버지 어머니가 그런 노래를 가지고 어떻게 밥 먹고 살아가느냐, 그런 노래로 저항해서 무슨 소용이 있어? 가만히 있어야 한다. 이런 압력을 많이 받았다. 막으면 막을수록 더욱 솟아 나오는 에너지를 멈출 수 없어서 이 자리까지 왔다"라고 자신의 상처를 털어놓는다.
그러면서 "래퍼의 활동이 극영화나 다큐에서도 빛날 수 있음을 체험했다. 이제까지의 작업은 내 감정을 랩으로 바꾸는 것에 머물렀으나 <인 메이츠>를 통해서 역사 문제, 민족 문제를 작품으로 표현하는 것에 눈을 뜨게 되었다"라고 말한다.
뉘우치지 않은 역사, 잘못을 빌지 않은 역사는 그 모습을 잠시 감추거나 구석지고 그늘진 곳에 숨길 수도 있지만 결코 사라질 수 없고 잊힐 수도 없다. 100년 전 조선인 대학살의 상처는 왕자뇌병원의 책장에 묻혀 있었다. 어쩌면 사라질 수도 있었던 이 기록은 일본인 감독과 자이니치 두 청년 예술가에 의해 <인 메이츠>로 햇살을 받았고 생명을 얻었다. 그래서 세상 앞에 진실을 말하고 우레처럼 증언하고 있다. 다만 그 과정이 외롭고 힘들 뿐이다.
도쿄도 인권플라자 기획전시실에서 <인 메이츠>가 당당하게 상영되는 날은 언젠가 올 터이다. 다만 그날이 빨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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