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스코틀랜드 애버딘국제공항에서 취재진과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화당의 사정도 결코 낫지 않다. 하지만 이유는 많이 다르다. 위에 언급한 같은 여론조사에서 범공화당 지지층 유권자들의 경우 무려 51%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공화당 후보로 지명하는 것에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아직 출마 의사를 표명하지 않은 잠재적 주자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의 경우 공화당 지지층의 35%만이 그의 출마에 지지 의사를 보였다.
민주당은 낮은 지지율에도 현직 어드밴티지를 얻은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로 지명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지도부의 말 못 할 고민이 거기 있다면 공화당은 반대다. 공화당 지지층의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확고하다. 반면 공화당 핵심 지도부에서는 본선 경쟁력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맞서게 될 리스크를 고민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전·현직 대통령을 통틀어 최초로 형사 기소된 인물이다. 소위 '성추문 입막음' 사건이라 불리지만 기소 이유는 문서조작이다. 2016년 대선을 앞두고 과거 성매매 대상이었던 포르노 여배우에게 침묵을 대가로 총 42만 달러(5억 5000만 원)를 지불한 뒤, 그 가운데 기업 돈에 대한 장부 내용을 '법률 자문 비용'으로 허위 기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문서조작이 결과적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것이었으므로 중범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뉴욕 검찰은 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는 최근 다른 건에 대한 민사소송 패소까지 이어졌다. 과거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한 여성 작가에 대해 뉴욕의 맨해튼 연방지방법원 배심원단은 성추행 사실을 만장일치로 인정했다. 그리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모욕적 대응이 명예훼손이라 판단한 법원은 500만 달러(67억 원)의 피해보상과 징벌적 배상을 명령했다.
이 판결은 지금까지 10여 명의 트럼프 전 대통령 성폭력 주장에 대해 법원이 인정한 첫 사례에 해당한다. 앞으로도 유사한 사법 판단이 이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사법 리스크는 이뿐만이 아니다. 2021년 1월 6일 발생한 이른바 '의회 난입 사건', 기밀문서 반출 사건, 2020년 대선 당시 조지아주 개표에 개입한 정황, 소유한 부동산 가격 조작 의혹 등 그를 대상으로 수많은 사법 조사가 기다리고 있다.
미국 공화당의 고민은 트럼프 사법 리스크가 앞으로 본격적 대선 국면으로 들어설 때 과연 어느 방향으로 영향을 미칠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실제 그가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와 격차를 벌리기 시작한 시점은 사법 리스크가 본격화된 시점과 일치한다. 한마디로 트럼프를 때릴수록 지지층은 더 결집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적, 도덕적 논란은 그 역시 고령이라는 약점을 오히려 감춰주는 결과를 만들고 있다. 정치적 올바름도, 도덕적 기준도, 법적 테두리도 모조리 바람에 날려버리는 이른바 '트럼프 효과'가 4년 만에 또다시 미국 정가를 휘돌고 있다. 그렇다고 이 모든 것을 밀어낼 참신한 후보를 민주당에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미 대선까지 아직 17개월 반이 남았다. 바이든-트럼프 재대결이 분명히 성사될 거라는 장담은 할 수 없다. 그사이 새로운 어떤 후보가 돌풍을 일으킬지도 알 수 없다. 예상을 뛰어넘는 돌풍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가능한 한 예측 가능한 미래가 보장된 사회가 안정적 사회다. 하지만 현재 미국의 예측 가능한 가까운 미래는 그다지 안정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차라리 판을 흔들 돌풍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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