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5.15 15:21최종 업데이트 23.05.15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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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청년시국선언준비모임은 9일 오전 국민의힘 경남도당 앞에서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 윤성효

 
윤석열 대통령 취임 1년, 저는 윤석열 정권을 규탄하는 시국선언에 참여했습니다.

대학교 입학 후 4년이 지났습니다. 중학생 때 아르바이트를 시작해 지금까지 한 번도 일을 쉰 적이 없습니다. 아르바이트 시작은 그저 용돈벌이였으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들어오고 나서는 생계를 위해 계속 해야 했습니다. 일을 그만두면 당장 내가 살고있는 집이 사라질 것이라는 부담감이 있었습니다.


중고등학생 때와 달리 대학에 들어오고 나니, 불평등한 사회의 모습이 더 뚜렷하게 다가왔습니다. 똑같이 수업을 듣고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의 생활방식이나 입는 옷들이 나와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누군가는 친구를 사귀려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가 재미가 없다고 그만두기도 했습니다.

저는 학교에 다니는 내내 일반적인 대학 생활을 따라잡겠다며 애를 썼습니다. 1학년 때는 아르바이트를 3개씩 하면서 낮에는 수업을 듣고 저녁에는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일하며 지냈습니다. 어느 날 일을 마치고 돌아와 6평짜리 자취방에서 편의점 삼각김밥을 먹으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정이란 무엇일까?' 적어도 내가 살아온 세상에는 공정이란 없었습니다.

대학 친구들은 나를 보고 "넌 정말 열심히 사는 것 같다"라며 격려를 해줍니다. 그 말에 그저 웃음 지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나도 가슴 아팠습니다. 누군가는 부유한 집안에 태어나 어려움 없이 학교에 다니지만, 나 같은 사람은 부단히 노력해야만 누릴 수 있는 것이 바로 대학 생활이었습니다. 빈부격차라는 말이 교과서에만 나오는 단어라고 생각했지만,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문제였고 외면할 수 없는 삶 속의 현실이었습니다.

퇴직금으로 50억 원을 받은 곽상도 전 의원의 아들이 무죄판결을 받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아버지가 국회의원이라는 이유로 퇴직금을 50억 원이나 받지만, 나 같은 사람은 죽을 때까지 일해도 집 한 채 사기 어려운 현실에 분노했습니다. 이 사회를 책임지는 사람들은 병들어 가는 체계는 무시한 채 그저 자신의 욕망만 채우기에만 급급해 보입니다.

재작년,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하는 것이 버거웠던 저는 휴학을 선택했습니다. 휴학하는 동안 돈을 조금이라도 모아서 돌아가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몇 년 지나 취업이라도 하면 내 삶이 달라질까 싶어 기를 쓰고 살아가던 중에 윤석열 대통령이 했던 발언을 들었습니다.

"요즘 청년들은 일을 더 하고 싶어서 안달이다", "주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는 것이..." 정말 비참했습니다. 과연 이 나라의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바라보고 있는 청년은 누구인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저는 죽도록 일만 하는 삶은 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습니다

1년간 제가 느꼈던 서러움은 이게 전부가 아닙니다. 지난겨울은 이전보다 더욱 추웠습니다. 난방비가 올라 보일러도 함부로 틀지 못했습니다. 일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면 차가운 방바닥에 한기가 그대로 느껴졌습니다. 사람 사는 온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방 같았습니다.

난방비 폭탄으로 지출이 커지고 나서 다른 곳에서라도 생활비를 아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멈출 줄 모르고 오르는 물가 때문에 그마저도 힘들었습니다. 김밥 한 줄을 먹으려 해도 이제는 4000~5000원이 필요했습니다. 최저임금을 받고 살아가는 제게는 이 모든 것들이 더 이상 살아가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것만 같았습니다.

나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으로서 그저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세상을 원합니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행복한 사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러나 윤석열 정권은 나를 국민이 아닌, 정권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대선 때에는 청년 공약을 내세우며 청년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겠다고 이야기했지만, 취임 이후 1년간 보여준 모습은 그와 정반대였습니다. 온갖 청년지원금을 삭감하더니 이제는 일하는 기계로 보고 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습니다. 나의 권리를 빼앗아 간 정권, 민생은 나 몰라라 하지만 기업과 자본가 편에 서서 사회가 병들어 가는 것을 부추기는 정권을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었습니다.

제가 윤석열 규탄 시국선언에 참여한 이유는 미래를 살아갈 청년으로서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며, 괴롭고 힘든 약자의 삶을 '개인의 문제'로 짊어지고 가는 사람들을 두고 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진보대학생넷 경남대넷 피지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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