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가 공개한 2023년 산업단지 지정계획 중 일부
산업통상자원부
이름에 '에코'를 넣어가면서까지 친환경을 표방하는 재벌대기업이 이런 사업을 추진해서 막대한 이윤을 추구하는 것도 문제지만, 주민들에게 제대로 설명도 하지 않고 '그린'이니 '자원순환'이니 하는 말로 포장한다면 그것 또한 큰 문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정보공개청구를 한 결과, SK에코플랜트는 예산군 신암면 외에도 충남 여러 곳에서 '그린컴플렉스'라는 이름으로 산업단지를 추진하고 있었다. 서산시에 추진 중인 '대산 그린컴플렉스'와 아산시에서 추진 중인 '선장 그린컴플렉스' 산업단지에도 산업폐기물매립장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된다.
물론 산업폐기물이 나오면 어디선가 처리를 해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매립의 경우 지역 환경에 장기간 영향을 미치는 사업이므로 처리주체에 신뢰성이 있고, 처리과정 또한 투명해야 한다. 특정 기업이 과도한 이윤을 챙기는 것도 맞지 않다. 주민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고 안전성이나 환경오염 가능성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
그런데 지금의 상황을 보면, 민간기업의 주도로 우후죽순 산업폐기물매립장이 추진되고 있는 듯하다. 산업폐기물매립장만 따로 인·허가를 받기가 어렵게 되자, 산업단지와 패키지로 추진하는 모양새다. 그러면서 주민들에게 구체적인 정보제공도 하지 않고 '에코'니 '그린'이니 하는 단어로 포장하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보면, 생활폐기물 처리는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지도록 돼있는데, 산업폐기물은 민간업체들에게 맡겨져 있는 구조가 문제다. 산업폐기물매립장은 매립이 끝나고 나서도 오랜 기간 사후관리를 해야 한다. 현행법상으로도 최대 30년까지 사후관리를 하게 돼 있다.
그러나 유해성이 강한 폐기물의 경우에는 30년의 사후관리로도 부족할 수 있다. 이렇게 오랜 기간 사후관리를 해야 하는 시설을 민간기업이 책임질 수 있을까? 실제로도 사후관리를 책임지지 못해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당진 고대·부곡지구 폐기물매립장은 운영하던 민간기업이 사실상 부도를 맞아 당진시가 사후관리를 떠안게 되면서 침출수 처리 등에 혈세가 투입되는 현실이라고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어느 한 군데에서 산업폐기물매립장 인·허가를 받으면 해당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의 폐기물을 다 가져와서 매립할 수 있는 것도 문제다. 산업폐기물에는 '발생지 책임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주민들 입장에서 보면, 어떤 폐기물을 어디에서 가지고 와서 매립하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생활폐기물처리시설은 주민감시가 가능하도록 돼 법에 규정돼 있지만, 민간기업이 운영하는 산업폐기물매립장은 주민감시도 불가능하다. 일단 설치가 되면 사유지라는 이유로 출입도 할 수 없다. 최소한의 신뢰성과 투명성도 보장되지 않는 셈이다.
공공성 확보 위해 국회가 나서야
▲충남 예산군 신암면 주민들이 지난 2022년 8월 31일 예산군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이재환
일이 이렇게 되다 보니 지역 주민 사이에서 문제의식이 점점 확산되는 분위기다. 더 이상 민간기업들이 무분별하게 산업폐기물매립장, 소각장을 여기저기에 설치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만약 산업단지와 동시에 산업폐기물매립장을 추진하겠다면 산업단지 자체를 반대하겠다는 움직임도 커지고 있다.
그런데 정작 법을 만드는 국회는 손을 놓고 있다. 산업폐기물 처리의 공공성, 신뢰성,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산업폐기물 관련 법령을 전면적으로 손보는 것이 필요하다. 최소한 신규 매립장이나 소각장은 공공성과 신뢰성, 투명성이 확보되는 주체만 설치·운영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리고 SK같은 재벌 대기업은 이윤만 보고 지역주민들을 불안과 걱정에 빠지게 하는 일을 중단해야 한다. 산업폐기물을 땅에 묻는 것이 어떻게 지구를 살리는 일이란 말인가? 더이상 '그린', '에코'같은 단어를 사용해서 주민들을 호도하려 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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