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도가 벌목지처럼 바람이 강하게 불어 산불의 통로가 됨을 알 수 있다.
저널 오브 트로피칼 에콜로지
오랜 기간 산불 현장을 추적 조사해 온 산불정책연구소 황정석 소장은 '임도가 낮은 곳의 산불을 고지대로 끌어올리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산림청은 임도가 있어야 산불을 끌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황 소장은 '산불이 임도를 타고 고지대로 급속도로 확산되며, 산불 진화대가 임도를 따라 올라왔을 때는 이미 산불이 주변으로 다 확산 된 이후'라고 강조했다(산림청이 왜 임도 확대에 집착하는지는 후속 기사에서 다룰 예정이다).
산불 진화 체계 바꿔야 대형 산불 막을 수 있어
최근 한 방송사는 산불 발생자에 대한 처벌이 약하다고 보도했다. 과연 처벌 강화가 대형 산불의 진정한 해결책이 될까?
산불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심해야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언제든 순간의 실수로 산불이 발생할 수 있다. 문제는 산불 발생 자체가 아니다. 빠르게 진화될 수 있는 작은 산불이 대형 산불로 확산되도록 한 원인이 중요하다.
그동안 산림청은 소나무가 산불에 약하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소나무 위주로 조림해왔으며, 심지어 숲가꾸기라는 이름으로 활엽수를 베어내고 소나무만 남기며 대한민국 숲을 거대한 불 폭탄으로 만들었다. 오늘 대한민국 대형 산불의 주범이 산림청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월 경상북도는 119산불특수대응단을 발족했다. 경북에서 발생하는 산불을 24시간 이내에 진화해 산불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목표다. 그동안 발생하는 산불마다 대형 산불로 확대되며 엄청난 면적의 산림 피해가 발생했고 민간 피해도 커졌다. 산불을 제대로 진화하지 못하는 산림청의 무능력을 보다 못한 경상북도가 전국 최초로 자체 산불 진화대를 꾸린 것이다.
산불의 신속한 초동 대응을 위해 62명의 전문 산불진화 인력과 장비를 갖춘 경북 119산불특수대응단은 올해 도내에서 발생한 산불 55건 중 진화에 24시간을 넘긴 산불이 단 한 건도 없을만큼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동안 산림청의 산불 진화에 문제가 많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24시간 이내 진화를 목표로 열심히 산불 진화 중인 경북 119산불특수대응단
119산불특수대응단
일본이나 중국과 달리 발생하는 산불마다 대형 산불이 되는 것과 관련, 소나무 숲 이외에도 크게 두 가지 원인이 지적된다. 잘못된 산불 진화체계와 대형 산불 후 산림청의 싹쓸이 벌목으로 엄청난 이득을 보는 세력이 있다는 점이다.
산불은 피해 면적에 따라 진화 책임이 달라진다. 대형 산불의 경우 산림청장이 산불 진화의 총책임을 맡아 지휘한다. 여기에 문제가 있다. 전투를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이 전쟁을 지휘하는 사령관이 되면 패배할 수밖에 없다.
행정직 공무원이 산림청장이 되었다. 산림청장은 시시각각 바람과 지형에 따라 달라지는 산불 진화를 지휘해야 한다. 산불을 모르니 그저 불을 따라다니다 대형 산불이 되고 만다. 산불을 끄느라 고생한 것처럼 보이지만, 대형 산불로 키워 피해면적을 확대시킨 것이다.
앞으로 대형 산불 재난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경북 119산불특수대응단처럼 산불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산불 진화 책임을 소방청으로 넘겨야 한다. 산에 불이 났다고 불을 모르는 산림청에 산불 진화 책임을 맡긴다면 앞으로도 산불로 인한 재난은 계속되고 이를 복구하기 위한 국고만 나가게 될 것이다. 특히 산불 진화 예산이 소방청에는 없고 산불을 제대로 끄지 못하는 산림청에 모두 배정된 잘못도 시급히 개선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산불을 제대로 진화하지 못한 것에 대한 사실 규명과 처벌이 이뤄진 적이 없다. 오히려 대형 산불로 피해가 커질수록 피해를 복구한다며 산림청에 엄청난 예산이 지원되었다. 책임 규명과 처벌 대신 엄청난 예산이 지원되니 산림청이 열심히 산불을 끌 이유가 없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이다.
▲산림청이 산불 피해지를 복구한다며 온 산림을 싹쓸이 벌목해 산림을 초토화시켰다. 이는 복구라는 이름으로 산림을 파괴한 재앙이다.
최병성
심지어 산불 피해면적이 커질수록 이득을 얻는 이들이 있다. 벌목상과 산불 피해목으로 펠릿을 제조하는 업자들이다. 또한, 벌목 후에 조림해야 하니 어린 묘목을 키워 파는 육묘상과 조림사업을 하는 산림조합 등도 있다. 이들에겐 대형 산불이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최고의 기회다.
외국은 산불이 발생해도 벌목하지 않고 자연 스스로 복원되도록 기다린다. 벌목하고 나무를 심는 것보다 더 빠르고 더 건강한 숲을 이루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산림청은 왜 자연 복원을 거부하고 싹쓸이 벌목과 조림을 고집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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