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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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국은 앞으로도 계속 세계 경제 패권 국가의 지위 유지가 가능할까? 만약 30년 안에 미국의 GDP가 중국보다 작아진다면, 세계 경제 패권을 상실한 미국의 정책 변화는 무엇일까?
2. 미국의 최우선 과제는 3억 3천만 미국 국민의 삶의 개선인가 아니면 세계 패권인가? 이 둘이 충돌할 경우 우선 순위는 어떻게 되나?
3. 미국은 막대한 국방비 지출을 계속해야 할까? 국방비 지출과 해외 전쟁 개입 대신 미국 내부의 인프라 재건과 사회 서비스 개선에 투자하면 어떻게 될까? 중국은 미국의 국방비 확대를 원할까 아니면 축소를 원할까?
4. 미국 우선주의 모습을 한 미국이 중국을 이길 수 있을까?
5. 미국이 우방과 경쟁 국가에 대해 가지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군사력이 아니라 달러가 아닐까?
6. 미국의 일방주의가 소프트파워를 훼손하는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7. 미·중 경쟁은 '열린 자유 사회 vs 닫힌 권위주의 체제'의 투쟁으로 표현되는데, 세계의 모든 열린 자유 사회가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을까?
8. 미국은 중국 문제에 대해 감정적일까 아니면 이성적일까?
9. 미국은 중국을 제대로 알고 있을까? 미국은 중국 공산당의 본질을 무엇으로 볼까? 중국 공산당을 '중국 공산주의'를 중심으로 보는 게 옳을까 아니면 '중국 문명'을 중심으로 보는 게 옳을까?
10. 미국은 최근 중국의 두 장기 전략 저지에 실패했다. 하나는 오바마 정부 당시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에 대한 동맹국들의 참여를 저지하는 데 실패한 것이다. 다른 하나는 트럼프 정부 당시 중국의 일대일로에 동맹국들의 참여를 저지하는 데 실패한 것이다. 미국은 중국의 장기 전략을 상대할 인내심이나 체력이 있을까?
한국 정부는 급변하는 세계 질서에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갖고 있는가? 한국 정부는 대전환기에 국가 전략을 제시하고 국민들과 합의하는 과정을 가질 준비를 하고 있는가?
우리 이익 중심의 국가 전략 세워야
마부바니가 <중국이 승리했나?>(Has China Won?)에서 제시하는 가장 중요한 내용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미·중 패권 경쟁의 향방을 잘 보고 예측·대비해야 한다는 것, 다른 하나는 미·중 패권 경쟁의 승패가 동아시아에 걸려있다는 점이다.
즉, 누가 동아시아와 경제적 협력 관계를 잘 구축하느냐가 성패를 가를 것이다. 실제로 2022년 1월에 중국 주도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RCEP)이 발효되자, 이에 맞서듯 미국이 주도해서 2022년 6월에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 IPEF)을 출범시켰다.
마부바니가 세계를 향해 던지는 질문은 명쾌하다.
"총(군사력)을 선택할 것인가, 돈(경제적 협력)을 선택할 것인가?"
마부바니는 이 질문을 가지고 미국과 중국의 대외 전략과 그 결과를 분석한 결과 미국이 중동에서 불필요한 전쟁에 6조 달러를 낭비하는 사이에 중국은 아세안과 아프리카, 남미 등 세계와 경제 협력을 통해 강대국으로 부상했다고 분석한다.
실례로 2000년에 미국은 중국보다 경제 규모가 8배 컸으며, 미국과 아세안의 무역이 1340억 달러인 반면 중국은 410억 달러에 불과했으나, 2020년에는 역전해서 중국 6410억 달러인 반면 미국은 3000억 달러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리고 2020년 미국과 중국의 경제 규모 차이는 불과 1.6배로 좁혀졌다. 뒤집어 말하면 그간 미국이 제3세계에 경제적 협력과 유인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면 중국에는 기회가 없었을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적 격차가 좁혀지는 사이에 대미 관계보다 대중 관계가 더 활발해지는 현상이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회조사국(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에 따르면 2002~2019년 사이 남미·카리브해 지역과 중국의 무역 규모는 180억 달러에서 3150억 달러로 확대했으며, 2021년엔 4480억 달러로 급증했다. 이 수치는 미국과 남미 무역의 절반에 못 미치지만, 미국과 남미 무역의 71%가 집중하고 있는 멕시코를 제외하면 남미 지역의 대중국 무역은 730억 달러로 미국을 앞선다.
특히 남미 최대 경제 대국인 브라질과 중국의 무역 성장은 매우 놀랍다. 2000년 브라질의 중국 수출은 10억 달러에 불과했는데, 현재는 4일마다 10억 달러 상당의 상품과 서비스를 수출하고 있다. 이런 성장은 시진핑 주석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매우 가까웠던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재임 기간에 일어났다.
아프리카도 중국과 관계가 계속 깊어지고 있다. 아프리카의 개발경제학자 안제체 웨레(Anzetse Were)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중국의 아프리카 투자는 매년 25%씩 증가했고, 2017~2020년 중국 투자는 다른 나라의 투자보다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했으며, 아프리카로 유입된 자본의 20%를 차지했다.
그리고 서방의 비난과 달리 중국 기업들은 아프리카에 진출한 중국 기업 전체 인력의 70~95%를 아프리카인으로 고용했다. 반면 미국의 외국직접투자는 중국의 절반에 불과하며 미국과 서방의 개발 원조 대부분은 자국의 컨설턴트와 기업들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언론인 하워드 프렌치(Howard French)의 지적처럼 미국은 개발원조에 대해 "점점 더 인색하고 경멸적"인데 반해, 중국은 "세계 공공재에 더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

▲친강 중국 외교부장(가운데), 호세인 아미르 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왼쪽), 파이살 빈 파르한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외교장관(오른쪽)이 6일 베이징에서 함께 손을 모으고 있다. 이번 회동은 지난달 10일 사우디와 이란이 단교 7년 만에 외교 정상화에 합의한 데 따른 후속 조치를 논의하기 위한 것으로 전해졌다. 2023.04.06.
신화=연합뉴스
중동에서도 심상치 않다. 지난 3월 28일에 사우디아라비아가 상하이협력기구(SCO)에 '대화 파트너'로 참가하기로 정식 결정하는 한편 중국 중재 아래 이란과 국교 정상화에 나섰다. 이날 아랍에미리트는 액화천연가스(LNG) 6만 5천t을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에 판매하면서 위안화로 결제해 미국의 달러 패권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동아시아와 북반구 저위도나 남반구에 위치한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의 개발도상국을 포함하는 '글로벌 사우스'는 최근 미·중 관계 사이에서 자국의 이익을 중심에 놓고 다자주의에 입각한 자유로운 행보를 하고 있다.
즉, 한쪽에 줄 서는 편승 전략보다 자국의 이익을 중심에 두고 초월 외교전략과 경제협력을 통한 성장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한마디로 미국이 군사적 대결과 우선주의를 강조하는 사이에 세계 곳곳에서 미국의 일방주의와 거리를 두고 자국의 이익을 위한 국가 전략을 강화해왔다. 그 결과가 현상적으로 미국-중국·러시아 사이에서 등거리 외교와 경제협력 강화로 나타나고 있다.
마부바니는 또 다른 최근 저서 <아시아의 시대인 21세기>(The Asian 21st Century)에서 19~20세기가 미국과 서구의 시대라면 21세기는 아시아의 시대(특히 동아시아)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중국과 인도가 어디까지 성장할지, 역내 인구가 7억 명에 가까운 아세안이 얼마나 빨리 성장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국이 주목해야 할 가장 중요한 지역 역시 중국과 인도 그리고 아세안에 걸친 동아시아 지역이다.
실제로 중국과 인도 인구에 아세안 인구를 합치면 약 35억 명의 거대한 시장이다. 여기에 '글로벌 사우스'까지 확대하면 사실 미국과 유럽을 제외한 거의 전 세계 인구와 시장을 아우르게 된다. 중국은 물론 인도와 아세안 지역을 발판으로 삼으면 글로벌 사우스까지 진출하기가 매우 용이할 것이다.
미·중 균형 외교와 경제 발전을 위해서 한국이 강조해야 할 원칙과 길은 경제 협력과 자유 무역이다. 블록화나 보호주의 대신 세계적 차원의 가치 사슬과 자유 무역을 지지하는 세계 여론을 조성하고 주도하기 위해 외교력을 모아야 하며, 이 과정은 한국의 경제적 규모에 걸맞게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과정이기도 할 것이다.
경제 협력과 자유 무역의 원칙을 들고 한국은 아세안과 글로벌 사우스와 적극적인 경제 협력과 무역 확대를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 한국처럼 미·중 사이에 끼여 있는 독일 등 유럽 국가들과 적극적인 협력을 통한 기술 협력과 경제 협력을 추진해야 한다. 이런 협력은 역내에 대결적 군사 정책으로 긴장을 고조시키는 일본과의 차별화를 통해 한국의 위상을 높이게 될 것이며 세계와 경제 협력에 중요한 지렛대가 될 것이다.
국가 전략 제시하는 정부를 기대한다
한국의 국가 전략의 시작은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 정책을 계승·발전하는 데서 출발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고 용이할 것이다. 신남방 정책은 인도와 아세안 등 신남방 국가들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안보 등 전 분야의 교류와 협력을 강화해 공동 번영과 평화를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리고 아세안 국가들의 호응 역시 높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윤석열 정부는 그동안 만든 공든 탑을 내팽개치고 있다. 그 결과는 한국 경제의 위상 하락을 넘어 국민 삶의 불안으로 이어질 것이며 종국에는 윤석열 정권의 안정적 토대마저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군사안보동맹 강화 일변도로 나아가 한반도와 주변의 높아지는 긴장 국면에 우리 스스로 기름을 안고 불 속으로 들어가서는 안된다. 지금이야말로 경제협력을 중심으로 공동 번영과 평화 전략을 적극적이고 공세적으로 펼칠 때이다.
격변하는 세계 속에서 우리의 안녕과 이익을 지켜주는 것은 그 누구도 아닌 우리의 정확한 전략과 적극적이고 단합된 힘에 있다. 그 출발은 국가 전략에 있으며, 국가 전략 수립을 위해 당파를 뛰어넘어 힘을 쏟을 때이다. 정부의 실수나 좌충우돌은 더는 안 된다. 시간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사실이 바뀌면, 나는 생각을 바꾼다.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라고 했다. "세상이 바뀌고 있고 우리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어떻게 하겠는가?"
* 필자 소개: 송현석은 한양대에서 철학과 정치외교학을 공부하고 교원대에서 교육정책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교육감 정책비서와 국회 보좌관, 교육부 장관 보좌관으로 근무했다. 지금은 민생경제연구소 공동소장과 (사)돌바내 이사이며, 2021년에 포스트86세대 연구자들과 함께 공공정책에 초점을 맞춘 정책연구네트워크 넥스트브릿지를 만들어 운영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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