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서로 벚꽃길.
성낙선
축제 명칭까지 '봄꽃축제'로 바꿨지만
위 기사와 영등포구에서 배포한 보도자료를 유심히 보신 분들이라면 이미 알아챘을 텐데, 여의도에서 열리는 벚꽃 축제의 공식 명칭은 '여의도 봄꽃축제'다. 벚꽃 축제가 봄꽃 축제로 바뀌게 된 배경에 국민의힘 홍문표 의원이 있다. 국민의힘 홍문표 의원 말에 따르면, "자신의 노력 끝에" 여의도에서 열리는 '벚꽃 축제'의 명칭이 2007년 '봄꽃 축제'로 변경됐다.
그는 언론사 기고문을 통해 "일제 식민 통치의 상징인 벚꽃이 만개한 것을 볼 때마다 꽃을 보고 마냥 즐기지 못하고 역사적 아픔을 상기해야만 하는 현실이 슬퍼진다"며, "일제 잔재인 '벚꽃축제'의 명칭을 '봄꽃축제'로 바꾸고 무궁화 나무심기 대국민 캠페인을 진행해 무궁화의 가치와 소중함을 널리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머니투데이, 2021년 3월 31일)
벚꽃을 일제의 상징으로 보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여의도에 심은 벚나무의 원산지를 한국으로 보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여하튼 '윤중로'가 '여의동로'와 '여의서로'로 바뀌고, '윤중로 벚꽃 축제'가 '여의도 봄꽃 축제'로까지 바뀐 마당에 언론사에서까지 계속 '윤중로'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게 정상은 아니다.
정상인 언론사라면 누군가 윤중로라는 용어를 사용할 때, 그 말이 이미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 그럴 의무가 있다. 그런데도 언론사들이 앞장서서 이미 죽은 지 오래된 일본말을 자꾸 되살려내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자전거를 타고 마포대교를 넘어서, 조만간 축제가 열릴 예정인 여의서로를 지나간다. 아직 이른 시기인데도, 벚나무에 벚꽃이 꽤 풍성하게 피어 있다. 이 풍경을 보려고 축제와 상관없이 매년 수많은 사람들이 여의도를 찾는다. 4년 만에 열리는 올해 축제 기간에는 예년보다 더 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벚꽃을 식민 통치의 상징으로 보고 있는 홍문표 의원에겐 볼썽사나운 일이 될 수도 있겠다. 그런데 홍 의원도 되돌아봐야 할 게 있다.
홍 의원 역시 자신의 기고문에 "요즘 여의도 윤중로 또한 화려한 벚꽃으로 치장이 한창"이라고 썼다. 아마도 윤중로가 어떤 말인지를 모르고 쓴 것 같다. 윤중로를 쓰지 않았다면, 그의 말에 좀 더 무게가 실렸을 법하다.
이런 걸 보면서 윤중로가 얼마나 질긴 놈인지를 다시 한번 실감한다. 나 또한 윤중로라는 단어를 쓴 적이 없다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이 말이 어떻게 해서 생겨났는지를 안 뒤로는 두 번 다시 쓰지 않는다. 누구 말대로, 이제 "윤중로는 없다", "쓸 필요가 없다". 올해 벚꽃 축제는 여의서로에서 열린다.
▲마포대교 남단, 여의도 여의서로 진입로 부근.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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