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국민연금공단 종로중구지사를 찾은 시민이 상담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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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제도를 저축과 같은 것으로 보는 시각에서는 앞 세대가 연기금을 충분히 쌓아놓지 않은 경우 세대 간 연대에 기초한 부양의 연쇄를 폰지사기와 같은 것으로 보기도 한다. 이런 시각은 미래세대에게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을 부추긴다.
그런데 투명한 회계기준을 가지고 있으며, 재정 상태를 상세하게 공개하며, 5년마다 장기추계를 하여 건전한 재정운영을 위한 개선방안을 의무적으로 논의하는 국민연금 제도를 '사기'라 부르는 것이 과연 타당할까?
많은 나라가 전쟁과 경제위기를 겪으면서도 100년이 넘게 지속해 온 제도를 이렇게 폄하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여러 나라의 공적연금 제도는 연기금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세대 간 계약, 지속적인 의무가입과 생산성 향상에 기초하여 지속되었다. 항상 출생률 증가가 제도를 지탱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국민연금이 사기라면,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상품은 고령화 와중에 어떤 변화를 예정하고 있는가? 회계기준과 재정 상태, 그리고 장기 전망이 과연 국민연금보다 투명하게 제시되고 있는가?
보장성 강화론과 재정 건전화론이란 국민연금 개혁의 두 방향은 미래세대에게 어떤 의미인가? 현재 국민연금 제도는 2007년 연금개혁을 통해 매년 보장 수준, 정확히는 소득대체율을 0.5%p씩 떨어뜨리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그 결과 국민연금의 보장 수준은 국제적으로도 낮다. 평균소득자 기준 소득대체율이 한국은 31.2%,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51.8%이다.
매년 소득대체율이 떨어진다는 것은 똑같이 보험료를 내도 국민연금에 늦게 가입할수록 국민연금 급여액이 낮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후세대에게 불리하다. 물론 현 고령노인들은 국민연금 제도에 충분한 가입 기간을 확보하지 못했으므로 이들에게 국민연금이 무조건 유리하지도 않았다. 지금 국민연금 평균급여액은 60만 원 미만이다.
그렇다면 국민연금 보장성을 높일 경우 집중적인 수혜자는 누구이고, 재정 건전화 조치를 할 경우 집중적인 부담자는 누구인가?
우선 보장성 강화의 수혜자는 앞으로 가입할 기간이 많이 남아있는 노동세대이다. 이대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의 지속적인 하락을 용인할 경우 2030~2050년 경에 국민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세대의 연금급여는 기존 노인의 연금액보다 낮아진다. 현 노동세대, 즉 미래 노인은 더 오래 가입할 수 있지만 2007년 급여 삭감의 영향으로 연금 수준이 정체되거나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2030년 신규 수급자 소득대체율은 23.2%, 2050년에는 22.3%로 예측된 바 있다.
이렇게 본다면 기성세대와 현 노동세대 사이의 국민연금 보장 수준 격차를 줄이고, 어느 세대이든 국민연금이 핵심 노후소득 보장제도로 기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보장성 강화가 필요하다. 보장성을 높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이다.
현 노동세대는 연금 하락을 이미 감수했고, 동시에 보험료율 인상을 감당해야 하는 세대이다. 보장성 강화는 연금보험료율 인상의 수용 가능성을 높인다. 즉, 세대 간 계약에 대한 동의를 더 용이하게 만든다. 문제는 소득대체율을 높일 경우 미래세대의 국민연금 재정 조달 가능성에 대한 판단의 차이이다.
누가 얼마만큼 부담할 것인가?

▲국민연금 보장성 강화의 수혜자는 앞으로 가입할 기간이 많이 남아있는 현 노동세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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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연금의 본질이 세대 간 자원 이전을 통한 세대 간 부양이라면 미래세대의 부담 가능성은 생산력을 고려한 부양 부담 총량 면에서 살펴보는 것이 적절하다. 대표적 지표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지출비이다. 소득대체율을 40%로 유지하거나, 45%, 50%로 높일 경우 2070년 기준 GDP 대비 국민연금 지출비는 각각 약 9%, 10%, 11%로 추정된 바 있다. 2023년 현재 많은 나라들의 연금지출은 이미 이 수준에 도달해있다. 더욱이 장기적으로 연금수급 연령을 더 늦추게 된다면 지출은 더 줄어든다.
점진적 보험료율 인상, 보험료 부과 소득 조정, 수급연령 조정 등의 조합을 통해 장기적 재정 안정성을 달성해가는 전략은 가능하다. 국민연금 기금 감소를 받아들이되, 기금이 인구 변화에 대해 완충기능을 일정 기간 수행할 수 있도록 재정 확충 방안을 순차적으로 조합하는 것이다. 인구구조가 새로운 균형을 이루는 2070년 경, 고령화 속도가 성장 속도보다 빠른 시기까지 연기금이 완충 효과를 발휘하도록 한다면 소득대체율 인상 역시 불가능하지 않다.
한편 재정론자는 미래세대 부담의 지표로 '부과방식 비용률'을 제시한다. 이는 기금이 전혀 없을 경우 그 해에 노동세대가 평균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보험료율을 의미하며, 지출 수준에 따라 30%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보장성 강화론자는 생산력 발전에 따라 중요한 것은 부의 양이 아니라 분배의 질서가 될 것이라 말한다. 구체적으로는 첫째, 국민연금 보험료가 부과되는 소득이 GDP의 30%에 못 미치는 현 상황을 바꾸자는 것이다. 보험료가 부과되는 소득 기반을 넓힌다면 보험료율은 낮아진다.
일부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는 소득 상한 이상 임금 부분에 대한 보험료 부과, 자산소득 등 다양한 소득원에 대한 보험료 부과도 고려할 수 있다. 부담능력과 노동력 사용 방식 변화에 따라 사용자와 노동자의 보험료 분담률 역시 조정할 수 있다. 미래세대는 단일한 계층으로 구성되지 않으며, 계층 간 부담능력 차이를 고려하여 재정 부담을 과감하게 재배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2060년대 이후 노동인구는 감소하는 반면 1인당 GDP는 현재보다 현격히 높아진다. GDP 성장률을 보수적으로 추정해도 1인당 GDP는 현재에 비해 수 배로 커진다. 소득이 높아지면 부담능력, 즉 보험료율 인상 여력 역시 커진다. 물론 보험료율 인상 속도는 성장을 잠식하지 않도록 기금규모에 따라 조정해야 한다.
셋째, 공적 노후보장 지출은 총량으로 파악해야 한다. 국민연금의 낮은 급여수준이 지속된다면 조세 재원 기초연금 등이 노후보장에 더 큰 역할을 맡아야 한다. 국민연금 보장성 강화로 인한 지출 증가분은 기초연금 등의 지출 감소를 고려해서 파악해야 한다. 물론 중요한 것은 미래 경제 운용 방식 및 생산 방식 변화에 적합하게 국민연금 재정 부담을 배분하는 것이다.
국민연금 축소는 누구에게 이득일까?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7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열린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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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축소 우려에 대해 재정론자는 기초연금과 퇴직연금 등 사연금의 역할 확대를 강조한다. 저소득층에게는 기초연금이, 중간층에게는 국민연금이, 고소득층에게는 사연금이 중심 제도가 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 저소득층에게 사연금 가입을 위한 보험료를 지원하는 방안이 제시되기도 한다. 국민연금에서 재분배 요소를 없애자는 주장도 있다. 재정론자가 제시하는 이런 노후소득 보장체계는 어떤 문제를 야기할까?
첫째, 빈곤 대응의 미비이다. 기초연금은 국민연금 축소를 보완할 수 없다. 기여에 의해 수급권을 확보하는 국민연금의 급여가 낮은 상태에서 무기여 제도인 기초연금을 빈곤 대응이 가능한 수준으로 높이기는 어렵다. 더욱이 기초연금 대상과 급여는 재정 상태에 따라 쉽게 줄어들 수 있다.
둘째, 국민연금 축소를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이 대신하기 어렵다. 퇴직연금은 아직 상용직 노동자의 절반 가량만 포괄한다. 그나마 대부분 일시금으로 해소된다. 또한 사연금은 연금급여 편차가 큰 데다 국민연금과 달리 평생 성장에 연동되어 가치를 보장하지 못한다.
셋째, 사연금은 높은 운용수수료를 부과하여 금융업계의 수익을 보장하고 가입자 연금액은 낮춘다.
넷째, 사연금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할 경우 결국 기초연금이나 국민 기초생활 보장제도의 지출은 늘어난다.
생각해 보자. 저소득층의 연금은 줄어들고, 나이가 들수록 연금가치는 떨어지며, 일반조세 부담은 커진다. 유일한 승자는 연금상품을 판매하는 금융회사이다. 1990년대 본격화된 공적연금 축소, 개인계정연금 등 사연금 확대는 이윤 추구의 벽에 부딪친 금융자본의 돌파구였다. 이렇게 시장화, 개별화되어 계층에 따라 분리된 노후보장을 하는 사회가 우리가 미래세대에게 남겨줄 복지국가인가?
▲주은선 / 경기대학교 사회복지전공 교수
주은선
필자 소개 : 이 글을 쓴 주은선 경기대학교 사회복지전공 교수는 국민연금재정계산위원회 위원, 국회 연금개혁특위 민간자문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으며,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국민연금과 노후소득보장특위 위원을 역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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