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법 정의 구현' 국방부 검찰단 건물. 2021.6.7
연합뉴스
3월 13일 재판에는 A 법무관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리고 전 실장과 A 법무관 사이의 통화 내용이 재생되었다. 피의자 장군이 자기를 수사하던 군검사 대위의 개인 전화번호를 슬쩍 알아내 '우리 000 대위~' 운운하며 수사 정보를 알려달라 거듭 조르고, 소명을 요구하는 낯 뜨거운 녹취가 법정에서 그대로 울려 퍼졌다.
군검사는 부당한 요구를 세 번이나 애써 거절했다. 녹취를 들은 전 실장 측은 외압이 아니라고 항변하며 예의를 갖춰 통화하고 있지 않냐는 변론을 펼쳤다. 법정 곳곳에서 탄식이 새어 나왔다. A 법무관은 여전히 전 실장이 본인 행동에 대한 위법성 인식이 없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진술했다.
판사는 재판 말미에 증인으로 나왔던 A 법무관에게 마지막으로 할 말이 없는지 물었다. 그러자 A 법무관은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공소 제기의 권한을 갖고 있는 군검사의 한 사람으로서, 어떤 결론에 이르게 될지 많은 관심을 가지고' 이 중사 사건을 지켜보고 있었다며 조심스레 말문을 텄다.
그는 전 실장에게 적용된 면담 강요죄를 두고 벌어진 법리적 쟁점 논쟁에 대해 먼저 언급했다. 면담 강요죄의 보호 법익이 피해자와 사건 관계인을 보호하는 데 있으나, 넓게 보면 사실에 기초한 공정하고 정의로운 범죄 수사를 저해하는 사적 영향력을 배제하기 위한 국가적 법익에도 그 의의가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군 사법수사의 신뢰를 저해한 전 실장에 대한 사법적 평가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A 법무관은 드라마 <군검사 도베르만>에 나왔던 대사 "법을 이길 수 있는 계급은 없습니다"도 언급했다. 앞으로 군법무관으로 업무를 보며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많이 고민하게 된 계기였다며 '국민들이 기대하는 정의란 계급보다는 법규에 부합하는 정의라는 사실을 새기면서 임무 수행하겠다'는 다짐도 밝혔다. 장군 계급을 앞세워 법질서를 교란하려 했던 전 실장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셈이다.
'이런 말 처음 들어본다' 유족들 오열
그리고 유족과 고인에게 위로와 사죄를 전하며 울먹였다. 사망 사건 수사를 맡았던 한 사람으로서의 책임감이었을까. 그는 본인의 역할이 충분하고 충실하였는지 많은 반성을 했다고 했다.
그 사과 한마디에 방청인들이 박수를 쳤다. 유족들은 오열했다. 그런 말 처음 들어본다고 고맙다면서. 돌아보면 유족은 지난 2년간 사건 관계자에게 단 한 번도 진심 어린 사과를 받아 본 적이 없다. 매주 법정에 나오는 피고들 역시 유가족에게 머리 숙여 인사 한번을 한 적이 없다. 그가 건넨 사죄에 유가족의 오랜 응어리가 토하듯 터져 나왔다.
나는 A 법무관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잘 모른다. 그러나 그 순간의 용기는 오래 기억날 것 같다. 현직에 있는 장기 법무관이, 피고석에 앉은 선배 법무관과 그를 변호하는 또 다른 선배 법무관들을 앞에 두고 남긴 눈물과 사과가 종일의 뻔뻔함에 비추어 빛났다.
사과. 그 한마디가 너무 어려운 세상이다. 이 중사의 영면을 간절히 기도한다던 A 법무관의 마지막 말이 고인에게 닿길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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