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도쿄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게 될 윤석열 대통령은 번화가인 도쿄 긴자 주변의 레스토랑에서 식사하고 뒤이어 돈가스와 오므라이스로 유명한 렌가타이에서 2차를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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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가 2차로 찾게 될 식당 역시 일본제국주의와 무관치 않다. 이곳 역시 일제 피해를 입은 장소다. 그래서 그곳에도 그 시절의 흔적이 사람들의 뇌리에 서려 있다. 식민지 사람들뿐 아니라 일본 민중도 징용·위안부·징병 피해를 입었다. 그런 흔적이 렌가테이 사람들의 기억 속에도 묻어 있다.
종합 출판사인 고단샤(講談社)가 운영하는 패션 사이트인 < FORZA STYLE >에 '오므라이스·커틀릿은 여기서 태어났다. 125년 사랑받은 렌가테이의 역사란?(オムライス、カツレツはここで生まれた。125年愛される煉瓦亭の歴史とは?)'이라는 기사가 2020년 7월 13일 실렸다.
인터뷰 형식인 이 기사에서, 기다 고이치로 렌가테이 사장은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 이 식당을 운영한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소개했다. 그는 할아버지가 붉은 종이로 된 전쟁 소집 영장을 받았다고 하면서 "직업 군인은 아니었지만, 만주 사변에서 히로시마의 원폭까지 경험했다"라고 말했다.
당시의 일본인 병사들은 식민지인의 눈에는 제국주의의 일원이었지만, 일본 내에서는 대부분이 민중 계급인 사람들이었다. 할아버지가 직업 군인도 아니면서 1931년 만주사변 때부터 1945년 히로시마 원폭 투하 때까지 경험했다는 기다 고이치로의 회고담 속에 과장되거나 부정확한 설명이 섞여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지만, 그의 할아버지 역시 전쟁에 동원된 일반인 중 하나였다.
그의 집안은 1945년에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다. "종전 당시 히로시마는 전멸됐다고 하며, 가족에게는 부고가 도착했습니다만"이라고 그는 말했다. 이 때문에 집안 사람들은 그의 할아버지가 히로시마에서 사망했다고 믿게 됐다. 하지만, 그의 할아버지는 무사히 살아서 돌아왔다.
군인으로 동원됐다가 죽을 뻔했던 기다 고이치로의 할아버지만 일제 피해를 입은 것이 아니다. 그의 할아버지가 운영하던 렌가테이 점포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쇼와 6년~18년 무렵까지는 본점인 긴자 4가와 이곳 3가의 두 점포가 있었습니다만, 본점은 전쟁으로 불타고 여기 3가의 점포 하나가 (남게) 되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쇼와 일왕(히로히토)의 연호가 사용된 지 18년째인 1943년 무렵까지는 점포가 두 개였다가 미군 폭격 등으로 불타서 분점 하나만 남게 됐던 것이다. "전쟁 중에 중단 상태로 내몰려 정말로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침략 전쟁 당시 사장도 시련을 겪고 본점 건물도 훼손됐던 곳이 윤 대통령이 방문할 렌가테이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일제 강제징용 문제를 또 한번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하는 장소다.
그곳으로 윤 대통령을 안내하게 될 기시다 총리는 강제징용에 대해 깊이 생각해봐야 할 특별한 이유가 있는 사람이다. 그가 2015년 12·28 한·일 위안부 합의의 주역 중 하나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윤 정권을 압박해 2023년 3·6 강제징용 선언을 유도한 주역이기 때문만도 아니다.
기시다 총리의 할아버지인 기시다 마사키(1895~1961)는 이토 히로부미가 창당한 입헌정우회의 공천을 받아 1928년 중의원에 진출한 6선 의원이었다. 그는 중일전쟁 시기인 고노에 후미마로 내각(1937~1939) 때는 해군참여관을 지내고, 제2차 대전 시기인 고이소 구니아키 내각(1944~1945) 때는 해군 정무차관을 지냈다.
기시다 마사키는 장관급은 아니었지만 침략 전쟁 시절의 일본군과 관련된 고위 인사였다. 그는 당시의 렌가테이 사장과 정반대 위치에 있었다. 일본 국민을 전쟁으로 동원하는 위치에 있었던 것이다. 그의 손자인 기시다 총리가 16일 저녁 렌가테이에서 숙연한 마음으로 식사해야 할 이유다.
한국·오키나와·대만·중국 등지뿐 아니라 일본에도 제국주의 침략 전쟁의 흔적이 당연히 남아 있다. 1945년 이전의 일본 민중과 일본 땅도 제국주의 전쟁의 피해를 받았다. 한국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한을 함께 억누른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2차 장소로 잡은 식당도 그런 피해를 입은 곳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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