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리비우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로베르타 메솔라 유럽의회 의장이 회담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EU가 확장일로를 걷는 동안, 세계도 변했다. 한국과 같은 모범적 후발 주자의 경제력은 다수의 유럽 국가를 압도하기 시작했고, 중국은 유럽을 넘어 미국과 함께 주요 2개국(G2)을 이루게 됐다. 안보 위협뿐 아니라 경제 분야 경쟁력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영구적 평화와 번영을 꿈꾸던 유럽이 이제 안보, 환경, 에너지, 민족 갈등, 난민 등 전반에 걸쳐 새로운 도전들 앞에 서게 됐다. 지금까지 유럽이 가져온 비전을 더 강화, 보완해야 할지, 그렇지 않으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모색해야 하는지 기로에 놓인 것이다.
무엇보다 확장의 조건과 목적이 문제로 지적될 수 있다. NATO의 확장은 무엇을 위한 확장인가? 유럽 국가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NATO 가입이 원천 배제되고 있는 나라가 러시아다. 러시아는 과거 소련 당시 니키타 흐루쇼프 서기장이 NATO 가입을 신청한 바 있다.
소련 붕괴 후 보리스 옐친, 블라디미르 푸틴 두 러시아 대통령도 하나 같이 NATO 가입을 희망했었다. 그러나 번번이 서방 세계는 거절하고 러시아를 모든 유럽의 적으로 고립시키는 전략을 바꾸지 않았다.
혹자는 주장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듯 러시아는 서방세계의 위협 세력이라고. 소련 당시에도 그랬고, 지금도 변하지 않는 것은 러시아의 호전적 자세라고. 하지만 러시아를 호전적으로 만든 것에는 서구 세계의 책임도 한몫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수많은 민간인을 학살했고, 유럽을 공포로 몰아넣었고, 전 세계 식량, 에너지 공급망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푸틴 대통령은 전범이고 가능하다면 국제법에 따라 처벌해야 한다(물론 러시아가 붕괴하지 않는다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다만 범죄자 처벌과 별도로 범죄가 발생하는 요인에 대한 반추도 함께 해야 한다는 점이다. 유럽과 미국은 왜 번번이 소련/러시아의 NATO 가입을 거부했을까? 왜 흐루쇼프, 옐친, 푸틴의 친유럽적 전향적 자세를 모멸감과 분노로 바꾸고 말았을까?
EU도 크게 다르지 않다. EU는 현재까지는 느슨한 결합체이고 화폐 통합도 전체 회원국을 대상으로 하지 못하고 있다. (EU 27개국 가운데 유로존은 20개국) 하지만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자주 주장하듯 언젠가는 EU 방위군이 창설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학문, 문화, 예술의 다양성 추구와 반대 방향으로 정치, 외교, 국방은 하나를 지향하고 있는 것이 EU이다. 따라서 EU에 합류한다는 것은 훗날 잠재적 거대한 군사력에 합류하는 것을 의미한다. 유럽군이 창설될 경우 NATO와의 관계 재설정은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미국의 재정적 부담이 줄어드는 것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를 배제한 EU의 확장은 러시아에 거대한 압박일 수밖에 없다.
우크라이나의 중립화는 소련 붕괴 직후부터 서유럽과 러시아가 암묵적 약속을 한 사항이다. 그 때문에 우크라이나의 비핵화도 어느 쪽의 저항도 없이 이뤄질 수 있었다. 소련 붕괴 직후인 1994년 이뤄진 우크라이나 비핵화 협정(부다페스트 안전보장 각서)은 미국과 러시아의 의견이 일치해 가능했다.
미국과 EU가 소련 해체 이후 러시아를 방치 또는 고립시킨 것이 무능에서 기인했든 의도적이든 그 결과는 30년 만에 엄청난 재앙으로 나타났다. 우크라이나 전쟁 1년을 맞은 시점에 전쟁의 귀책 사유와 별도로 역사적 책임도 함께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귀책 사유가 어디에 있든 그 피해는 우리 모두의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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