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는 공적 글쓰기 훈련장이자 마음껏 쓰고 실패하고 또 써도 좋은 안전한 놀이터다. 꾸준히 쓰다 보면 수상의 영광도.
최은경
"평범한 사람들이 쓴 특별한 글"
실제로 성과도 거두었다. 학인들 중에는 시민기자로 꾸준히 글을 쓰다가 출간을 제안 받고 첫 책을 낸 사례가 꽤 있다. 그걸 볼 때 무척 뿌듯하다. 그들이 저자가 되어서가 아니다. 사실, 저자가 되는 건 행복해지기보다 (일시적으로) 불행해질 확률이 높다. 그토록 힘들게 썼으면 여기저기서 인터뷰도 하자 하고 북토크도 열어주고 해야하건만, 세상은 내 책에 무관심 하고 저자가 되었다고 해서 당장 일상에 변화가 생기진 않는다.
하지만 결과와 무관하게 과정은 남는다. 학인들이 수업이 끝나도 시민기자 활동으로 이어가며 성실하게 글을 쓰고 더 자기답게 변해 가고 제 좁은 울타리를 넘어 시야를 넓혀가며 크게 살아가고 있다.
블로그의 나만 보는 '비밀 글'에서 풀려나, 즉 남들이 내 글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환영에서 벗어나, 공개 플랫폼에서 행하는 글쓰기는 그런 일을 한다. 자기 생각과 입장이 있는 사람, 목소리를 가진 시민으로 만든다.
이오덕 선생님은 "일하는 사람이 글을 써야 세상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이 문장은 지난 13년 간 글쓰기 수업에 임하는 나의 지침이다. 그리고 수업에서 나온 우리만 보기 아까운 글들을 '오마이뉴스'를 통해 세상 밖으로 흘려보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느 학인은 말했다. "평범한 사람들이 쓴 특별한 글을 읽었더니 특별한 사람들이 쓴 평범한 글을 못 읽겠어요."
그렇다. 사는 이야기는 시시하지 않다. 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집안의 노동력으로 성장기를 보낸 어머니의 서사, 치킨 다리는 아들 차지가 되었던 밥상, 공부 안 하면 배달이나 하고 살게 된다는 수근거림, 콜센터 노동자를 닦달하고 큰 소리부터 치고보는 버릇, 그래도 애를 낳아봐야 어른이 된다는 믿음 등등. 잘 들여다보면 일상에서 오가는 말과 행동은 가부장제와 능력주의를 승인하고 차별과 혐오를 미세먼지처럼 퍼뜨린다.
나의 글쓰기 책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에서도 썼다. "너도 나도 쓰고 말하고 듣고 생의 경험을 교환하다보면 사적인 고민은 공적인 담론을 형성하고, 일상에 먼지처럼 숨어 있는 억압의 기제와 해방의 잠재성을 발견할 수도 있다"고 말이다. "다른 삶의 방식을 이해할 능력은 없지만 비난할 능력은 있는 사람만을 양산하는 척박한 현실에서, 책과 글쓰기가 아니라면 우리는 무엇으로 인간 이해의 심층에 도달할 수 있을까."
그동안 지면이 주어지지 않아서 한국사회 '발화 권력'으로부터 소외되었던 더 많은 이들이 시민기자가 되어 일상에서 보고 듣고 겪은 일상을 풀어내면 좋겠다. 흘러다니는 온갖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존엄을 해치는 말에 화를 내고, 경험에 의미를 부여하고, 좋은 삶을 만들어내는 삶의 수공예가가 많아지길 바란다.
나는 어디선가 좋은 글을 보면 눈이 번쩍 뜨여 말하고 있을 것이다.
"오마이뉴스에 글을 보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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