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2.21 15:39최종 업데이트 23.02.21 15:39
  • 본문듣기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비엔나) ⓒ 경신원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비엔나)은 2022년 세계에서 살기 좋은 도시(The Global Livability Ranking) 1위를 차지한 도시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의 자매회사인 경제분석 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매해 세계 172개 도시를 대상으로 ▲ 안정성 ▲ 의료 ▲ 문화와 환경 ▲ 교육 ▲ 기반 시설에 대한 평가를 통해 순위를 결정하고 있다.

빈의 면적은 414.9km²로 서울(605km²)보다 작지만, 2020년 1월 기준 빈의 인구는 약 191만 명으로 동기간 서울의 인구 약 973만 명과 비교해 현저히 적다.


빈 시민들은 도시 전체의 50%나 되는 풍부한 녹지환경과 갤러리와 박물관, 오페라극장, 다양한 건축물 등의 문화시설, 지하철, 버스, 트램 등의 편리한 대중교통시설 덕분에 차 없이도 어디든 다닐 수 있고, 깨끗하고 안전한 거리환경 속에 자유롭게 걸어 다니며 도시를 즐기고 있다.

뿐만 아니라 빈은 전 세계에서 가장 적정한 가격에 주거가 가능한 도시다. 세계적인 컨설팅 기업 머서가 실시한 2020년 전 세계 생계비 조사(2020 Cost of Living Survey) 결과를 살펴보면, 주거비용이 세계의 다른 대도시와 비교하여 높지 않다. 주거비용이 가장 높은 도시는 홍콩이며, 뉴욕 7위, 싱가포르 8위, 도쿄 9위, 서울 14위, 런던 15위, 그리고 빈 21위이다.

빈의 주거비용이 다른 대도시에 비하여 높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시민들이 안심하고 거주할 수 있는 양질의 저렴한 임대주택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2020년 1월 1일 현재 빈 시민의 자가보유율은 21%로 동기간 서울의 60.6%에 비하여 매우 낮은 편이다.

빈의 공공임대주택과 비영리 주체가 공급하는 주택인 사회주택의 비율은 60%로 오스트리아 평균 23%보다도 훨씬 높은 편이다. 유럽의 어떤 도시보다 사회주택의 비율이 높다.
 

2020년 1월 1일 현재, 빈의 가구보유형태 ⓒ 빈시


다양한 계층에 양질의 저렴한 주택 공급

오스트리아도 유럽의 다른 대도시들과 마찬가지로 19세기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도시로 급격하게 밀려드는 인구 대비 주택의 수가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주거환경은 매우 열악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주택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19세기 중반 설립된 비영리 주택협회에 의해 대부분의 주거환경 개선사업이 이루어졌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주거를 위한 공공기금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민간임대사업자들의 수익에 대한 제한 및 적정 임대료 규제, 그리고 주거복지 기금 등이 설립되면서 오스트리아 주택정책의 기초가 마련되었고, 공익을 위한 주택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 시작되었다.

1970년대와 80년대를 거치며 대부분의 유럽국가가 재정위기를 겪으면서 공공임대주택의 재고량을 감소시키는 주택정책을 시행했던 것과는 반대로 오스트리아는 여전히 주택을 '상품(사는 것)'이 아닌 '공공재(사는 곳)'로 간주해 경쟁력 있는 비영리 주택협회와 함께 양질의 사회주택을 확대 공급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정부는 사회주택 건설을 위해 '주택촉진계획'을 수립하여 비영리 주택협회에 저렴한 토지공급, 건설비용을 위한 장기, 저금리 공적 보조금과 주택담보대출 등의 금융지원을 해주고 있다.

사회주택 입주조건은 18세 이상이어야 하며, 빈 거주기간이 최소 2년 이상, 오스트리아 국적 또는 비자 소지자이며, 규정 이하의 소득이어야 한다. 사회주택은 31세 이하 청년, 한 부모 가정, 65세 이상 고령자 혹은 장애인에게 입주 우선권이 있다.

1920년대 초반에 시작한 빈 공공임대주택 프로그램은 양질의 저렴한 주택을 다양한 계층에게 공급하는 것이 목표였다. 공공임대주택 단지의 쾌적한 주거환경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였고, 거주자들을 위한 편의시설인 유치원, 학교, 도서관, 커뮤니티 시설 등을 공공임대주택 단지에 공급하였다.

빈 사회주택정책이 성공한 이유
 

훈데르트바서하우스 ⓒ 경신원


빈 공공임대주택 거주자들은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받으면서도 임대료 부담이 적다. 소득이 오르더라도 임대주택에서 계속 거주할 수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다양한 계층 간의 소셜믹스가 가능한 장점이 있다.

다만 소득에 따라 임대료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빈시는 사회주택의 주거환경 수준을 유지하기 위하여 지속적으로 보수 및 수선을 하고 있으며, 사회주택에 대한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여러 가지 시도를 해오고 있다.

빈 시내에 위치한 훈데르트바서하우스는 미술가, 환경운동가, 건축가인 훈데르트바서가 리모델링한 공공임대주택이다. 1980년대 빈시는 심각한 주택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가의 임대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하면서 공공임대주택의 질적인 하락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빈시는 훈데르트바서에게 공공임대주택 디자인을 의뢰했다. 52가구의 주택과 5개의 상업시설이 있는 공공임대주택은 어린이 놀이터, 윈터가든 등 주민을 위한 편의시설과 풍부한 녹지공간, 바닥, 창문, 계단, 문손잡이까지 어느 하나 같은 모양이 없는 곳으로 빈의 특색있는 공간이 되어 방문객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곳이 되었다.

빈의 사회주택은 다양한 소득계층이 살아가는, 누구나 거주하고 싶은 주거 공간이다. 빈의 사회주택정책이 성공한 이유는 자가 보유율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 아니라 주택이 가진 사회적인 가치를 우선시하고 국민들이 살아갈 수 있는 적절한 '주거환경'과 '주거안정'을 보장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또한, 이에 대한 국민적인 합의를 바탕으로 민간과 공공, 비영리 단체, 금융기관 등의 다양한 영역에서 공공의 이익을 위해 상호협력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독자의견


다시 보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