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고 휘어진 열 손가락 마디마디마다 농부로 살아온 삶의 흔적이 그대로 남았다
최육상
시골 농촌이 도시에서 동경하는 것처럼 더없이 정겹고 살갑고 고즈넉한 것은 아니다. 고달픈 땅에서 힘겨운 노동을 해야 한다. 온몸으로 삶을 지탱해야 한다. 어르신들 이마에 깊게 팬 주름살을 보면 견뎌온 삶이 얼마나 팍팍했을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전체 인구 2만7000명가량의 작은 시골 농촌인 순창군 주민들은 모두 하루를 부지런히 열심히 살아가신다. 다만 어느 지역이나 마찬가지겠지만 몇몇 기득권들이 군 전체를 쥐락펴락하고 있는 부당함과 부조리함도 존재한다.
나는 매일 <오마이뉴스> 기사를 접하면서, 순창군 주민들의 이야기를 '복작 복작 순창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3년째 연재하고 있다. 나고 자란 평생동안 순창을 단 한 번도 떠나본 적 없는 사람의 이야기도 전했고, 평생을 누굴 탓한 적 없이 오직 자신이 흘린 땀방울을 믿고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도 다뤘다(
연재 바로 가기 https://omn.kr/1s7wm ).
<오마이뉴스>에 순창 사람들의 소박한 이야기를 담는 이유가 있다. 비록 볼품 없고 보잘것없는 이야기일지언정 <오마이뉴스>를 통해 널리 알려지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소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조금 더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30대, 어느 날이었다. 최명희 작가의 장편 대하소설 <혼불>을 읽다가 주인공 경태의 말에 잠시 멍해졌던 기억이 있다. 소설 속에서 경태는 이런 말을 했다.
"오래오래 비루한 행복에 빌붙어 사느니, 피가 우는 대로 살아볼 생각이다."
책을 읽을 당시에는, 피가 울만큼 세상을 정말 정의롭고 치열하게 살아야 한다는 의미로 들렸다. 시간이 흘러, 서울을 벗어나 시골 농촌에 거주하면서 만난 주민들의 팔뚝에는 대개 굵은 혈관이 울퉁불퉁 솟아 있다. "피가 우는 대로"는 정의롭고 치열하게 사는 것도 되지만, 묵묵히 삶의 터전을 가꾸어 가는 일도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더 구석구석 더 밝게... 시민기자와 함께
▲지난 2월 5일 순창군 동계면 정월대보름 달집태우기 행사에서 주민들이 댕기불을 들고 오른쪽 산마루 위 숲사이로 희미하게 내비친 달이 차오르기를 기다리고 있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은 세상을 향해 매일같이 불화살을 쏘아 올리고 있다.
최육상
"우리는 기자를 이렇게 정의합니다. '기자는 별종이 아니라 새소식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남에게 전하고 싶은 모든 시민들이다.' 우리는 그들을 '시민기자' 또는 '뉴스게릴라'라고 부릅니다. '뉴스게릴라들의 뉴스연대'가 바로 오마이뉴스입니다. 세상을 향해 불화살을 쏘아 올리는 전국의 뉴스게릴라들, 이들이 진정한 오마이뉴스의 주인공입니다."
나는 <오마이뉴스>가 정의한 시민기자로서 <오마이뉴스>와 계속 함께할 생각이다. 어둠을 밟고 가야 별이 빛난다. <오마이뉴스>가 꾸고 있는 꿈이 밤하늘 어둠을 잠재우는 숱한 별처럼 더욱 선명해졌으면 한다. 스물세 살 <오마이뉴스>가 불화살을 쏘아 올리는 시민기자와 함께 세상 구석구석을 더욱 밝게 비추길 기대한다.
▲스물세 살 <오마이뉴스>가 불화살을 쏘아 올리는 시민기자와 함께 세상 구석구석을 더욱 밝게 비추길 기대한다. 지난 2월 5일 순창군 정월대보름 행사에서 달집이 어둠을 불사르고 있다.
최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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