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2년 8월 1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기후변화 대응과 의료보장 확충 등을 골자로 한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 맨친 상원의원, 척 슈머 상원의원, 제임스 클리번 하원의원, 프랭크 펄론 하원의원, 캐시 캐스터 하원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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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 후반부터 영국 노동당-녹색당 중심으로 구성된 그린 뉴딜 그룹은 미국 민주당 진보 세력과 선라이즈 등의 젊은 세대와 교류하고 있었고 바이든은 이를 받아들여 중도에서 개혁 및 시대 전환으로 방향을 틀었다(관련기사:
"우리가 민주당을 차지하자" 젊은이들의 의미있는 도발 https://omn.kr/1vptm).
전 세계 기후 운동계와 노동계가 환영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그 결과물이다. 기후 변화 문제를 중심으로 경제를 빠르게 재편하는 과정에서 최첨단 산업에 정부 보조금을 주고 동시에 자국 노동자 계층을 위한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하는 이 법안은 전체 7400억 달러(약 974조 원) 규모로 그 중 3690억 달러 (486조 원)가 기후 관련 예산이다.
아무리 급진적인 안이라도 미국이 하면 급진성이 무뎌지고 합리적이고 대세가 되는 마법이 다시 발휘되었다. 지난 12월까지도 자유 경쟁을 외치며 미국과 날을 세웠던 EU가 결국은 정부 보조금 경쟁을 수용했다.
정부 보조금 경쟁으로
EU의 완화된 태도는 지난 7일 프랑스 재무장관 브뤼노 르메르(Bruno Le Maire)와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 로베르트 하베크(Robert Habeck)가 미국 재무장관 재닛 옐런(Janet Yellen)과 가진 고위급 회담에서 분명히 나타났다. EU 측은 IRA가 "공격적"이고 "차별적"이라는 기존의 비판을 상호 공정한 경쟁을 위한 "투명한 법 집행" 요구로 완화했다. 옐런 장관은 그린 에너지 산업은 모두를 이롭게 할 충분한 공간이 있다며 EU의 방향 전환을 환영했다.
통상 갈등에서 경쟁으로의 태도 전환에는 미국 군사력에 의존해 전쟁을 하고 있는 현실이 물론 반영되어 있다. 하지만 미국에 꼬리를 내렸다고만 볼 수 없다. 이미 내부에서도 러시아 에너지 및 중국 경제 의존도에서 벗어나기 위해 보호 무역주의 색채가 있는 '유럽제품 구매법'과 '유럽 주권 기금' 등이 언급되고 있었다(관련기사:
국익 걸고 미국과 담판… 윤석열 정부는 없었다 https://omn.kr/21sd5).
EU의 국가 보조금 수용은 2월 1일 발표된 그린딜 산업 계획(Green Deal Industrial Plan)에 나타나 있다. 21쪽짜리 문서로 4가지 축으로 구성되어 있다. ▲ 규제 환경의 단순화 ▲ 보조금이 빨리 지급되도록 할 것 ▲ 기술 교육 ▲ 국제 공급망을 원활히 하기 위한 열린 무역이다. EU측은 2월 토론 절차를 거쳐 3월 중순에 탄소중립 산업 법안(Net-zero Industry Act)으로 상정할 계획이다.
3월 초까지 진행될 토론의 핵심 의제는 국가 보조금과 자유 시장이다. 위 산업 계획안에 따르면 각 국가는 핵심 기술 분야에 한해 자국 기업에 국가 보조금을 줄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독일과 프랑스만큼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는 국가가 없다. 이 점을 보완할 목적으로 EU는 EU 차원의 기금을 조성해 회원국에 보조금을 지급하고자 한다.
두 가지 모두 난관이 예상된다. 절대적으로 독일과 프랑스에 유리한 국가 보조금 정책은 EU 단일 시장을 이 두 국가의 놀이터로 만들 위험이 있다. 게다가 이미 독일은 전쟁 이후 에너지 관련 2천억 유로를 자국민에게 보조금으로 지급해 단일 시장의 자유 경쟁 원칙을 해쳤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EU 공동 기금의 경우 전쟁 이후 안보 기능까지 확대한 EU에 힘을 더 실어줄 가능성이 농후하다.
▲2021년 7월 14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탄소배출 감축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는 이날 역내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최소 55% 감축하기 위해 탄소국경세를 도입하고, 2035년부터 EU 내 신규 휘발유·디젤 차량 판매를 사실상 금지하는 내용 등을 담은 정책 패키지를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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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되는 반발에 EU 집행위원장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Ursula von der Leyen)은 "한 세대에 한 번 올까말까 한 기회"라며 중요성을 설명했다. 미국, 영국, 중국 등 보조금 정책을 계획하는 국가들을 나열하면서 유럽에 기반한 산업들이 떠날 가능성을 언급하며 첨단 기술 분야에 국한된 보조금 정책의 정당성을 호소했다.
대서양 쪽 변화가 시장 중심의 자유 무역이 깨지는 과정인지 아니면 일부 국가 보조-자유 무역 구조가 유지되는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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