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 자료사진.
픽사베이
그러나 기획여행이라도 공식 일정이 아닌 자유시간에 발생한 사고는 조금 다르다. 이때는 여행자 스스로 좀 더 안전에 신경을 써야 한다.
D씨와 E씨는 동호회 회원들과 베트남 패키지여행을 가게 되었다. 주된 일정은 현지 인솔자 F씨가 함께했다. 뜻하지 않은 비극이 발생한 건 저녁 식사를 마친 심야 자유시간 때였다.
일행들은 D씨와 E씨 두 사람이 보이지 않자 F씨에게 도움을 청했다. F씨는 숙소 인근 해변에서 밤늦게 물놀이를 하는 두 사람을 발견하고선 "위험하니 빨리 나오라"고 경고했다. F씨의 만류에도 계속 물놀이를 하던 두 사람은 파도에 휩쓸려 익사하고 말았다.
이때도 여행사의 책임이 인정될까. 하급심(1심과 2심)은 "그렇다"고 했다. 이유를 요약하면 이렇다. '여행업자는 여행객들에게 위험한 장소에 접근하지 말거나, 위험한 행동을 하지 않도록 예방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도 F씨 등 가이드들이 현지 바다의 위험성에 대해 제대로 교육을 한 적이 없다. 더구나 위험한 물놀이를 하는 모습을 보고도 현장을 이탈하였다. 이러한 여행사 측의 과실이 사고 발생의 한 원인이 되었으므로 여행사도 일부 책임이 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안전배려의무 위반이 인정되려면 ① 사고와 기획여행업자의 여행계약상 채무이행 사이에 직·간접적으로 관련성이 있고, ② 사고 위험이 여행과 관련 없이 일상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야 하며, ③ 여행업자가 사고 발생을 예견했거나 할 수 있었음에도 위험을 미리 제거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다 하지 못했다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보았다.
여행사나 가이드는 어디까지 조치를 취해야 할까. "여행 일정에서 상정할 수 있는 모든 추상적 위험을 예방할 수 있을 정도일 필요는 없고, 개별적·구체적 상황에서 여행자의 생명·신체·재산 등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통상적으로 필요한 조치면 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설명이다.
쉽게 말해, 야간 자유시간에 물놀이를 하는 여행자에게 가이드가 "위험하니 중단하라"는 경고를 했다면 충분한 조치를 취했다고 본 것이다. 야간 해변 물놀이가 여행 일정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고, D씨 등은 물놀이의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는 성년자라는 사실도 감안했다. 결국, 이 사고에서 '여행사의 책임은 없다'는 판결이 확정했다.
패키지여행 대신 개별적으로 예약대행업체를 통해 현지 투어 프로그램만 예약하는 사람도 있다. 그 후 프로그램에 참가하여 현지에서 사고가 난 경우는 어떻게 될까. 이때는 예약 업체에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 업체가 약관 등을 통해 단순 대행 서비스임을 명시하고 예약만을 대행해주었다면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판례가 있다.
여행계약 해제, 언제든 가능하나 손해배상해야
정리하자면, 여행사는 기본적으로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하기 때문에 여행 중 발생한 안전사고에 책임을 지는 것이 원칙이다. 또한 여행에 하자가 있는 경우(숙박, 식사, 관광내용, 일정 등이 여행일정표와 불일치하는 경우) 여행자는 하자시정·대금감액을 요청하거나 때에 따라서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 여행자가 계약 내용에 포함되지 않은 자유일정 중에 발생한 사고나 ▲ 여행사 등이 예약만을 대행해준 현지 프로그램 참가 중 발생한 사고는 여행자가 직접 책임을 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참고로, 해외여행에는 특약이 없는 이상 '민법', '여행 표준약관',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이 적용된다. 여행자는 여행 시작 전에는 언제든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다만 여행사에 발생한 손해는 배상해야 한다(여행 당일 통보 시 통상 국내는 30%, 해외는 50% 배상).
그러나 부득이한 사유로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는 경우는 면책된다. 부득이한 사유란 ▲ 안전을 위해 쌍방이 합의한 경우 ▲ 천재지변, 정부의 명령 등으로 여행이 어려운 경우 ▲ 여행자의 3촌 이내 친족 사망 ▲ 여행자 본인의 신체 이상 ▲ 배우자·부모·자식이 신체 이상으로 3일 이상 입원해 여행 출발 시까지 퇴원이 곤란한 경우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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