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메뉴의 '셀렉트 다이닝'이 가능한 가평휴게소
K-휴게소
2022년은 대한민국 휴게소 역사에서 또 다른 이정표가 될 전망입니다. 매출 1위 휴게소가 바뀐 해이며, 처음으로 양방향 휴게소가 아닌 한방향 휴게소가 매출 1위가 된 해이기 때문입니다. 그 주인공은 서울양양고속도로에 위치한 가평휴게소(춘천방향)로 이 휴게소의 2022년 매출은 450억 원(부가세 포함)으로 영동고속도로에서 양방향 이용이 가능한 덕평휴게소의 439억 원을 넘었습니다.
비결은 매장 구성에 있었습니다. 휴게소의 미래가 '로드샵'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간파한 가평휴게소는 2021년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거쳐 다양한 프랜차이즈 매장을 입점시키고 다양한 메뉴를 선택할 수 있는 '셀렉트 다이닝'을 구현했는데 이것이 젊은 소비자에게 어필한 것으로 보입니다.
'셀렉트 다이닝'이란 최근 국내 외식업계 최고의 이슈로 다양한 외식 업소를 하나의 몰에 선보이는 '푸드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 소비자는 자신이 원하는 메뉴를 취향껏 고를 수 있으며 연인이나 가족이 모여 각자가 고른 메뉴를 맛보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습니다.
비록 프랜차이즈 매장 입점으로 휴게소 음식 가격의 부담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휴게소를 이용하는 소비자층은 다양합니다. 사실 휴게소 이용객이 분노하는 것은 비싼 가격의 프랜차이즈 매장이 아니라 브랜드도 아니면서 고급 프랜차이즈 수준의 가격을 요구하는 휴게소의 횡포입니다.
결국 휴게소 식당에서 이탈한 소비자를 되돌리기 위해서는 가격 인하가 유일한 해결책이 아닙니다. 게다가 음식값 10% 정도의 인하로 무슨 고객 감동이 되겠습니까? 지금처럼 물가 인상이 계속되고 임대료를 계속 올리는 휴게소 시스템에서 10%의 가격 인하는 얼마 유지되지 못할 것이 분명합니다.
새로운 휴게소 모델
그렇다면 휴게소 식당에 대한 서로 다른 소비자 기호를 만족시킬 대안은 없을까요? 먼저 휴게소에서 식사해야만 하고 식사가 필수인 고객층을 위한 '표준메뉴'를 만들어 '표준가격'에 전국 휴게소에 보급하는 것입니다.
'표준메뉴'라 함은 한식, 양식, 우동, 라면처럼 소비자가 주로 이용하는 메뉴에서 대표적인 음식을 하나씩 선정해 동일한 레시피와 원가 체계를 만든 후 전국 휴게소 공통메뉴로 판매하고 관리하는 것입니다. 이미 도공은 'EX라면'이라는 이름으로 이런 시도를 했었고 좋은 반응을 거둔 적이 있습니다. 이 방법이 아니고서는 전국에 흩어져 있는 220여 휴게소의 모든 음식을 일괄적으로 관리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렇게 될 경우 전국 어느 휴게소를 이용하더라도 가격과 품질이 일정한 음식이 준비되어 있으므로 고객이 잘 알지 못하는 메뉴를 선택해 맛에 실망하고 비싼 가격에 분노할 일은 없을 것입니다.
한편, 코로나 기간에도 불구하고 진영복합휴게소, 가평휴게소의 획기적인 매출 증가에는 새로운 휴게소 모델의 단초가 담겨 있습니다. 1970년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고속도로 휴게소가 도입될 당시 정부주도, 정부관리 휴게소가 '제1세대 휴게소'라면, 1995년 휴게소 민영화를 거쳐 정부관리, 민간운영의 휴게소는 '제2세대 휴게소'라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기대되는 '제3세대 휴게소'는 자율관리, 고객중심 운영을 기본으로 시중과 차별 없는 서비스와 상품, 다양한 프랜차이즈의 몰을 지향해야 합니다. 물론 다양한 매장을 입점하기 위해서는 대형시설이 요구되므로 대규모 복합휴게소가 중심이 될 것입니다.
이와 달리 지방에 있거나 소규모 휴게소는 '표준메뉴'를 중심으로 품질과 가격의 하한선을 지키고 휴식, 화장실, 화물차 쉼터와 같은 공공서비스 제공을 최우선에 놓고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결국 새로운 휴게소 모델이란 단지 휴게소의 외형과 규모를 달리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고속도로라는 독점상권을 무기로 차별을 남발했던 과거와 단절하고 차별 없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휴게소 영업 관리 모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록 지금은 휴게소 음식에 담긴 소비자 불만이 가격 인하, 품질 개선, 메뉴 추가가 전부인 것처럼 보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근본에는 "왜 소중한 돈을 내고도 불편한 소비, 차별받는 서비스를 받아야만 하는가"라는 소비자의 분노가 있습니다.
고속도로 휴게소 역시 '공정함'에 대한 국민적 열망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차별 없는 공정한 가격과 서비스가 지금 휴게소 앞에 놓인 '시대정신'인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