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누드모델협회 하영은 회장의 자서전 <나는 누드모델입니다>
라곰
한국 최초의 누드모델협회인 '한국누드모델협회'의 설립자이자 35년 경력의 누드모델인 하영은 대표님은 1988년에 누드모델 일을 시작하셨다.
누드모델이 겪는 부당한 대우와 편견에 당당히 맞서기 위해 협회를 조직한 선생님은, 화실에서 명함을 나누어 주면 '이런 걸 집에 들고 가면 술집 여자한테 명함을 받은 걸로 아내가 오해한다'며 눈 앞에서 명함이 찢겨 버려지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세미누드를 찍기 위해 직업 모델이 아닌 일반인이 포토그래퍼를 고용하는 시대이다. 여기서 직업 누드모델의 두 번째 어려움이 생긴다. 돈을 주고 찍을 만한(또는 그릴만한) '벗은 몸'으로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것이다.
보통 직업을 표현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복장(제복)을 입는 것이다. 군인, 경찰, 소방관, 의사 등이 대표적이다. 누드모델에게는 제복이 없다. 나체가 너무도 흔한 시대에, 누드모델의 자격을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
내가 생각해 낸 전략은 모델-되기를 하나의 퍼포먼스로 이해하는 것이다. 무대(모델다이)에 올라 가운을 벗기 전, 교실 문에 노크를 하고 들어갈 때부터 퍼포먼스는 시작된다. 프로페셔널한 애티튜드 유지가 그 퍼포먼스의 핵심이다.
가운은 길고 부드러운 걸로, 배경음악은 수업 종류에 따라 신중하게 미리 선곡, 스피커는 저음이 강한 고가 제품으로. 음악이 갑자기 꺼질 때도, 타이머가 말을 안 들어도 허둥대면 안 된다. 손이 떨리는 건 막을 수 없어도 표정은 평온하게 유지할 것, 물을 마실 때도 벌컥벌컥이 아니라 가볍게 목을 축이듯이. 벌거벗은 건 별 일도 아니라는 듯이 말이다.
책 <다른 방식으로 보기>(1972)에서, 존 버거는 '누드란 복장의 한 형식이다'라고 설명한다. 무대 위에서 누드모델이 입을 수 있는 복장은 단 하나, 바로 태연함이다.10년이 지나고서야 비로소 태연하게, 나는 말한다.
"엄마, 내 직업은 남 앞에서 옷을 벗는 일이야, 이게 내 천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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