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1.24 14:39최종 업데이트 23.01.24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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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인 1일 오전 강원 춘천시 숨은 해돋이 명소인 북산면 부귀리 건봉령 승호대에서 젊은 청년들이 새해 소원을 빌며 우정을 쌓고 있다. ⓒ 연합뉴스


2011년 <경향신문>의 특별 기획 시리즈 '복지국가를 말한다'에서 미래를 계획하는 것이 불가능한 우리 사회 청년들을 호명하는 신조어, '삼포세대'가 처음으로 사용되었다.

삼포세대는 대학 졸업과 동시에 학자금 대출금을 갚아야 하고, 높은 청년 실업률을 뚫고 어렵게 취직했다 하더라도 소득 대비 터무니없이 오른 집값과 생활비 등의 이유로 연애와 결혼, 출산에 대한 꿈을 포기한 청년세대를 일컫는다. 이후, 청년들의 불안정한 사회적 위치를 표현하는 용어가 '오포세대(삼포+인간관계+내집마련)', '칠포세대(오포+ 꿈+희망)', '구포세대(칠포+건강+외모), 심지어 'N포세대(모든 것을 포기한 세대)'로 계속 재생산되고 있다.


우리나라 기본법상 청년의 연령은 19~34세로 정의되어 있다. 인생에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가장 꿈과 희망에 부풀어 있을 시기의 청년들에게 미래를 포기하게 만드는 현실은 1990년대 후반 아시안 금융위기와 2000년대 후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불안정한 경제 상황과 고용환경, 주거비 상승, 그리고 최근의 코로나19 팬데믹 등과 같은 외부적 충격에서 비롯된다.

지난 18일 서울시가 발표한 고립, 은둔 청년 실태조사 결과는 우리 사회에서 청년들이 직면한 현실적인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었다. 서울시에서 2022년 5~12월 7개월 동안 청년이 거주하는 5221가구 청년 6926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실시한 고립, 은둔 청년 실태조사 결과, 서울 청년 중 고립, 은둔 비율이 4.5%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서울 청년 전체 인구 292만 명에 적용할 경우, 약 12만 9000명이 고립, 은둔 상태로 추정되는 것으로 발표하였다. 고립, 은둔 청년이란 정서적, 물리적 고립 상태가 6개월 이상 지속된 경우로, 정서적 고립은 주위에 조언을 구하거나 부탁할 수 있는 지인이 전혀 없는 상태를 말하고, 물리적 고립은 가족, 친척 이외 사람과 대면 교류가 1년에 1~2회 이하인 상태를 뜻한다.

고립과 은둔의 상태가 왜 위험할까? '사회적 배제'로 표현되는 고립과 은둔 상태는 1990년대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사용된 용어로 현대사회에서 발견되는 다차원적인 빈곤의 상황을 나타낸다. 경제적인 결핍은 사회적으로 외부와의 단절을 유발하게 되며, 이러한 고립과 은둔의 상태는 저소득층의 빈곤한 상황을 더욱더 악화시키게 된다.

따라서 사회적 배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활발히 논의되는 이론이 '사회적 자본'이다. 사회적 자본 이론이 널리 알려진 것은 하버드대 로버트 퍼트넘 교수가 쓴 <나홀로 볼링>(Bowling alone)이라는 책이 1995년 출판되면서부터다.

로버트 퍼트넘 교수는 1950년대부터 점점 더 개인주의로 치닫는 미국의 상황과 극단의 개인주의가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과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사회적 자본이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회적 자본은 사회적 관계로 형성된 자본으로 이를 통해 공유된 사회적 규범, 가치, 신뢰와 상호협력 등을 통해 사회집단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청년들이 처한 주거 현실
 

[표 1] 청년가구 유형별 가구수 변화 출처: 한국보건사회연구원(2022), 국토교통부(각년도) 주거실태조사 마이크로데이터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청년들이 처한 주거 현실을 살펴보자. 청년가구의 구성은 크게 네 가지로 구분된다. 청년이 가구주가 되는 청년단독가구와 청년부부가구, 가구원으로 부모와 동거하는 부모동거가구, 그리고 가구주가 혈연이나 혼인에 의한 것이 아닌 기타동거가구다.

국토교통부가 매년 실시하는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청년가구는 2020년 기준으로 723.8만 가구에 이른다. 이 가운데 부모동거가구가 약 절반에 못 미치는 48%, 353.3만 가구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이 청년단독가구로 26.8%, 194.2만 가구다.

2014년부터 청년가구의 변화를 살펴보면, 청년부부가구의 감소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고, 청년단독가구가 급증하고 있다([표 1] 참조). 이는 독립적인 생활을 하는 청년들의 수가 증가하고 있는데 비해 비혼이나 만혼 현상이 강화된 것에 기인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림 1] 청년가구 유형별 점유형태(2020) 출처: 국토교통부(2020) 주거실태조사 마이크로데이터 ⓒ 국토교통부


청년단독가구의 점유 형태는 2020년 현재 보증부월세가 59.4%로 가장 높고 그다음이 전세(20.8%), 보증금 없는 월세(8.2%), 무상(5.9%), 자가(5.8%)의 순이다. 2018년과 비교하면 전세와 자가 비율이 증가했고, 상대적으로 보증부월세와 월세 거주 비율이 감소했다.

청년부부가구의 경우에는 자가가 42.3%로 가장 높고, 그다음이 전세(37%), 보증부월세(15.7%), 무상(4.4%), 보증금 없는 월세(0.7%)의 순이다. 2018년 대비 자가율이 오히려 48.4%에서 42.3%로 하락했고, 전세거주 비율이 5%p 증가하여 32%에서 37%로 상승했다.

기타동거가구는 보증부월세가 36.8%로 가장 높고, 그 다음이 자가(33.9%), 전세(18.4%), 무상(9.1%), 보증금 없는 월세(1.9%)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대비 보증부월세가 5%p 하락하여 41.8%에서 36.8%로 감소했고, 자가 비율이 5.03%p, 전세 비율이 2.9%p 증가하였다.
     
청년가구 중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는 청년단독가구와 기타동거가구에서 가장 많다. 청년단독가구의 9.6%, 18.6만 가구가 최저주거기준 미달이다. 2020년 기준으로 전국의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는 전체 가구의 4.6%, 총 92만 가구인데, 전체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의 약 20% 정도를 청년단독가구가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청년들에게 내 집 마련 기회
 

국토교통부는 전국 13개 시·도에서 청년 1265호, 신혼부부 1359호 등 총 2624호의 입주자를 모집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입주를 신청한 청년·신혼부부는 자격 검증을 거쳐 이르면 2023년 4월 초부터 입주할 수 있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의 한 매입임대주택. ⓒ 연합뉴스


청년가구의 월소득 대비 임대료 부담을 살펴보면, 모든 가구 유형에서 2010년대비 하락하는 추세를 보인다. 그러나 청년단독가구의 경우, 2010년부터 2018년까지 22.6%에서 18%로 감소하다가 2020년에 18.7%로 소폭으로 증가했다.

월소득 대비 임대료 과부담(월소득에서 임대료로 지불하는 비중이 30%를 초과하는 경우)가구의 비율 또한 모든 가구 유형에서 2010년 대비 하락하고 있으나 여전히 청년가구 중 약 75만 가구가 소득의 30% 이상을 주거비로 지출하고 있다. 가구 유형별로는 청년단독가구의 27%, 44.5만 가구, 청년부부가구의 18.3%, 13.6만 가구, 부모동거가구의 17.2%, 12.8만 가구가 주거비 부담이 과중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2022)의 보고서, '청년정책의 패러다임과 전략과제 연구'에 따르면, 주거비 부담에 대한 객관적 수치 이외에 주관적으로 느끼는 부담 정도를 살펴보면, 청년단독가구는 매우부담되다는 비율이 높고, 매우부담된다와 조금부담된다를 합한 경우에는 청년부부가구가 가장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가구의 주거지원에 대한 요구는 2020년 기준으로 청년단독가구와 기타동거가구에서는 전세자금대출을 가장 크게 느끼고 있으며, 청년부부가구와 부모동거가구의 경우, 주택구입자금 대출 지원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특이한 사항은 모든 청년가구 유형에서 공공임대주택 공급에 대한 요구가 낮아졌다는 점이다.

국토연구원에서 2021년 실시한 '2030 미혼 청년의 주거여건과 주거의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공공임대주택의 경우 주거비가 저렴하고 안정적인 주거가 보장되지만, 경쟁률이 높아 입주가 어렵고, 면적이 작고,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임대시장에서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전월세의 경우에는 매물이 많아 선택지가 많으며, 품질과 주거환경이 뛰어난 반면, 주거비가 비싸고 재계약의 어려움이 있다고 응답했다.

정부에서도 청년들이 처한 주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청년 공공분양 확대, 생애최초 주택구매자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완화, 저소득 독립청년 월세지원 등의 여러 가지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국토연구원의 조사에서 무주택 미혼 청년 중 77%가 '내 집을 꼭 소유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는 결과와 공공임대주택 공급에 대한 요구가 낮아진 점 등을 고려하여 전통적인 공공임대주택 공급의 방식에서 벗어나, 수요자의 요구를 반영하여 민간임대주택의 장점을 살린 다양한 형태와 디자인이 뛰어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여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인식을 감소시킬 필요가 있다.

또한 지분 소유가 가능한 부분 임대/소유의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도 모색해 볼 수 있다. 지분소유방식은 영국의 사회주택에서 사용되는 방식으로 개인의 경제적인 상황이 나아짐에 따라 자가 소유의 지분을 증가시켜 자가소유가 가능하게 되는 공공지원주택으로 청년들에게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열어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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