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에 시민들이 적은 수많은 추모글이 붙어 있다.
유성호
2023년 계묘년 새해를 맞았다. 과거와 달리 사람들이 새해를 맞아 희망과 덕담을 주고받기보다 현재 상황을 걱정하고 우려하는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있다. 걱정과 우려는 주로 안전, 안정과 미래 지속가능성에 관한 것이다.
안전은 인간의 생명에 관한 것이다. 개인의 생명이 위협받지 않는 상태를 누가 어떻게 보장할 수 있을 것인가? 생명이 끊임없이 위협받는 상태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만들어졌다. 어느 정도 코로나19가 약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 한복판 이태원에서 무려 159명이 목숨을 잃는 끔찍한 참사가 일어났다. 석 달이 가까워지지만 아직 조사도 끝나지 않았다. 아직까지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 무책임의 극치다.
또한, 지구적으로도 기후위기로 인류 전체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 산업화가 만들어 낸 결과물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류 절멸 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300년 산업화가 지구 온난화와 많은 생물의 멸종을 야기하고, 이제 인류 생존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모두 사람의 생명과 관련이 된다. 다음 세대는 온전하게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가? 누가 생명을 보장하는가? 국가가 관련되어 있지만, 두 가지 사례에서 국가는 무기력하고, 그 역할도 잘 드러나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또 다른 사회적인 요인들로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 자살, 교통사고와 산업재해가 그것이다.
2020년 한 해 1만 3195명이 자살로 사망했다. 하루 평균 36.5명이 자살한 셈이다. 자살 시도자는 그보다 더 많아 3만 3451명에 달했다. 하루 평균 91.6명이 자살을 시도했고, 그중 36.5명이 사망에 이르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이자 세계 최고 수준이다. 자살은 전 세계 사망원인 중 15번째에 해당하지만, 한국에서는 5번째로 중요한 사망원인이다. 빈곤, 불건강, 사회적 고립이 자살의 주된 원인이다.
산재사망자, 유럽의 3배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도 대단히 많다. 코로나19로 인하여 교통량이 줄어들기 이전인 2019년 교통사고 사망자는 3349명이다. 하루 평균 9.5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셈이다. 인구 10만 명당 6.5명꼴로 사망한 것이다. 이는 같은 해 독일의 2배, 일본의 2.1배, 스웨덴의 3배였다.
특히 한국의 노인은 인구 10만 명당 29.7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이는 전국 평균의 4배 이상이며 OECD 회원국 중 최고였다. 2021년 교통사고 사망자는 인구 10만 명당 5.2명으로 줄어들었으나,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률은 여전히 OECD 최고 수준이다.
한국의 경우, 일과 관련된 질병이나 사고로 사망하는 산재 사망자도 대단히 많다. 2021년 2080명이 일과 관련해 사망했다. 이는 2021년 인구 10만 명당 4.31명으로 유럽 1.46명의 3배에 해당한다. 전일제 노동자 비교에서도 한국의 산재 사망률은 영국의 4배, 일본의 2.6배, 싱가포르의 2.1배로 높았다.
노동시간이 길수록, 안전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완화될수록 산재 사망자는 늘어난다. 또한 위험의 외주화로 인해 원청기업 노동자보다는 하청업체 노동자,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산재 사망이 훨씬 많았다.
안정은 삶의 문제와 관련이 있다. 삶이 안정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안정적으로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고용안정은 소득안정을 낳고, 소득안정은 가족생활의 안정으로 이어진다.
이와 관련해 OECD에서 발표하는 평균 근속연수와 10년 이상의 장기근속 비율을 살펴보면, 한국의 고용 안정성은 지극히 낮다. OECD 통계에 따르면, 2021년 평균 근속연수는 프랑스 10.8년, 독일 10.9년, 이탈리아 13년이었다. 한국은 고작 5.8년에 불과하였다. 같은 해 10년 이상 장기근속 비율도 이탈리아 51.8%, 프랑스 42.4%, 독일 41.3%, 일본 47.8%(2017년)이었다. 한국은 이들 국가에 훨씬 못 미치는 21.3%에 불과했다.
정규직 고용보장 수준이 낮고, 고용이 보장되지 않는 비정규직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의 노동시장은 다른 OECD 회원국들보다 훨씬 더 유연하다. 최근 불황으로 금융권 구조조정 대상자에 만 40세까지 포함된 것도 고용 불안정의 단면을 보여준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등장한 "45세 정년"을 의미하는 "사오정"이 이제 더 이상 예외적인 일이 아니다.
실업으로 인한 소득 상실에 대비하는 제도가 실업보험이다. 국가가 실업자의 소득을 한시적으로 보장하는 실업보험은 19세기 말 유럽에서 도입했다. 한국에서도 이에 상응하는 제도를 1995년 고용보험이라는 이름으로 도입했으며, 외환위기에 따른 대량실업으로 1998년 1인 이상 전 사업장으로 확대했다. 그러나 아직도 비정규직의 절반 정도가 고용보험에 가입하고 있지 않다.
사각지대 많은 국민연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