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 채플린의 영화 <모던 타임즈>의 한 장면
찰리 채플린
ILO에서는 각국 정부가 노동시간 규제를 통해 이와 같은 다섯 가지 기준을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과도한 연장근로와 장시간 노동을 타파하는 것이 핵심이다. 공업부문 사업장에서 근로시간을 1일 8시간, 1주 48시간으로 제한한 1919년 ILO 협약 제1호가 바탕이 된다.
우리는 어떠한가. 정부는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의 권고안에 기초해서 현재 주 단위로 관리하는 연장근로시간을 월 단위 총량관리제로 변경하여 특정 주 연장근로가 12시간을 넘기더라도 허용하겠다고 했다.
문제는 새 노동시간 정책이 ILO의 존엄한 노동시간의 원칙과 5가지 기준을 모두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의 주 1일 휴일 보장, 근로시간 4시간당 30분 휴게시간 규정을 적용하면 1주 최대 69시간 근무가 원칙적으로 허용되기 때문이다.
일감이 몰리는 특정 주에 60시간을 초과하여 연장근무를 하고 나머지 주에 주당 40시간 근무한다면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지킬 수 있을까.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2~3주에 걸쳐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노동시간이 지속되면 노동자의 건강을 과연 보호할 수 있을까.
최근 사례만 보더라도, SPC 계열사 SPL 노동자의 사망사건의 배경에는 장시간 노동이 존재한다. SPL에서는 주 52시간 이상 초과근무를 위해 지난해 42일간 특별연장근로를 시행했다.(10월 20일 기준)
IT업계에서도 데드라인을 맞추기 위해 강도 높은 야근과 철야 근무를 하는 이른바 '크런치 모드'가 노동자 건강권을 위협한다는 우려가 계속 제기돼왔다.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공식집계만으로도 2021년 과로로 사망한 노동자의 숫자는 828명에 달한다. 존엄한 노동시간과의 거리는 아득하다.
수요 변동에 따라 몰아서 일해야 할 때 더 일하고 쉴 수 있을 때 더 쉬는 정책이 기업과 노동자 모두의 욕구를 충족할 수 있으려면 노동자들이 인간의 존엄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재충전, 휴식의 시간 및 사회적 시간을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
특정 주 연장 근로시간을 더 늘린다고 하더라도 그 상한을 엄격히 정하고 일일 최대 노동시간 규제를 통해 노동자의 최저 건강권과 휴식권을 절대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이는 11시간 연속 휴식만으로는 충족되지 않는다.
연장근로가 젠더 불평등 강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