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 모욕 댓글 사건
김용국
사건을 정리해보자. 연예인에게 '거품', '퇴물'이라고 말하는 건 부적절하지만 처벌할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호텔녀'와 같은 성적대상화 혹은 혐오 표현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판사들이 댓글에 사용된 단어 하나하나를 구구절절 따져야 할까 싶지만 이게 판사의 숙명이라면 숙명이다. 참고로, 이 재판은 7년이 넘게 진행돼 왔다.
당신의 의견은 어떤가. 법원의 판단에 수긍하는가. 그런데 법을 떠나서 더 근본적인 문제가 남았다. 무심코 단 악성 댓글이 누군가에겐 흉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연예인 하나 본보기 삼아 공식적 이지메"
최진실, 설리, 구하라 등 유명 연예인들은 생전에 악성 댓글로 인한 고통을 호소했다. 온라인에 무방비로 노출된 연예인들은 공적 인물이라는 이유로 성희롱, 조롱, 혐오, 비하 댓글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최근에야 연예인들도 민·형사상 절차를 통해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시작했다.
몇 년 전 연예인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비보가 몇 차례 이어지자 포털사이트는 연예, 스포츠 기사의 댓글창을 닫았다. 하지만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인터넷 카페, SNS에는 여전히 인신공격성 악성댓글이 나오고 있다.
특히 설리는 '마약', '노브라', '노출증', '관종' 같은 댓글과 싸워야 했다. 설리는 2019년 '악플의 밤'이라는 방송 프로그램에 나와 악플로 상처받은 심경을 직접 토로했다. 설리는 악플을 단 네티즌을 고소했다가 "동갑내기를 전과자로 만드는 게 미안"해서 고소를 취하한 일화를 전하기도 했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왜 그가 끊임없이 공격을 받아야 했는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싶어한 20대 여성이 도대체 대중들에게 무엇을 잘못했는지.
최근 온라인에는 성별, 종교, 성적 지향 때문에 혐오 표현 공세를 받거나 조롱을 당하는 일이 잦다. 연예인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일찍이 고(故) 신해철은 이런 현상을 "연예인 하나 본보기로 삼아 한 놈을 죽여 광장에 매달 때 가학의 쾌감에 취한 채 떳떳한 공식적 이지메의 파티"(넥스트, 개한민국 가사)라고 개탄하기도 했다.
당사자에게 고통을 주는 악성 댓글은 표현의 자유라는 외피를 쓴 흉기일 뿐이다. 인간에 대한 존중 없는 말초적인 댓글을 달 권리가 인격권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