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1.10 15:25최종 업데이트 23.01.10 15:25
  • 본문듣기

시니어공동체주택 '여백' ⓒ 김수동

 
고령화와 만혼, 비혼, 그리고 이혼 등의 영향으로 1인 가구가 우리 사회에서 전체 가구 유형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비록 1인 가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나,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22년 한국 1인가구 보고서: 한국 1인 가구 새롭게 들여다보기'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모든 연령대에서 향후 장기간 1인 생활을 지속하고자 하는 비율은 지속적으로 감소 중이다. 이는 1인 가구가 느끼는 외로움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특히 배우자와의 사별 등의 이유로 비자발적으로 1인 가구가 된 노년층의 경우 사회적 고립감으로 인한 우울 위험을 높이고 있다.

1인 가구뿐만 아니라 삭막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도시민들은 주거비 상승과 그로 인한 주거불안, 공동체 및 가족의 해체로 인한 고립감과 외로움 등의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이웃과 더불어 사는 삶을 추구하는 '공동체주택'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서울시는 공동체주택을 "입주자들이 공동체공간, 커뮤니티 공간과 공동체 규약을 갖추고 입주자 간 공동 관심사를 상시적으로 해결하여 공동체 활동을 생활화 하는 주택"으로 정의한다(서울시 공동주택 홈페이지, http://soco.seoul.go.kr). 셰어하우스, 코하우징, 그리고 코리빙 등과 같이 커뮤니티 공간을 갖춘 공동주택이 늘어나고 있으며, 정부에서는 시민들 스스로 공동체를 형성하여 주거뿐만 아니라 생활문화 자체를 바꿔 나가는 새로운 주거모델로서 공동체주택을 주목하고 이에 대한 지원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남원석, 박은철 2015).

공동체주택은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민간단체 등에 의해서 자가 또는 임대 방식으로 공급되고 있는데, 그 유형은 민관협력형(토지임대부), 민간임대형, 자가소유형 세가지로 구분된다.
 

공동체주택유형 ⓒ 서울시

 
공동체주택에 입주한 가구는 대부분 1인 가구이지만, 가족 단위를 대상으로 하는 공동체주택도 늘고 있다. 성미산 마을의 공동육아를 계기로 형성된 '소행주(소통이 있어 행복한 주택)'는 사생활은 보장하면서 생활문제의 공동해결과 지역사회 활성화를 지향하는 공동체주택이다. 입주민들은 출자부터 설계, 시공과 커뮤니티 조직 및 운영(갈등 해결 등) 과정의 전반에 참여한다. 소행주에서는 놀이방, 방과 후 학교, 품앗이 육아, 공동식사 등을 함께 함으로써 가사부담과 양육의 어려움을 덜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마을만들기 활동에도 참여하여 지역사회 활성화에 기여한다.

'하우징쿱 주택협동조합'이 공급한 '구름정원사람들'이라는 공동체주택은 은퇴 이후의 생활을 계획하는 40-50대 이상의 가구가 주축이 된 협동조합주택으로 마을 공동체의 회복을 꿈꾸는 곳이다. 북한산 등산로 시작점에 위치한 구름정원사람들은 여덟 가구 주민이 조합을 결성하여 토지를 매입하고 설계단계부터 직접 참여해 지은 집으로 전용면적은 60㎡(약 18평)로 넓지는 않지만, 각 층마다 안마당 같은 공용 테라스와 입주민들이 모두 모일 수 있는 사랑방, 공동 세탁실, 공동 보일러실, 지하 창고 등의 공용공간이 있다. 무엇보다 모든 세대가 북한산의 솔숲 전망을 바라볼 수 있도록 설계되어 집안에서 자연을 즐길 수 있다. 국내 첫 주택소비자협동조합인 하우징쿱은 중저소득층에게 친환경 자재를 사용한 질 좋은 주택을 싼값에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시작되었다.

더함플러스는 주거공유 문화와 공동체 주거 확산을 촉진하기 위해 설립된 소셜벤처 협동조합이다. 특히 노년을 맞이해야 하는 50+세대를 중심으로 공동체 주거, 은퇴 후 주거, 커뮤니티 관계 등에 대한 교육과 강좌를 진행해오고 있다. 더함플러스가 시니어 세대를 위한 공동체주택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도시의 중장년 1-2인 가구가 소규모로 모여 협동조합형 공유주택을 설립하여 함께 사는 공동체주거가 고령사회를 대비한 실용적 노후주거의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시니어 세대를 위한 공동체주택의 공급도, 수요도 많지 않은 상황이다.
 

더함플러스 공동체 공간 ⓒ 김수동

 
그 원인은 무엇일까? 더함플러스의 김수동 이사장은 <쫌 앞서가는 가족: 시니어 공동체주거를 생각한다>(2017) 책에서 우리 사회에 공급되는 공동체주택과 현재 시니어들이 처한 현실 사이에 커다란 간극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시니어의 경우, 사생활 보호가 될 수 있는 독립된 공간이 요구되며, 소득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월세를 내야 하는 임대주택이 아닌 자가소유형 공동체주택을 원한다. 하지만, 수도권에서 이러한 공동체주택을 시도하려면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늦은 나이에 낯선 이들과 공동체 주거를 해야 한다는 생각때문에 선뜻 결심을 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공동체주택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나타나는 주거와 관련한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하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에서 출발한 대안적 주거모델로 정부에서도 공동체주택 활성화를 위한 지원방안을 마련하여 공급의 확대를 추진 중이다. 그러나 공동체주택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공동체 형성으로, 이를 저해하는 공급자 중심, 물량위주의 정책은 지양되어야 한다. 공동체주택 수요자가 중심이 되어 주거공유의 목적에 따라 입주민들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커뮤니티를 구성하여 공동체주거의 장점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김수동(2017) <쫌 앞서가는 가족: 시니어 공동체주거를 생각한다>. 궁리출판.
남원석, 박은철(2015) '1인가구시대 맞춤형 주거해법' 사회임대형 공동체주택 활성화. 서울연구원.
박기용(2013) '"전세금으로 질 좋은 내집을" 국내첫 주택협동조합 떴다', 한겨레, 2013. 06. 13 기사
서울특별시 공동주택 홈페이지 http://soco.seoul.go.kr
최재봉(2015) '협동조합주택 '구름정원사람들' 이야기, 한겨레, 2015. 10. 30 기사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독자의견


다시 보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