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2.21 11:49최종 업데이트 22.12.21 11:50
  • 본문듣기
'일하다 죽지 않을 직장 찾기' 프로젝트정보공개센터
 
한국에서 가장 많은 노동자가 죽어간 '위험 기업'은 어디일까? 하루가 멀다고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게 현실임에도 이 단순한 물음에 답하기는 쉽지 않다. 산업재해에 대한 정보공개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고자 정보공개센터가 '일하다 죽지 않을 직장 찾기' 프로젝트(이하 일죽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일죽 프로젝트는 누구든 기업명을 검색하면 그 기업에서 발생한 산업재해 사망사고 내역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산업재해 사고에 따른 사망 여부뿐만 아니라 산업재해 형태, 행정조치와 송치 여부까지 공개되는 국내 유일 데이터베이스다.


정보공개센터는 일죽 프로젝트 홈페이지 제작을 위해 고용노동부 산업재해 다발 사업장 명단 공표자료, 고용노동부가 국회의원실에 제출한 연도별 중대재해 사업장 현황, <경향신문>과 <한국일보>가 입수한 재해조사 의견서 등 다양하고 방대한 산업재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취합했다.

그뿐만 아니라 사망사고가 일어났던 사업장에서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취업정보사이트 워크넷에 구인 광고를 올리면 해당 기업의 산업재해 사고 현황을 '일죽'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자동으로 포스팅하는 알림 기능도 넣었다.

정보공개센터는 일죽 프로젝트 홈페이지 공개와 함께 수집된 자료를 바탕으로 2017년부터 2021년 5월 31일까지 재해사고 발생 건수를 기준으로 '최근 5년간 중대재해 많은 위험기업' 상위 10개사도 분석했다. 안전관리에 있어서 원청의 책임을 강조하기 위한 산업재해 원하청 통합관리 제도의 취지에 따라 하청 업체에서 벌어진 사고 역시 원청 기업의 사고로 포함하였다.
         
정보공개센터 분석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가장 많은 재해사망자와 재해 사고가 발생한 곳은 브랜드 아파트 푸르지오와 푸르지오 써밋으로 유명한 대우건설이었다. 대우건설에서는 지난 5년간 24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해 무려 25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매년 5명의 노동자가 대우건설에서 일하다 목숨을 잃은 격이다.

두 번째로 중대재해가 많았던 곳은 e편한세상과 아크로 리버파크 등의 브랜드 아파트를 건설한 DL 대림산업(2021년 건설 플랜트 사업은 DL 이앤씨로 분할 설립)이었다. 대림산업에서는 지난 5년간 18건의 중대재해에서 18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1년 평균 3.6건의 중대재해와 사망자가 발생했다.

GS건설이 그 뒤를 이었다. 아파트 브랜드 자이와 서해대교, 타임스퀘어, IFC 서울 등을 건설한 GS건설에서는 5년간 17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해 19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이들 기업 뒤로는 현대건설,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현대엘리베이터, 한신공영, SK에코플랜트 순으로 재해 사고와 재해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공개센터가 고용노동부 산업재해자료, 국회의원실 제출자료, 재해조사 의견서 등을 바탕으로 산업재해 사망자 수와 재해 수를 합산해 위험기업 10곳을 선정했다. 정보공개센터
 
실효성 없는 고용노동부의 중대재해 관련 정보공개 

지난 5년간 자료에서 중대재해가 다수 발생한 상위 위험기업 10곳 대부분이 대형 건설사라는 점도 눈에 띈다. 아무래도 사업장에 위험 요소가 많고 작은 실수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특수성이 있는 업종이다. 그만큼 노동자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도록 안전관리를 철저하게 이행하고 있는지 기업도 다시 확인하고 정부도 꼼꼼하게 관리해야 할 부분이다.

이런 관점은 특별한 것이 없는 단순 진단이지만 그나마 산업재해 관련 정보가 원활하게 공개될 때 드러난다. 그런데 아직까지 정부의 산업재해 관련 정보공개는 지나치게 소극적이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홈페이지에 분기별 산업재해 현황과 연간 산업재해 현황을 공개하는데 이 정보로는 사고 유형이나 사업주의 법적 의무 위반 내용 확인이 불가능하다. 정부의 정보공개 수준이 산재 다발 사업장 명단과 사고 발생 건수를 공개하는 정도에 그치기 때문이다.

이 정도 정보공개마저도 산재사고 관련 모든 행정절차, 심지어 대법원 최종심까지 종료된 후에 공개하는 경우도 있어 실질적인 정보공개까지는 최소 2년에서 길게는 4년여가 소요된다. 또한 이렇게 뒤늦게 확정된 산업재해 현황 정보는 활용이 어려운 PDF 파일로 고용노동부와 산업안전보건공단 홈페이지 구석에 있다. 이런 상황 자체가 산업재해 관련 정보공개가 재해 발생 기업에 아무런 경각심과 압박감을 주지 못하는 이유다.

최근 몇 년 동안 구의역 스크린도어 정비업체 직원 사망사고,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씨 사망사고 등 참혹한 중대재해가 발생해 사회에 큰 파장을 주었음에도 한국의 산업재해는 줄어들지 않고 되레 큰 폭으로 늘었다.

e-나라지표 산업재해현황에 따르면 산업재해 사망자 수는 2021년 2080명이다. 이는 2015년 사망자가 1810명이었던 것에 비해 약 15% 증가한 수치다. 업무상 질병자 수 역시 2021년 한 해 2만 435명으로 2017년 이래 한 해도 쉬지 않고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렇게 산업재해가 계속 증가하는 기저에는 정부의 소극적인 산업재해 관련 정보공개가 있다. 일죽 프로젝트는 정부가 스스로 산업재해에 대한 국민과 노동자의 알권리를 지켜줄 때까지 끝나지 않을 예정이다.

독자의견


다시 보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