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환 수술 후 강제전역 조치 된 변희수 전 육군 하사(전차조종수)가 생전인 2020년 8월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전역 처분 취소를 위한 행정소송 제기 기자회견에서 의견을 밝히고 있다.
권우성
다행히 육군은 순직 심사를 개시하기로 했다. 다만 사망일을 마음대로 바꿔 행정 처리를 감행하려던 데에 대해 유가족에게 사과하지는 않았다. 참고로 육군은 강제 전역이 위법한 처분이라는 법원 판결 이후에도 유가족에게 사과나 유감 표명을 한 적이 없다.
이후로 유가족은 순직 심사 결과를 기다렸다. 대통령 소속 기구인 위원회의 권고도 있었고,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순직 권고를 받아들일 예정이라고 발언한 적도 있었기 때문에 순직 비해당 결정이 나올 것이라 예상하지는 않았다.
대법원 역시 과거 판례를 통해 개인의 성격이나 특성이 자살에 일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군에서 발생한 위법 행위나 망자가 겪은 피해 등에 비추어 직무수행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어(대법원 2020. 2. 13. 선고 2017두47885 사건), 여러모로 보나 순직 결정은 예상된 결론이었다.
그런데 육군이 느닷없이 순직 비해당 결정을 한 것이다. 육군본부 보통전공사상심사위원회의 순직 심사 결정문에 따르면 육군은 변 하사가 '군 복무와 관계없는 개인적 사유로 사망'했다고 보았다. 공무와 인과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공무와의 인과관계'란 공무를 수행하다 사망한 것뿐 아니라 사망의 원인에 국가나 군의 책임이 있느냐 없느냐를 의미하는 것이다. 즉, 군은 변 하사의 죽음에 책임이 없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는 결정을 한 것이다.
법이고 규정이고 나 몰라라
사람의 일을 예단할 수 없지만 변 하사가 '위법한 강제 전역'이란 고초를 겪지 않았다면, 그래도 지금 우리 곁에 없을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군은 변 하사의 죽음에 명백한 책임이 있다. 그런데도 이를 부인하는 것은 말 그대로 '눈 가리고 아웅'이다.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만으로 위법까지 하며 사람을 쫓아내고, 순직 심사를 안 하려고 죽은 날짜까지 바꿔치기하고, 이제는 위법 행위의 책임마저 부정한다. 법이고 규정이고 살필 것 없이 일단 살아서도 죽어서도 군의 일원으로 받아줄 수 없다는 비겁한 태도다.
변 하사가 트랜스젠더가 아니었다면 이러한 대우를 받았을까. 국가의 위법 행위로 고통받다 목숨을 끊은 공무원의 죽음이 순직이 아니라면 대체 무엇이 순직이란 말인가. 그렇기에 육군의 순직 비해당 결정은 명백한 차별이다.
위법한 강제 전역부터 순직 비해당에 이르기까지 우리 군은 변 하사에게 자행했던 차별의 폭력을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다. 한결같이 변 하사를 군의 바깥으로 밀어내는 일에만 총력을 기울인다.
성 정체성과 관계없이 나라를 지키는 일에 힘을 더하고 싶다던 군인, 변희수를 이다지도 괴롭혀야 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대체 그녀가 우리 군에 무엇을 그렇게 잘못했는가? 유가족과 지원단체들은 육군의 순직 비해당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을 전망이다. 대체 우리 군의 비겁함이 어디까지, 얼마나 더 막장으로 치닫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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