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저 라벨링'이 되어 있는 과일과 채소.
에오스타
'포장재를 사라지게 만드는 것'보다 한 단계 높은 혹은 지속가능한 포장의 끝은 '아예 포장을 하지 않는 것'이다. 지속가능한 포장의 최고 단계인 '무포장'은 여러 공산품과 농산품에 적용되고 있다. 유기농산품이나 수출용 농산품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유기농 표시나 (수출을 위한) 원산지 표시[16][17][18]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일반 농산물보다 포장이 더 많이 이뤄진다.
친환경 농산품을 구매하려고 하는 소비자가 플라스틱 등 포장폐기물을 함께 사게 되는 모순을 방지하기 위해 유럽에서는 유기농 표시나 원산지 표시를 위해 플라스틱이나 종이 포장을 하지 않아도 되는 대안이 마련되었다.
EU집행위원회는 2013년에 스페인의 레이저푸드(Laser Food)가 개발한) '내츄럴 브랜딩' 즉 '레이저 라벨링' 기술을 유럽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19] 레이저 라벨링의 기본 기술은 1997년에 특허를 받았고[20] 호주와 뉴질랜드에서는 2009년부터 사용되고 있으며,[21]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12년 감귤류에만 이산화탄소 레이저 사용을 제한적으로 승인했다.[22]
네덜란드에 기반을 두고 있는 유기농 식품 분야 다국적 기업인 에오스타(Eosta)는 유럽 내에서 '내츄럴 브랜딩' 기술을 2016년에 도입했다.[23] 에오스타는 '내츄럴 브랜딩'을 "고화질 레이저로 과일과 채소의 껍질 바깥층의 안료 일부를 제거하여 영구적인 표시를 남기는 방식"이라고 설명한다.[24] 엄격히 말해서 잉크가 사용되는 '타투(문신)'와는 다른 방식으로 추가적인 물질이 사용되지 않는다.[25]
유기농 인증 마크뿐 아니라, 원산지, 브랜드 등의 표시를 명확하게 할 수 있어 비닐 등 다른 플라스틱 포장의 필요성을 줄일 수 있다. '내츄럴 브랜딩'은 EU 유기농 인증기관인 스칼(SKAL)의 승인을 받은 비접촉 방식의 안전한 방법이다.[26][27] 내츄럴 브랜딩 기술은 거의 모든 과일과 채소에 적용할 수 있으며, 아보카도 고구마 생강 망고 사과 코코넛 등에 좋은 효과를 낸다.[28]
저에너지 이산화탄소 레이저를 사용하여 과일이나 채소 껍질의 최상위 층에 국부적으로 가열되어 그 부분의 색소가 기화하여 제거되며 표시가 남는다.[29] 레이저 라벨링에 필요한 에너지는 스티커에 필요한 에너지의 1% 미만이다.[30] 에오스타는 '내츄럴 브랜딩'을 시행한 이래로 2900만 개의 포장을 없앴다. 최대 35만1760kg의 플라스틱과 자동차로 전 세계를 326번 도는 것과 같은 이산화탄소를 절감한 셈이다.[31]
신선 농산물 포장업체인 스테팩(StePac) 등은 신선 농산물 폐기물이 전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8% 정도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에 비해, 농산물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사용되는 플라스틱 포장은 미미한 수준이라는 의견이다. 그러나 그들도 피해가 영구적이고 기하급수적으로 축적이 되는 플라스틱 문제에 관해 '내츄럴 브랜딩'이 '가능한' 해결책이라는 데에는 공감한다."[32]
레이저 라벨링은 스페인, 스웨덴, 벨기에, 영국, 뉴질랜드 등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유럽 내 유통업체 중에서는 스페인에서 까르푸가 처음 도입한(2012년) 이래로, 스웨덴의 대표적인 슈퍼마켓 체인 '이카'(ICA), 영국의 잡화점 '마크스앤스펜서'(2017년)가 동참하는 등 유럽의 주요 소매업체(Edeka, Rewe, Delhaize, Lidi, Aldi, Jumbo)로 확산되었다.[33][34]
국내에서도 이 '지속가능한 포장법'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상용화에 대해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은 크기와 모양이 균일하지 않은 상품의 특징과 유통 과정에서 껍질의 손상 가능성, 수천만 원을 웃도는 고가의 장비 가격 등의 문제를 앞서 해결할 것을 제안하였다.[35]
농산품과 식품유통업계에서 지속가능성을 위한 포장 기술과 아이디어가 끊임없이 개발되는 상황은 고무적이지만, '플라스틱과 전쟁'이 일종의 시간 싸움이기에 너무 늦지 않게 적용되고 확산되는 게 중요해 보인다.
글: 안치용 ESG코리아 철학대표, 김민주·장가연 바람저널리스트, 이윤진 ESG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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