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마약 카르텔은 콜롬비아, 페루, 볼리비아 등에서 올라오는 코카인을 받아 미국으로 넘기기도 하지만, 멕시코 내에서 펜타닐이나 메탐페타민 같은 강력 화학 합성 마약을 제조하기도 한다. 주 원료는 중국과 인도에서 태평양을 건너 선박으로 운송된다. 때문에 멕시코 태평양쪽 항구가 입지한 지역들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마약 카르텔 간 충돌과 갈등이 매우 심각한 편이며 극심한 폭력을 야기하고 있다.
SEDENA(멕시코 국방부)
범인은 명백하건만
사건 직후, 해당 지역 강성 마약 카르텔 중 하나인 A그룹의 개입이 밝혀졌다. 그 이면에 야합과 배신과 복수의 틀에 박힌 전개가 선명하게 읽혔다. 이미 현 시장(임기 2021-2024)의 부친(직전 시장, 2018-2021년 임기)이 A그룹과 오랜 시간 노골적인 관계를 이어왔고 그 관계를 통해 아들에게 시장 자리를 넘겨줄 수 있었다. 그런데 시장이 된 아들이 최근 A그룹과 대척점에 있는 또 다른 강성 카르텔 B그룹에 선을 댄 정황들이 포착되었다.
마침 사건 당일, 그들 스스로도 위험 수위를 감지했을 것이고 '안전'을 도모하고자 긴박하게 머리를 맞대고 묘안을 구하고 있던 중이었을 것이다. 그 곳에서 2명의 전현직 시장, 7명의 경찰 간부, 그리고 측근 부하 직원들이 쏟아지는 총탄 세례를 받고 죽었다. 20명이나 피살되었으니 범인 검거는 당연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차라리 허구에 가까운 이론일 뿐이다. 적어도 작금의 멕시코에서는.
살육을 감행한 A그룹의 두목과 조직원들에 대해 검거가 가능할 것 같았으면 이미 그간의 악행만으로도 십 수 년 전에 잡히고도 남았을 것이다. 이곳에선 피살 사건 10 건 중 제대로 수사가 이루어지고 범인이 검거되는 경우는 1건에 채 미치지 못한다. 몰라서 검거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알면서도 검거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니 죽은 자들의 가족조차 범인 검거를 기대하지 않는다. 그 자체가 또 다른 살육을 불러올 수도 있음을 이곳 사람들은 잘 알고 있다. 시신을 수습하고 장례라도 치를 수 있으면 다행이다. 사건 발생 하루 만에 시신들은 묻혔고, 열흘도 채 되지 않아 사건 역시 잊혔다.
영화보다 처참한 일상
도대체 무엇이 이런 야만을 야기할까? 적어도 국민들이 정상적인 방법으로 뽑은 대통령과 상하원 의원들이 있고 대외적으로도 OECD 회원국이기도 하고 G20 회원국이기도 한 이 나라 멕시코에서 발생하는 이런 폭력의 수위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이 또한 답은 분명하다. 마약이다. 멕시코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강력범죄엔 마약 카르텔이 개입한다. 이미 영화와 드라마로 한국에 소개된 바 있다. 다만 이곳 현실은 영화나 드라마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강력하며 잔인하다. 때론 그들과 관계없이 살아가는 일반 시민들의 삶과 충돌하기도 한다. 이번 살육에서 피살된 14세 소년의 삶처럼.
내가 사는 마을은 인구 1만 명 미만의 소읍이다. 대부분 사람들이 이곳에서 나고 자라 살아간다.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한 다리 건너면 대부분이 아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마을 안에서 누가 마약을 파는지, 누가 마약을 사는지, 그리고 우리 마을을 실제로 지배하는 카르텔이 어느 카르텔인지, 그들의 대적 카르텔은 어느 카르텔인지, 마을 내 조직원들의 서열은 어떻게 되는지 마을 사람 모두가 그 사실을 알고 있다. 영화 <시카리오>나 <나르코스>가 담지 못한 수많은 단면들이 일상의 삶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