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8일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가 영국 리버풀에서 열린 영국 노동당 전당대회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트러스 총리에 따르면 노동당 역시 반-성장 세력으로 분류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노동당 대표 키어 스타머는 이미 6월부터 경제 성장을 강조해 왔다. 보수당과의 차이는 성장 방법으로 기후 정의와 경제 정의를 결합한 성장안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노동당 안은 보수당 전당대회보다 1주일 전에 개최된 9월 25-28일 리버풀 노동당 전당대회에서 발표되었다. 경제안 발표 전 키어 스타머는 논란이 된 보수당 예산안을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보수당 정부는 경제에 손을 놓았다. 왜? 그들은 파운드화 가치를 떨어뜨렸다. 왜? (그로 인해 발생할) 높은 이자율과 높은 인플레이션은 대체 뭘 위해서? (청중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당신을 위해선 아니다. 그리고 노동자를 위해서도 아니다. 최상위 1%를 위한 감세다."
그는 부의 재분배에 관심 없는 걸로 알았던 보수당이 알고 보니 가난한 이들의 부를 거두어 부자들에게 재분배하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낙수 효과 경제론은 실패했다며 그에 대한 대안으로 "밑바닥에서부터 경제를 건설하겠다"고 선언했다.
"아래로부터 중산층 중심으로 경제를 건설한다"는 미국 바이든 정부나 "영국 (보수당)을 따라가지 않겠다"며 에너지 보조와 함께 최저 임금을 10월부터 9.82 유로 (약 14,000원)에서 12 유로 (약 17,000원)로 인상한 독일, 그리고 횡재세를 도입한 EU와 발을 맞추는 모습이다.
노동당 경제 재건안의 핵심은 새로운 국영 에너지 회사 그레이트 브리티시 에너지다. 기존에 민영화된 에너지 회사를 다시 국영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새로 설립된 국영 회사로 정부가 매년 280억 파운드를 투자한다. 탄소 중립 전기를 생산, 기존의 민간 에너지 회사와 경쟁한다는 구상이다.
스타머는 "이 정책이 일자리 확보 차원에서 옳다, 성장을 위해서도 옳다, 푸틴과 같은 독재자로터 에너지 독립이라는 측면에서도 옳다"고 했다. 동시에 "기후 정의와 경제 성장은 함께 간다. 이들은 불가분의 관계다. 미래의 번영은 우리의 공기, 바다, 하늘에 있다"며 사람들과 지구를 위한 에너지 정책임을 강조했다.
이는 기존 아이디어를 상당히 구체적으로 진전시킨 안이다. 노동당은 2010년대 후반부터 에드 밀리밴드 전 노동당 대표를 중심으로 기후와 계층 문제를 동시에 놓고 정책을 발전시켜 왔다. '그린 산업 혁명' 등 큰 개념이 제시되긴 했지만 구체적인 계획에 다다르지는 못했다. 밀리밴드는 이번 전당대회 연설에서 노동당 정부가 들어서면 세계 최초로 2030년까지 전기 생산에 있어 탄소 중립에 도달할 것이라고 목표를 밝혔다.
지지도에서 앞서는 노동당
이번 양당의 전당대회는 어느 때보다 선명한 정책 대결 구도를 형성했다. 영국 사회는 양당이 제시한 미래 사회상 중 과연 어느 쪽을 지지할까.
영국 사회는 노동당이 그리는 미래상에 한발 다가선 듯하다. 유고브(YouGov) 9월말 여론 조사에 따르면 노동당이 무려 33%포인트 차이로 보수당을 앞서고 있다. 총선은 2024년 말이지만, 조기 총선을 요구하는 청원수가 10월 6일 현재 56만 명을 넘어섰다. 청원수가 10만 명이 넘을 경우 하원에서 토론해야 된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에는 트러스 내각 책임이 크다. 불평등과 기후 위기라는 시대적 과제 앞에서 보수당의 기본 가치인 전통, 공동체, 농촌, 자연 보호는 훌륭한 정치적 자산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시장 우선주의에 밀려났다. 브렉시트로 나타난 복고성을 신자유주의에 대한 대안, 즉 공동체로서 기능하는 사회 복원에 대한 희망보다는 외부인에 대한 피로감으로 해석했다. 그 결과가 난민 강제 추방을 꿈꾸는 내무부 장관이다. UN 난민기구(UNHCR)는 영국도 서명한 난민 협정 위반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의 현재 모습은 낡은 것이 새로운 것에 자리를 내주는 과정으로 보인다. 엎치락뒤치락하며 방향성을 세우는 과정으로 비슷한 문제를 고민하는 사회에 거울이 될 수도 있다. 한국의 방향성 논의는 어디까지 와 있을까. 다음 달로 다가온 UN 기후 회의(COP 26)에서 원론적 입장을 넘어 세부 계획은 세워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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