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조성주 전 정책위 부의장이 26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대표 후보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번 정의당 당직선거에 출마한 조성주는 여러 매체와 인터뷰하면서 정의당이 민주당 2중대로 전락했다고 지적해왔다. 또 민주노총이 조직노동의 한계에 머물러 있다고 평가하고, 노동시장이 분단된 오늘날 정의당은 조직노동 밖의 노동(주변)으로 "돌진할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부정확한 사실에 근거한다. 지난 10년 사이 조직노동 바깥으로 과감하게 돌진한 것은 정의당이 아니라 노동조합이다.
전략조직화 사업 결과 민주노총은 비정규직과 여성 조합원수가 크게 늘었다. 민주노총 비정규직 비율은 30%를 초과해 우리나라 비정규직의 노조 조직률 10%의 3배 이상이다. 2010년 한국의 노조 조직률은 9.8%였지만 2020년 말 기준으로는 14.2%로 크게 상승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노조 조직률이 상승한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서 네 나라밖에 되지 않는다. 이 상승을 주도한 것은 민주노총이고, 여성과 비정규직의 가입이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또한 조성주는 노동시장 불평등 해결을 위해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해결될 수 없다고 전제하고, 노조 바깥의 노동을 주목하거나 직무급제 실시를 전면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우에 따라 직무급제가 필요한 현장도 있지만, 일사불란하게 관철시키면 오히려 신자유주의적 노동통제의 기제로 작동할 가능성이 더 높다. 따라서 현실에서 직무급제 만능론은 노동조합을 공격하고, 노동자들의 자기 노동에 대한 통제력을 빼앗는 이데올로기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직무급제가 노동에 더 보편적이고 유리하다면 노동조합이 주도해 실시해야 한다.
앞서 살펴봤듯 정의당 내의 여러 의견그룹들은 상황에 따라 견해는 달리할지라도 근본적인 차원에서는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인적 관계망에 따라 입장이 갈리는 측면이 강하다.
상대적으로 당내 좌파로 분류되는 '전환'은 "간판 정치인들이 당을 좌지우지하는 조직문화를 해체"하고, 지역을 중심에 둔 "사회운동 정당으로서 새로운 리더십을 구축"해야 지금의 위기를 넘어설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문제의식은 타당해 보이지만 당내 노력만으로 '혁신 재창당'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더구나 전환은 의견그룹 내의 이질성을 해소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것이 노동운동의 혁신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당권 경쟁에 빠져있기보다는 여러 현장에서 정치연합을 위한 대안을 도출하고 사회운동 정당의 모범을 실천하는 것을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
불평등과 노동 문제에 대한 정의당 비상대책위의 반성은 일리 있다. 문제는 정의당에서 주류를 차지하는 반성의 내용이 얼마나 타당한 것이냐에 있다. 노동 문제를 공격하는 사람들은 정의당이 너무 친민주노총이라고 비판한다. 반면 민주노총 등 노동운동 전반에서는 정의당이 민주노조 운동과 많이 멀어졌거나 지나치게 의회중심적이라고 비판한다. 노동시장 불평등 문제에 대해 각기 다른 대안을 내놓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정의당 내 좌파는 비정규직 노조 조직화와 더 긴밀한 연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우파는 직무급제 실시나 노조와 거리두기를 주장한다. 이처럼 차이를 보이는 상황에서 당장 어떤 합의를 만들기는 어려워 보인다. 합의를 만든다고 해도, 그 결론이 확실한 우편향이라면 노동운동과 거리는 더 멀어질 것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직무급제 주장이나 노조와 거리두기 노선이 더 나은 결과를 낳을 리도 없다. 직무급제를 주장하는 <조선일보>나 경총 등 보수 조직들로부터 활용만 당할 공산이 크다.
다가오는 당직선거는 비상 그룹과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이정미 전 의원, 고 박원순 시장과 함께 일했던 조성주 전 노동특보, 전환 그룹의 김윤기, 새진보 그룹과 함께 비례대표 의원 사퇴를 요구했던 정호진, 이동영 전 수석대변인 등의 5파전이 예상된다. 하지만 이번 당직선거가 정의당에 새로운 계기가 되리라 기대하긴 어렵다. 변화를 촉진할 사건은 정의당 바깥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더 크다.
존재 의의부터 재확인해야
20세기 중반 국가관리체제가 금융자본주의로 대체됐듯이, 오늘날 세계 경제‧정치 위기의 어떤 측면들은 자본주의의 새로운 체제로의 교체를 통해 잠정적으로는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최소한 생태적 차원에서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상황은 자본주의 시스템의 획기적 위기다. 기후재난은 매년 더 심화될 것이고, 가난하거나 남반구에 살수록 재난의 강도는 훨씬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세계적으로 반자본주의적이면서도 여러 모순을 교차하는 요구가 늘어나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이런 시대에 '좌파'는 기존의 정치 문법에서 벗어나 사회운동 전반을 포괄하는 전선을 새롭게 제시해야 한다. 다시 말해 진보정당은 존재 의의부터 재확인해야 한다.
노동권을 지키는 운동과 도시빈민 운동, 돌봄의 가치를 재평가하고 공공성 확대를 위해 싸우는 운동, 권위주의와 인종주의 억압에 맞선 운동 등을 긴밀히 연결해야 한다. 파국적인 기후위기를 낳은 체제를 바꾸는 생태사회주의 전망을 제시하고, 좌파적 그린뉴딜과 탈성장 담론을 아우르는 정치 비전을 정립함으로써, 정책 대안과 대중적 실천 양식이 병행하도록 해야 한다.

▲아래로부터의 정치세력화 구상
홍명교
이를 위해선 위로부터의 정치세력화와 결별하고, 아래로부터의 정치세력화를 체화해야 한다. 정치 비전을 바탕으로 대중과의 잃어버린 마주침을 보다 많이 기획해야 한다. 현재의 정당-노조 간 '정치-경제 분업화' 구조를 넘어서기 위해 지역과 현장에서 정치사업을 강화해야 한다. 혁명과 개혁의 이분법에 갇히지 않고, 비개혁주의적인 개혁들의 축적을 통해 체제 전환 주체가 형성되고 성장할 조건을 조성함으로써 진보정치의 실력과 토대를 키울 수 있다(순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선적으로 골목과 일터에서 정치 활동이 누적되면 이를 밑거름 삼아 아래로부터의 정치연합 구축을 위한 협의체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동네에서 기후위기 의제에 맞서 행동하고, 일터에서 노동자들이 정치에 대해 토론하고 캠페인도 하는 분위기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진보정당들이 제각각 혁신의 계기를 만들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기성 정치와 독립적인 사회운동이 함께 정치연합을 이루면 구심력을 발휘할 수 있다. 진보정당 운동의 새로운 계기는 이런 지난한 노력을 통해서만 가시화될 것이다.
아래로부터의 정치연합이 진보정당들의 협의체이어선 안 되며, 반드시 당 형태일 필요도 없다(불가능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 기득권 세력에 수렴되지 않고 독자성을 견지하는 사회운동이 가치와 이념을 중심으로 조직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대중운동 과정이다. 복수의 정당 구조를 유지하더라도 연합과 교류, 협력의 경험이 선행되어야 새로운 좌파정치의 토대도 단단하게 다질 수 있다.
최근 일각에서 선거연합 비례정당이 거론되고 있다. 법 개정이나 정치적 합의를 통해 모종의 연합정당 혹은 통합 위성정당을 구성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상층 논의를 전제로 한 이런 정치 형식 논의는 또 다른 갈등을 낳을 공산이 크고, 그 실패는 더 큰 좌절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진보정당 당원들도 한국 사회의 지배이데올로기와 동떨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충분히 공유되지 않은 합의는 결코 수용하지 않는다. 과거의 갈등을 대중적으로 대면하고 치유‧애도하는 과정이 없으면, 다시 비례 순번이나 조직 갈등 등을 둘러싸고 파국적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조급한 추진이 아니라 구체적인 반성과 실행, 뜻과 힘을 모으는 노정이 훨씬 중요한 이유는 그 때문이다.
▲홍명교 / 활동가·작가
홍명교
필자 소개 : 이 글을 쓴 홍명교 활동가는 학생운동, 노동조합, 사회운동단체에서 활동해왔다. 동아시아, 사회운동, 영화, SF처럼 거대한 것들에 관심이 많고, 소박한 것들엔 영 서툴다. 사회운동단체 플랫폼c에서 활동하면서 〈한겨레〉 〈주간경향〉 〈매일노동뉴스〉 등에 정기적으로 칼럼을 쓰고 있다. <유령, 세상을 향해 주먹을 뻗다> <사라진 나의 중국 친구에게>를 썼고, 공동 역서로 <아이폰을 위해 죽다 Dying for an iPhone>, 역서로 <고양이 행성의 기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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