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오페라하우스
픽사베이
해외에서는 아티스트 외에 오페라 및 뮤지컬 극장을 중심으로 ISO 20121 기준에 부합한 공연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호주의 문화유산인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다. 오페라 하우스는 2019년 문화유산 중 최초로 호주 그린 빌딩 협의회에서 5성 그린 스타 등급을 획득했다.[18]
오페라 하우스의 관리자들은 2017년부터 탄소 중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17년에 건물의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기 위해 공사를 시행했다. 공사 시 발생한 폐자재의 90% 이상은 재활용되었다. 폐목재로 의자와 탁상, 선반을 만들어 내부 작업 공간에 배치했다.
오페라 하우스의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공사를 진행한 결과, 전체 에너지 사용량이 기존 대비 16% 줄었고, 에너지 수요의 85%를 재생 에너지로 충당할 수 있게 됐다. 에너지와 물 사용량을 모니터링한 후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시스템을 도입했다. 일회용품을 금지해 매년 사용되던 220만 개의 빨대와 9만 개의 비닐봉지, 3만 개에 달하는 컵의 사용이 중단됐다.[19]
오페라 하우스는 2023년까지 ISO 20121에서 권고하는 지속 가능성 이니셔티브를 충족하고 ISO의 인증을 받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오페라 하우스의 전력 사용량을 20% 추가로 절감하는 등 지속가능한 공연장으로 변신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팬들의 지지와 대중의 관심 필요
1988년 설립된 프랑스의 유럽 극장 협회(ETC)도 탄소 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 ETC는 지속 가능한 극장 조직, 건물, 연극 제작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8가지 지침을 마련했다.[20]
그중 하나가 탄소 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명확한 목표와 이행 가능한 행동을 설정한 후, 지속 가능성에 대한 전략과 행동 지침을 짜는 것이다. 우수 사례 교환을 위한 지식 교환도 중시된다. ETC는 예술 조직의 관행을 변화하기 위해 지속 가능을 추구하는 연극인을 양성하고, 지속가능과 관련된 공연을 제작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다양한 국가와 국제 협력을 강화하고자 한다.
ETC는 사회적 대화를 위해 예술가, 과학자를 포함한 여러 이해관계자 간의 공개 토론을 진행했다. 가시적인 성과를 알리기 위한 커뮤니케이션도 중요하게 다뤄진다. 이들은 유럽 및 국가 차원에서 규정한 환경 정책에 대한 정보와 그 영향을 전하고 있다.
에스토니아의 손 캬알 극장에서 일한 ETC 소속의 디자이너 리트 어스는 "지속가능한 극장을 만들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많은 사람과 협력해 그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지속가능 활동에 이들을 참여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21] 더 많은 사람이 지속가능에 관심을 보여 기성세대가 변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한다면, 중간 관리자가 지속가능을 위한 방안을 구현해낼 수 있다고 본다.
런던의 14개의 극장으로 구성된 비영리 극장 컨소시엄(LTC) 또한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2010년부터 환경단체인 '줄리스 바이시클'과 협력하고 있다.[22] 환경단체와 협력 결과 2018~2019년 배출된 LTC 극장 전체의 평균 탄소 발자국은 188톤 CO2e로 전년도의 211톤 CO2e에 비해 11% 감소했다.[23] 그중 9개의 극장에서는 매립되는 폐기물이 전혀 발생하지 않게 되었다. 8개의 극장은 100% 재생 가능한 전기를 사용해 운영 중이다.
▲노영순·장훈·김규원(2021), 문화예술의 친환경적 관점 도입을 위한 연구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다만 이러한 방침들은 극장의 자의적 지침을 기준으로 진행됐다는 한계가 있다. 공연 분야의 지속가능성을 전반적으로 총괄하는 국가 정책은 아직 미비한 상태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공연장은 미술관, 박물관, 도서관 등 다른 예술 시설보다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현저히 높기에 환경적 지침이 필요한 장소다.[24]
그러나 한국은 공연장을 포함하여 예술 시설에 대한 친환경의 기준이 없는 상태다. 정책이 수립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사용, 폐기물 재활용 같은 여러 지표 중 어떤 것을 친환경적인 것으로 설정할지 기준이 정해져야 한다. 그래야 기준에 맞는 자료를 수집해 예술계의 현황을 알고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장훈 연구원은 "현재로서는 어떤 지표를 친환경의 척도로 삼을지조차 결정돼 있지 않다"며 "문화 시설의 친환경 실천을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문체부 등 정부 기관에서 친환경 실천 방안에 대한 정책을 세우고 구체적인 안내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과 홍보, 교육을 포함한 프로그램이 마련될 때 현장의 실천이 가능해진다. 환경을 비롯한 관련 부문의 협력체계와 문화기관 및 시설, 주요 이벤트의 탄소 절감과 에너지 관리도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빌리 아일리시와 콜드플레이,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등의 해외 선례를 살폈을 때 재생에너지 사용과 일회용품 사용 근절, 폐기물 줄이기가 추후 친환경 공연에 관한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현재의 조명 설비 대신 저전력 LED를 설치하는 등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한 건물 공사와 에너지 절약을 위한 계획 마련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더 나아가 팬들의 지지와 대중의 관심이 필요하다.
글: 안치용 ESG코리아 철학대표, 김유승·이찬희 바람저널리스트, 이윤진 ESG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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