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휴게소 소송의 원고측 명단. 도로공사와 운영사 A사가 보인다.
법원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도로공사라는 '슈퍼갑'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휴게소 평가와 재계약에 관한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는 도로공사에 대해 소송을 하기 부담스러운 B사가 도로공사가 아닌 같은 피해자인 C사를 향해 소송을 제기한 듯하다. 결국 '을'과 '을'의 분쟁으로 바뀐 소송에서 이 모든 관리 책임을 져야 할 도로공사는 피고소인이 아니라 고소인이 되었다.
계약 위반이 일상화된 휴게소
판결문에 따르면 외주업체 C사는 대략 5억원의 인테리어 투자를 대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청송휴게소를 운영했던 A사는 이 비용처리를 어떻게 했을까? 그리고 이 과정에서 도로공사는 어떤 감독을 했을까?
회사 대표가 투자를 결정하는 일반 기업과 달리 고속도로 휴게소 운영사는 모든 매출과 비용을 도로공사에 보고하고 승인 받아야 한다. 일부 휴게소 운영사는 급여와 접대비 내역까지 요구하는 도로공사를 향해 경영 간섭이라며 반발하기도 하지만 도로공사는 투명한 매출 및 손익 관리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며 강제한다.
청송휴게소 운영사인 A사가 인테리어 공사를 하려면 먼저 도로공사의 승인을 받고 공사 완료 후에는 비용지출 내역을 보고해야 한다. 그래야 공사가 행정상으로 완료 되고 투자 내역은 휴게소 평가에서 실적(점수)으로 인정받는다. 따라서 공사비 증빙 내역이 없는 공사란 있을 수 없고 시스템 상으로 제3자가 공사비를 대신 납부하거나 재임대할 수도 없는 구조다.
그런데 이 모든 게 이루어진 채 3년간 운영되었다. 게다가 한 술 더 떠 담배의 경우 휴게소 운영사 A사의 이름이 아닌 C사의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었다. 명백한 재임대다.
도로공사는 3년 동안 이 사실을 몰랐을까? 매년 30회 이상 점검을 나오는 휴게소에서? 또 휴게소 평가에 제출된 서류들이 위조되었다는 것을 몰랐을까? 몰랐다면 현재의 휴게소 평가는 신뢰할 수 없고 그동안 평가 결과에 따라 계약 해지된 많은 휴게소 운영사들은 억울할 것이다. 반대로 알고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더 심각한 문제이다.
최종 피해자는 국민과 약자
재판 결과에 대해 원고인 낙찰업체 B사는 항소를 포기한다고 한다. 애초에 소송대상이 잘못되었고 더 이상 소송을 진행해본들 소용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피고인 C사가 휴게소 A사를 대신해 투자한 금액이 확실한 이상 보상없이 유치권을 포기할 리는 없기 때문이다.

▲청송휴게소 영업 중단을 알리는 기사. 결국 불편은 오로지 국민의 몫이다
NSP통신
그렇다면 앞으로 청송휴게소는 어떻게 될까? 벌써 2년째 반쪽만 운영중인 상황이 계속되어야만 하나? 이 구간에 하나뿐인 휴게소를 이용해야 하는 지역민과 여행객은 무슨 죄인가? 낙찰업체 B사는 무슨 잘못이 있길래 모든 피해를 감수해야 할까? 이 회사는 정상적으로 보증금과 임대료를 도로공사에 납부하면서도 정상 영업을 할 수 없다. 그리고 그에 따른 적자를 전적으로 감수하는 중이다.

▲임대입찰 공고문의 청송휴게소 인수자산 내역. 도로공사는 인수금액은 임차인 간의 문제일 뿐 한국도로공사와 무관하다고 말한다. 법에도 없는 임대인이 없는 임차인 사이의 임대계약 셈이다.
한국도로공사
이 모든 과정에서 관리의 책임, 해결의 책임을 지고 있는 도로공사는 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일까? 청송휴게소 임대입찰 공고문에 자산목록과 금액을 명시하고 낙찰자 B사를 선정했는데 갑자기 새로운 C사가 나타나서 유치권을 행사하며 휴게소 운영을 방해하고 있다.
그런데 도로공사는 유치권과 관련된 자산의 인계인수는 운영업체 간 일이라 하며 모른 척 한다. 휴게소의 소유자이자 임대 계약의 '갑'이며 휴게소 관리책임자인 한국도로공사가 스스로 '갑'이 아니라며 임차인 간 합의와 계약을 종용하는 것이다. 지적했다시피 도로공사가 관리하는 모든 휴게소는 도로공사의 승인없이 공사를 할 수 없다. 따라서 최종 승인권자(책임자)는 도로공사가 된다.
앞으로 다른 휴게소에서도
투자비 내역을 가지고 있는 업체들이 저마다 유치권을 행사해 시설을 점유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국민은 휴게소 이용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그 때도 도로공사는 지금처럼 대응할 건가? 청송휴게소의 영업제한 및 유치권 소송에서 도로공사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는 앞으로 예견되는 휴게소 영업중단 사태를 가늠하는 시금석이기 때문이다.
한편 도로공사는 ▲ B사가 임대인인 도로공사가 아닌 같은 피해자인 C사에 소송을 하게 된 것이 도로공사의 눈치를 보았기 때문이 아닌지 ▲ A사가 C사에 재임대한 사실을 도로공사는 3년간 몰랐는지 ▲ B사는 정상적으로 보증금과 임대료를 도로공사에 납부하면서도 정상 영업을 할 수 없는데 이에 대한 대책은 무엇인지를 묻는 <오마이뉴스> 질의서에 "상기 사항은 재판 계속중인 사항이라 답변드리기 곤란함을 양해해 주시기 바라며 사안 해결을 위해 지속적 노력 중"이라고 답변서를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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