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무렵의 이순신 장군 상 앞 명량 분수
최준화
그렇다면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하여 동상 뒤에 붙어 있는 '관리기관 : 서울특별시 역사도심재생과'로 전화했더니 전혀 다른 부서로 연결되었다. 같은 명칭의 부서는 없어지고 전화번호가 바뀌었단다. 서울시 누리집 조직도를 통해 알아보니 '서울특별시 균형발전본부 균형발전기획관 광화문광장사업과 광장관리팀'이라는 아주 긴 이름의 부서가 관리하고 있었고 전화번호도 바뀌었다.
이곳 관계자와 통화를 해 보니, 문제의식은 공감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고 한다. 1968년에 세운 역사성에 따른 문화재 측면도 있고 조각 예술품이다 보니 조각가(김세중)의 의중도 물어봐야 하고, 이순신 관련 각종 단체들의 의견을 모두 들은 뒤, 더불어 국민의 중지를 모아야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한다. 내부 협의를 거쳐야 하는 문제라 하여 기사에 그 의견을 반영하지는 못했다.
충분히 일리 있고 예견되는 답변이다. 그러나 서울시는 그런 복잡한 문제를 풀어내야 하고 풀어낼 수 있는 유일한 주체이기도 하다. 한글학회 김한빛나리 사무국장은 "대한민국 수도 한복판인 광화문 광장에서, 그것도 대한민국 국민들이 가장 존경하고 받드는 세종대왕상 앞에 서 있는 이순신 장군 이름을 제나라 공용 문자로 적혀 있지 않고 '忠武公李舜臣將軍像'라고 한자로만 적어 놓은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조성훈 전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장은 "충무공의 업적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라도 한글로 표기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기자가 몇 년 전 관광객 해설사 특강을 갔는데 그때 충격적인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일부 외국인 관광객들은 이순신 장군 이름이 한자로 되어 있다 보니 임진왜란 때 명나라에서 파병한 장수로 오인하기도 한다고 한다. '李舜臣'의 '舜'의 중국 고대 임금인 '순임금 신', '臣'이 '신하 신'이라는 뜻이다 보니 더욱 그런 오해를 하는 듯하다.
굳이 외국인을 의식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한자 모르는 국민들은 읽을 수조차 없다. 더욱이 국가가 국어기본법을 어기고 있는 셈이다. 이 동상이 세워진 1968년은 1948년에 시행된 한글전용법이 시행되고 있었고, 설령 그 시대의 관습이라 하더라도 이제는 2005년도에 제정한 국어기본법에 의거 "충무공 이순신 장군상"이라고 적어야 한다. 그리고 동상 밑이나 옆에 5개국어 설명 표지판을 세우면 더 좋을 것이다.
이렇게 하면 누구나 읽을 수 있고 이순신 장군의 품격을 높일 수 있다. 더욱이 대한민국의 국격과 자중감을 높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최고 브랜드인 '한글'의 가치도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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