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커피 에스프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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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는 유럽에서 커피 정신의 고향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이탈리아인들의 하루는 커피로 시작해 커피로 마무리된다는 표현도 있다. 오래되고 익숙하여 변하지 않는 불문율 같은 커피 문화가 있고, 이를 즐기는 것이 이탈리아인들이다. 지역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차이점보다는 공통점이 더 많다.
이들이 커피를 마시는 곳은 흔히 '바르'(bar)라고 한다. 우리가 '카페'라고 부르는 곳이다. 골목에서 흔히 만나는 작은 커피 가게부터 아주 멋지고 오래된 커피하우스까지 다양하다.
바르에서 카페(caffé)라고 발음하는 커피를 시키면 적은 양의 진한 에스프레소 커피가 나온다. 우리나라 카페에 있는 메뉴 에스프레소가 따로 없다. 커피는 에스프레소다. 물론 관광지에 있는 바르에서 외국인이 에스프레소를 주문해도 알아듣는다.
아메리카노를 마시려면 '카페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면 된다. 따듯한 물이 별도로 나오기도 한다. 드립커피는 '카페 필트로'나 '카페 필트라토'라고 하는데 이 음료를 제공하는 바르는 많지 않다. 프란체스코 세나포가 운영하는 피렌체의 '디타 아르티지아날레', 루벤스 가르델리가 운영하는 볼로냐의 '가르델리', 파올로 시모네가 운영하는 밀라노의 '히스마제스티 더커피' 등에서 드립커피가 나온다.
'캬페 룽고'는 물이 조금 더 들어간 에스프레소, 그러니까 에스프레소와 아메리카노의 중간 정도 되는 음료이고, '카페 리스뜨레또'는 물이 조금 덜 들어간 아주 진하고 적은 양의 에스프레소다. '카페 마끼아또'는 스팀드 밀크를 위에 살짝 얹은 에스프레소를 의미한다. 진한 더블 샷 에스프레소는 '카페 도피오'인데, 이탈리아인들이 즐기는 방식은 아니다. 두 잔의 에스프레소가 필요하면 가까운 바르에 두 번 간다.
카푸치노는 우리나라 카페 메뉴에 있는 카푸치노와 비슷하게 에스프레소 1/3, 스팀드 밀크 1/3, 우유거품 1/3로 된 부드러운 음료다. 우리 식 라떼를 원하면 정확하게 '카페 라떼'라고 해야 한다. 라떼는 우유다. 에스프레소에 꼬냑 등 알콜 음료를 가미하여 만드는 '카페 코레또'는 북부 지방에서 추운 겨울철에 저녁 식사 후에 마시는 것이 보통이다. 요즘 여름 커피음료로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은 '카페 샤케라토'다. 에스프레소, 얼음, 설탕을 칵테일 제조용 쉐이커에 넣고 흔들어서 만드는 계절음료다. 아이스커피는 '카페 프레도'라고 한다.
이탈리아인들은 우유가 들어간 커피 음료를 오전 11시 이후에는 거의 마시지 않는다. 특히 식후에 카푸치노나 카페 라떼를 마시지는 않는다. 더운 우유가 소화에 나쁘다는 오래된 인식 때문이다. 우유가 들어간 커피 음료는 아침 식사용으로 마시는 것이 보통이다. 물론 이탈리아인들은 커피를 식사 후에 마시지, 식사와 함께 마시지도 않는다.
커피 음료를 바르에서 마시지 않고 테이크아웃으로 받아들고 나가는 행동을 하지 않는 편이다. 커피는 당연히 바르에서, 대화를 하며 즐기는 사회적 음료이지 혼자 길거리를 걸으며 마시는 음료는 아닌 것이다.
바르에서 선 채로 마시지 않고 테이블에 앉아 편히 마시는 커피는 두 배 정도 비싸다. 자리값과 봉사료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커피와 함께 물이 담긴 작은 잔이 나오면 이것은 커피를 마시기 전에 입을 깨끗하게 한 후, 커피 본연의 맛을 즐기라는 바리스타의 배려가 담긴 서비스다.
이런 이탈리아의 커피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유서 깊은 커피 하우스들이 도시마다 자리잡고 있다. 먼저 베네치아에는 1720년에 문을 연, 이탈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 플로리안'이 있다. 도시의 중심 산 마르코 광장에 있다. 북부 이탈리아에는 1895년에 라바짜가 창업된 도시 투린, 보통 토리노라고 불리는 도시가 있다. 이곳을 상징하는 카페는 1763년에 문을 연 '카페 알 비세린느'다. 시그니처 메뉴는 초콜릿, 커피, 크림이 합해진 음료 비세린느다.
수도 로마에는 이탈리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1760년에 문을 연 '카페 그레코'가 스페인계단 가까이에 있다. 괴테, 스탕달, 키츠, 바이런, 마크 트웨인 등이 다녀간 곳이다. 이외에도 1944년에 문을 연 이래 '그라니타 디 카페 콘파냐'라는 달콤한 음료를 제공하는 '타짜도로'나, 실내 장식이 멋진 '산트 유스타치오 일 카페'도 가볼 만하다.
이탈리아의 커피 수도는 나폴리다. 우리나라의 강릉에 비유된다. 커피 맛에 있어서는 나폴리가 일등이다. 맛보다 유명한 것은 정신이다. 이곳에서 '카페 소스페조'라는 개념 혹은 문화가 시작되었다. 2차 대전 직후 어려운 시절, 돈이 있는 고객이 두 잔의 커피값을 지불하면, 다음에 들어오는 손님 중 가난한 누군가가 커피값을 지불하지 않고 마실 수 있는 배려의 문화였다. 코로나 팬데믹 시절인 지금도 이런 커피 문화가 이 지역에서 다시 살아났다.
나폴리에도 유서 깊은 카페 '그랑 카페 감브리누스'가 있다. 1860년에 세워진 이후 오스카 와일드, 헤밍웨이, 사르트르 등이 다녀간 곳이다. 축구선수 마라도나가 즐겨 찾았던 '바르 니로'도 유명하다.
'프랜디아모 운 카페', 즉, '커피 한잔하자'는 말은 이탈리아 사람들의 일상을 상징하는 오래된 표현이다. 우리나라에도 '밥 한번 먹자', '소주 한잔 해야지'라는 오래된 표현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커피 한잔 해야지'로 바뀌고 있다. 꼬레아, 적어도 커피에 있어서는 아시아의 이탈리아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다
- 유튜브채널 <커피히스토리>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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