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멕시코 정부에 의해 43명 교대생 실종 사건 수사 종결과 함께 '역사적 진실'이 만들어진 이후, 유엔 인권위원회는 '이중 부정不正'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행하였다(표지 이미지). 해당 보고서에는 아요치나파 43명 학생 실종 사건뿐 아니라 당시 검찰총장이 진두지휘했던 일련 수사과정의 불법과 부당 사례가 담겨있다. 본 보고서의 서문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 있다.
"아요치나파 교대생 실종 사건은 멕시코에 아주 오랜 시간 만성적으로 만연해온 폭력과 인권유린이 그대로 재현된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희생자에 대한 무관심과 책임자에 대한 처벌 무력화는 멕시코 전역에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다."
유엔고등인권위원회 멕시코 사무국
당시 수사를 진두지휘했던 검찰총장은 수사결과를 '역사적 진실'로 갈음하여 못 박았다. 절대 다시 바뀔 리 없다는 의미였다. 국내외 연구 조사 기관들이 여전한 의구심과 함께 상이한 조사 보고서들을 내놓았지만, 검찰총장이 직접 발표한 '역사적 진실'의 벽을 넘을 수 없었다.
미심쩍은 수사 종결은 여전히 많은 의문을 남겼다. '역사적 진실' 앞에 끊임없이 이어지는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 검찰총장은 '피곤해 죽겠다'라는 말로 일축해버렸다. 지긋지긋하니 더 이상 질문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이에 시민들이 검찰총장의 '피곤해 죽겠다'는 말에 해시태그를 달며 항의했다. 이 지긋지긋한 폭력으로부터 정작 피곤한 것은 국민들이라고. 그들이 할 수 있는 소소한 응징이었다. 결국 검찰총장이 바뀌었다.
그 즈음 대통령 엔리케 페냐 니에토는 전국 대학 총장이 모인 자리에서 다시 한 번 '역사적 진실'을 강조했다. 학생 43명의 생사를 알 수 없으니 분명한 비극이지만, 더 이상 국가와 국민들이 슬픔에 발목이 잡혀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슬픔은 역사에 묻고, 그 역사를 딛고 일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해결된 것이 하나도 없었다. '역사적 진실'에 가려 자식의 생사조차 알 수 없는 부모들이 사라진 자식들의 사진을 목에 건 채 거리로 나서기 시작했다. 그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산 채로 끌려갔으니, 제발 살아 있으라!'라는 구호가 울려 퍼졌다. 그 구호를 둘러싸고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같이 외쳐주었다. 매달 26일이면 어김없이 구호가 울려 퍼졌다. 결국, '역사적 진실'과 함께 묻혀버린 사건이 2018년 대선 기간 다시 쟁점화 되었다.
당시 야당 후보였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이하 AMLO, 2018-2024)는 대선 기간 '역사적 진실'에 대한 재수사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리고 약속을 지켰다. 2018년 12월 1일(토요일) 대통령에 취임한 뒤 12월 3일 그의 첫 대통령령으로 '아요치나파 교대생 실종 사건 진실위원회 설치'를 명했고 해당 사건에 특별검사제도를 도입했다. 유엔인권위원회를 비롯, 세계 각국 연구 조사 기관들에게도 도움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