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트형 테이프 시공 구역(남측)은 215일간 단 두 마리만 희생되었으나 미시공 구역(북측)은 현재도 희생되고 있다.
김영준
법과 제도만으로는 부족해
야생조류는 그동안 끊임없이 감소 추세를 이어왔습니다. 주된 위협은 서식지 소실과 파괴, 파편화가 첫 번째고 다음으로 네오니코티노이드와 같은 저독성 농약, 들고양이 피해 그리고 유리창 등을 꼽습니다. 지난 50년간 북미 지역에서 번식하는 조류 30%가 감소했다는 보고는 충격적입니다. 기후위기로 그 추세는 가속화할 것이라는 추정도 이어집니다. 야생조류는 일종의 공공재입니다. 따라서 공공재 보전을 위해서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무척 중요할 수밖에 없지요.
2019년부터 지방자치단체들에서는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을 막고자 조례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2022년 8월 현재 전국 27개 지자체에 관련 조례가 있습니다. 환경부에서는 2021년 3월 '방음시설의 성능 및 설치 기준'이라는 행정규칙을 변경해 야생조류 충돌 예방 문양의 삽입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다만 벌칙조항은 없어 이를 어긴다고 하여 다른 제재를 할 수는 없습니다.
또한 그동안 수차례 법률이 개정되어 왔습니다. 최종적으로 2022년 5월에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되었고 2023년 6월부터 시행합니다. 개정안에 따르면 야생동물이 인공구조물에 충돌하거나 추락하는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국가기관 등이 인공구조물을 설치‧관리하도록 하였죠. 다만 기존 인공구조물에는 실태조사를 해서, 피해가 심각하다면 시정요청을 한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한계가 있습니다. 그 많은 건축물을 매일 쳐다보고 있을 수만은 없으니까요.
이렇게 법적 장치가 정비되었지만 여전히 중요한 것은 국민의 인식 증진일 것입니다. 공공건축물 3%를 제외한 건축물은 여전히 법적 사각지대에 남아있으니까요. 일반인이 직접 사유건물에 저감 또는 예방조치를 하려면 비용이 들고 투명한 경관이 사라지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합니다. 공공재 보전에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은 중요하고, 이를 통해 경제적 문턱을 낮출 수 있는 길이 열립니다.
지원책은 법적 근거를 가질 때 장기적 대안이 됩니다. 따라서 사유 건물에서도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해야 하며, 지역 언론이나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를 이용하여 우리 지역의 문제를 알리는 일이 필요합니다. 나아가 대형 건축회사가 이를 인지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야생동물은 사회 공공재이기 때문입니다. 특정 회사 이익을 담보로 사회 공공재를 해칠 수 없을뿐더러, 희생자는 우리와 공존해야 하는 자연환경 구성체인 것입니다.
이를 위해 여전히 시민참여 모니터링이 중요합니다. 건물에서 발생하는 충돌 문제를 전문조사원이 관찰하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그래서 민간에서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조사 미션을 통해 충돌사고 기록을 남기고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모든 지역에서 문제가 일어난다는 것을 기록하고 공유하기 위해서는 많은 분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합니다.
코로나19로 2년이 넘게 허덕이는 요즘, 인수 공통 감염병 중 야생동물로부터 넘어오는 질병이 60%를 넘는다는 사실이 새롭게 와 닿습니다. 생물다양성 감소 때문에 특정 종의 개체수가 폭발적으로 늘고 야생의 질병이 인간에게 더 가까이 다가온다는 경고는 이미 1980년대부터 있어왔습니다. '공존'이라는 거창한 이야기에 앞서, 새를 살리자는 구호 이전에, 새를 죽이지 말자는 말을 먼저 드리고 싶습니다.
▲김영준 / 국립생태원 동물관리연구실장
김영준
* 필자 소개: 이 글을 쓴 김영준 국립생태원 동물관리연구실장은 야생동물 수의사입니다. 관심 영역은 야생동물의학과 생태질병, 야생동물 보전입니다. 오랫동안 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조난당하거나 병든 야생동물의 치료와 재활을 도와왔고, 현재는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예방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야생동물의 질병>을 번역했고 <한국 고라니>, <수의사가 말하는 수의사> 등을 공동으로 펴낸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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