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에 있는 카페 프로코프
Wikipedia Public Domain
프랑스의 커피 문화는 카페 중심의 문화다. 그리고 프랑스의 카페를 이야기할 때 반드시 등장하는 카페가 하나 있다. 파리에 있는 카페 프로코프다. 1686년에 문을 열었다. 중간에 문을 닫은 적도 있었지만 다시 문을 열어 지금도 성업 중이다. 프로코프 이전까지 커피는 길거리를 오가는 카트에서 팔았다. 요즘 요구르트 카트를 연상하면 된다.
프로코프는 잘 차려진 프랑스식 커피하우스의 시조가 되었다. 즉, 카페 프로코프는 처음부터 제공하는 커피 자체에 매력이 있어서 유명해진 것이 아니라, 큰 건물과 멋진 인테리어가 고객의 관심을 끌어서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이후 혁명을 꿈꾸는 정치인들과 사상가들, 자유를 만끽하려는 문화예술인들이 모여들었기에 더욱 이목을 끌게 되었다. 이처럼 프랑스의 카페는 처음부터 사람을 만나고 대화를 나누는 곳이었지, 커피 자체를 즐기는 곳은 아니었다. 이런 프로코프의 전통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흔들리는 프랑스 커피 문화
카페 중심으로 이어져 온 프랑스의 커피 문화가 최근에 크게 흔들리고 있다. 오래된 많은 카페들이 지난 20년 사이에 문을 닫았다. 무엇이 프랑스의 카페 문화를 흔들고 있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세 가지를 지적하고 있다.
첫째는 2008년에 발효된 금연법이다. 한 손에 담배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 커피를 마시는 프랑스인들에게 카페에서의 금연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심각한 변화였다. 금연법의 영향으로 카페에서 마시는 모닝커피가 점차 줄고, 집에서 편하게 커피를 마시는 문화가 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프랑스는 집에서의 흡연이 아직은 자유롭다.
카페에서 지인들과 정치 가십을 나누고 마을 소식을 접하는 문화가 사라진 것도 중요한 변화다. 카페에 마주 앉아 떠들던 친구 역할을 손안에 든 모바일 기기가 대신하고 있다. 수다를 즐기기 위해 더 이상 집을 나서 골목 카페를 찾아갈 이유가 없어졌다.
마지막으로 프랑스의 신세대 카페 창업자들 사이에서 소비자들의 커피 취향에 맞추려는 노력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소비자들의 다양하고 높아진 커피 취향에 맞추려는 움직임은 한 세대 이전에 시작된 세계적인 현상이었지만 프랑스가 외면해오던 현상이었다.
프랑스의 커피 문화는 에스프레소 중심이라는 점에서는 이탈리아와 닮았다. 보통 커피 생두를 볶을 때 사용하는 8가지 단계 중에서 일곱 번째가 프렌치로스트이고 마지막이 이탈리안로스트인 것도 두 나라 커피 문화의 공통점을 말해준다.
그러나 같은 점만큼 다른 점도 많다. 이탈리아인들은 죽으나 사나 에스프레소를 마시지만 프랑스인들은 보통 아침 식사로 집에서나 카페에서 우유가 들어간 커피와 패스트리 종류의 빵을 함께 즐긴다. 오후에는 카페에서 에스프레소를 마신다. 이탈리아에서는 선 채로 빠르게 마시는 것이 보통이지만 프랑스에서는 서두르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외국인이 프랑스에서 카페를 잘 이용하려면 몇 가지 에티켓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어긴다고 해서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자연스럽지는 않다.
보통 프랑스식 카페에서는 테이크아웃으로 커피를 주문하는 경우가 많지않다. 커피를 마신다는 것은 여유를 즐기는 것이기에 굳이 커피를 받아들고 거리를 나서지는 않는다. 프랑스에서 테이크아웃 커피를 즐기려면 유명한 프랜차이즈 카페를 찾는 것이 편하다.
프랑스의 카페는 대부분 음식을 제공한다. 따라서 커피만을 마시려면 테이블에 앉기보다는 바에서 주문하고 마시는 것이 어울린다. 미국이나 우리나라에서 흔히 보는 카페라는 이름의 업소와는 다른 문화다. 많은 유럽 국가들의 공통적인 카페 문화이기도 하다. 프랑스에도 이탈리아식 에스프레소를 파는 간단한 커피바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관광객들이 즐기기에는 그리 낭만적이지는 않다.
아무리 큰 카페, 아무리 유명한 카페에 가더라도 우리나라 카페에서 보는 것과 같은 화려하고 복잡한 메뉴를 만날 수는 없다. 비교적 단순한 커피 음료들이 있을 뿐이다. 보통 카페(Café)를 주문하면 진한 에스프레소가 나온다. 카페 누아르(Café noir)도 검은 커피, 즉 에스프레소다. 연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려면 카페 알롱지(Café allongé)를 선택해야 한다. 우유나 크림이 들어간 커피를 마시려면 카페라테를 닮은 카페 올 레(Café au lait)를 주문하면 된다. 에스프레소에 뜨거운 우유 거품이 올려진 카페 누아세트(Café noisette)나 카페 크램(Café crème)은 카푸치노에 가깝다. 드립커피인 카페 필트레(Café filtré)를 제공하는 카페는 많지않다.
▲파리의 대표적인 카페 중 하나인 카페 레 되 마고
강재인
오로지 커피 문화만을 기준으로 보면, 여전히 에스프레소 문화만을 고집하고 있는 이탈리아인들에 비해 프랑스인들의 전통에 대한 집착이 조금은 약한 듯하다. 오래된 카페 프로코프, 마고, 플로레 등도 유명하지만, 새로 생긴 파리의 퀼리에(Cuillier)나 카페 로미(Café Lomi), 아비뇽의 카페 오 브레질(Café au Bresil) 등이 주목할 만하다.
2015년 시애틀 세계 바리스타 챔피언십에서 6위를 했던 프랑스 출신 샬럿 말라발(Charlotte Malaval)이 말했듯이 커피를 설명하는 데 있어 "향미의 무한 다양성"(infinite diversity of flavors) 이상의 단어는 필요 없다. 이제 막 시작된 프랑스 커피 문화의 변화가 이 네 단어에 충실한 방향으로 나아갈지, 아니면 전통에 묻히고 말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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