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자의 공동 설립자 중 한 명인 세바스티앙 콥
세바스티앙 콥 인스타그램
베자의 공동 설립자 중 한 명인 세바스티앙 콥(Sébastien Kopp)은 패션 잡지인 <보그>와 한 인터뷰를 통해 "지속가능성의 추구는 사업이나 돈의 문제가 아닌, 삶을 어떻게 살아나갈 것인가에 대한 문제"라고 밝혔다.[14] 그는 의류를 생산하는 공장을 찾아가 노동자들과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모든 것이 나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베자의 매출은 2019년 7850만 달러에서 2020년 1억 2000만 달러로 늘었다.[15]
투명 경영이 시작된 이유
에버레인과 베자는 그들의 경영 방침과 성과를 소비자가 투명하게 알 수 있도록 하여 믿음을 쌓았고, 믿음이라는 사회적 자본은 충성스러운 고객의 확보로 이어졌다. 두 기업이 이른 시일 안에 성장하고, 많은 고객을 확보한 비결은 소비자의 신뢰를 얻게 한 투명성이었다.
투명경영은 현재 세계적인 흐름으로, 기업과 정부를 포함한 다양한 사회조직이 준수해야 할 책임 원칙을 담은 일종의 국제표준인 ISO26000에도 명시돼 있다.[16] 투명경영의 필요성은 지난 1997년 일어난 아시아 외환위기와 2002년에 발생한 미국 기업의 신뢰성 위기 때 입증됐다.[17]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아시아 신흥 경제국에 만연한 부패는 투자자의 불신을 불러왔다. 국제 투자자들의 불신에서 비롯된 대규모 자본 유출과 대대적 투매 현상은 전 세계 금융 시장을 흔드는 계기가 됐다.[18]
2002년에는 부패, 음성적인 금융거래, 분식회계, 불투명성 문제로 미국을 대표하던 에너지 기업인 엔론을 필두로 월드컴, 제록스, 타이코, 씨티은행 등 거대 기업이 줄줄이 도산하는 사태가 벌어졌다.[19]
거대 기업들의 파산과 그로 인해 초래된 금융시장의 위기는 1929년 뉴욕 주식시장의 주가 대폭락 사태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미국 월스트리트 사상 최악의 사건이라 불렸다.[20] 미국 사회는 기업 구조의 불투명성에서 비롯된 부패로 자본시장이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꼈고, 투명경영 도입을 위해 엄격한 기업 회계 감사 법인 사베인-옥슬리 법을 도입했다.[21]
2002년 제정된 사베인-옥슬리 법은 기업회계 및 재무 보고의 투명성과 정확성을 높이고자 한 법으로, 기업 지배구조와 감사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것을 목표로 제정됐다.[22] 사베인-옥슬리 법은 한국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2002년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회계제도 개혁안과 '회계제도 선진화' 방안을 포함한 증권거래법, 주식회사의 외부 감사에 대한 법률 등에 영향을 미쳤다.[23]
기업은 고객, 직원, 파트너, 주주 등 직접적인 이해관계자뿐 아니라 일반 시민의 삶과도 연결되어 있다.[24] 투명경영은 법제화의 영역과 세계적 흐름을 통해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또 기업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얻고 윤리적 소비를 하고자 하는 소비자로부터 호응을 받고 있다.
인터넷의 발전은 소비자를 비롯한 일반 시민이 기업 정보를 획득해 기업을 감시하고, 조직적 불매를 통해 직접적 의사 표명을 할 수 있게 하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25] 실제로 '빅데이터'의 부상은 투명성이라는 용어의 사용 증가와 일치한다.[26]
2019년 발표된 글로벌 금융 기업 UBS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71%의 소비자는 환경, 지배구조 등 '지속가능' 이슈와 관련해 부정적 평가를 받은 기업의 제품을 의식적으로 소비하지 않겠다고 답했다.[27] 투명경영을 잘 실천한 '개방적' 기업은 기업 가치가 상승하나, 불투명성이 지적된 기업은 당국의 제재와 소비자의 외면을 받는다. 에버레인과 베자가 보여줬듯, 투명경영은 기업경영의 핵심 요소가 됐다.
글: 안치용 ESG코리아 철학대표, 김유승·이찬희 바람저널리스트, 이윤진 ESG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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