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특별사면을 받아 같은 달 31일 0시 석방된 후 삼성서울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온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가 3월 24일 퇴원,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남소연
이러다 보니 2021년 성탄절을 맞아 문재인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사면한 것도 더 이상 놀랍지 않았다. 하지만 박근혜 사면은 사실 대대적인 사건이다. 특별사면권은 아주 예외적인 상황에서 사회의 화합 또는 화해를 위해 사용하는 특별한 수단인 만큼 매우 신중하게 써야 할 뿐만 아니라, 진정으로 화해를 달성하려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이 고유권한을 아무 조건 없이 독단적으로 쓴 것은 제왕적 대통령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올해 들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대선에서 이기자 민주당은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또다시 다수의 힘으로 국회에서 관철했다. 검찰 출신인 윤 당선인이 취임하기 전에 검찰개혁을 필히 완성해야 한다는 이유로 무리하게 추진한 것이다.
단독 처리를 위해 개정안을 신속처리 절차로 채택할 수 있는 안건조정위원회를 활용하는 꼼수도 마다하지 않았다. 본래 소수당을 배려해 만들어진 이 제도를 다수당이 악용한 셈이다.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이 탈당한 다음 사보임(사임·보임)을 실행함으로써 위원회의 구성요건을 충족시켰다. 일종의 '파업 파괴자' 술책이자 김대중 대통령 때의 '의원 꿔주기'를 방불케 하는 조삼모사 계략이었다.
염치없는 혐치(嫌治)
그것도 부족해 역시 국회 내 소수세력을 위한 수단인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제도를 무력화하기 위해 본회의 안건을 일부러 쪼개서 상정했다. 야당의 마지막 방어수단도 막고 개정법안을 민주당의 뜻대로 단독 처리해 버린 것이다. 이쯤 되면 협치(協治)가 아니라 염치없는 혐치(嫌治)다.
이렇게 문재인 정부는 불행하게도 임기 내내 말 그대로 마지막 순간까지 민주주의의 일그러진 모습을 일관성 있게 보여줬다. 그 특징은 형식적으로 민주적 절차를 거치지만 내용적으로는 민주적 과정을 생략하는 것이다.
요컨대 추상적인 민주주의의 발전이라는 목적은 분명히 옳았지만 이것을 달성하기 위해 동원하는 구체적인 방법과 수단은 민주주의에 반하는 권모술수(權謀術數)였다. 또 국민을 위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은 국민 위에서 양 진영의 정당 카르텔 내부 패권 싸움에 이기기 위한 전술에 불과하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0일 오전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식을 마친 뒤 용산구 집무실로 들어가기 전 정문앞에 모여 있는 시민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권우성
그러나 이러한 포스트 민주주의 전형은 결코 '독주 민주당'의 문제만은 아니다. 갓 들어선 새 정부도 벌써부터 포스트 민주주의 낌새가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무리한 공약을 하고, 당선 이후에 일부 공약을 부당하게 파기하고 있다.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의 이전 결정 과정이나 내각과 대통령실 인사 등 일련의 행태도 마찬가지로 우려스럽다.
민주주의를 이렇게 너무나 '자유'롭게만 해석하다가는 새 정부도 곧 '국민의 짐'이 된다는 걱정을 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 이 글은 모두 필자가 한글로 작성했으며 편집자가 약간의 교정·교열만 했음을 밝힙니다.
▲하네스 모슬러 / 뒤스부르크-에센대학교 정치학과 교수
하네스 모슬러
* 필자 소개: 이 글을 쓴 하네스 모슬러는 뒤스부르크-에센대학교 (University of Duisburg-Essen) 정치학과와 동아시아연구소(IN-EAST) 교수이며, 소셜 코리아 운영위원이다. 관심 분야는 한국정치와 사회로서 최근 연구주제는 선거제도, 개헌, 기억의 정치, 시민교육, 포퓰리즘 등이다. 최근 저서로 <Politics of Memory in Korea>(편저), <South Korea's Democracy Challenge>(편저), <The Quality of Democracy in Korea>(공편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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