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넘게 자연복원지를 관찰해 온 강원대 정연숙 교수와 함께 강원도 고성과 삼척 검봉산 산불 피해지를 살펴보았다. 그는 그냥 두면 저절로 불에 강한 내화림이 된다고 강조했다.
최병성
산림청은 왜?
2000년에 대형 산불이 발생했던 강원도 고성과 삼척 검봉산 사례에서 보듯, 산불이 발생해도 그냥 두면 저절로 산불에 강한 활엽수 숲으로 변한다. 그러나 산림청은 산불 피해지를 복구한다며 수많은 예산을 퍼부어 산을 헤집고 불에 잘 타는 소나무 숲으로 만들어 왔다.
산림청은 왜 '자연복원'이라는 해답을 두고도 잘못된 정책을 계속 반복하며 산림을 초토화시키는 것일까?
지난 4월 17일 정부는 2022년 3월 동해안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해 4170억 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 엄청난 예산 중 산불로 집을 잃은 이재민들을 위한 비용은 고작 51억 원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나머지 그 많은 돈은 어디에 사용되는 것일까?
4170억 원의 산불 피해 복구 예산 내용 중 긴급 벌채 비용만 532억 원이다. 이번 산불 피해목 중 고작 5%만 베어내는데도 532억 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산림청이 자연복원 대신 잘못된 정책을 반복하는 것은 이렇게 엄청난 산림 피해 복구 예산 때문은 아닐까? 산불 피해지가 자연 복원되도록 그냥 두면 수천억 원의 예산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산림청이 정부로부터 많은 예산을 받으려면 다양한 사업을 벌여야 한다. 불탄 나무들을 벌목하고, 싹쓸이 벌목된 민둥산에 산사태를 막는다며 사방댐을 쌓아야 하고, 벌거숭이가 된 산에 나무를 심어야 한다. 나무를 심은 뒤엔 자생하는 참나무들을 계속 베어내는 숲가꾸기 사업을 해야 한다. 결국 자연복원을 하면 들어가지 않을 수천억 원의 예산이 필요한 것이다.
산림청이 벌이는 산불 피해 복구 사업이 타당한지는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 산불 피해지 복구라는 미명하에 수천억 원의 예산이 쏟아져 내려오고, 그 덕에 산림조합과 벌목과 조림업자들이 풍요로움을 누린다.

▲임도 사방댐 공사를 OO산림조합이 맡아 공사를 하고 있다.
최병성
산림청은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긴급벌채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산불 피해지를 아무리 둘러봐도 산사태를 막기 위해 532억 원을 퍼부어 긴급벌채 할 곳을 찾기 어려웠다. 민가 주변 산이 높지 않고 경사가 완만하기 때문이다. 민가 주변엔 참나무들이 산불을 막아주어 주민들의 산불 피해를 줄여 주었다. 산림청이 산불 피해목을 벌목하면 오히려 산사태 위험이 더 커져 주민들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게 된다.
▲민가 주변은 산림 경사가 완만하여 긴급벌채할 곳을 찾기 어렵다. 오히려 긴급벌채를 하면 산사태 위험이 더 높아진다. 산림청은 왜 532억원을 들여 긴급벌목을 추진하는 것일까?
최병성
강원대학교 정연숙 교수는 <동해안 산불지역 생태계 변화 및 복원 기법 연구>(2002.22)에서 산사태 위험을 가중시키는 산림청의 긴급벌채와 인공조림의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산불 피해목과 움싹 등을 제거하고 기계를 이용하는 인공조림 방식은 심각하게 토양을 침식시키고 영양소를 세탈하는 등 서식지 기반을 위해하여 인공조림의 가장 심각한 폐해가 되고 있다. 인공조림지 또는 조림하기 위해 벌목한 곳은 자연복원지보다 더 심각하게 산사태가 발생한 것을 현지에서 관찰하였다. 인공조림지는 토양침식과 영양소 세탈 등 초기에 서식지 교란이 심각하며, 장기적으로도 산불에 취약하여 안정성이 낮다
서울시립대 이경재 교수도 <산불로 인해 파괴된 동해안 지역 생태계복원>(2000년 6월 자연보존 110호)에서 '최소한 면적으로 골라 소나무를 식재하여 용재림 생산지역으로 삼고, 나머지 지역은 자연복원이 되도록 존치시켜야 한다'며 '이제 우리 인간은 자연 스스로가 치유하도록 앞에서 도와주는 역할밖에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532억 원의 긴급 벌채비용과 사방댐 공사 등 4170억 원이 넘는 산불 피해 복구비용이 왜 필요한지 국민들에게 설명해야 한다. 불 탄 숲을 그냥 두면 산불에 강한 건강한 숲이 된다. 많은 예산을 써가며 산불에 잘 타는 숲으로 만드는 잘못을 더 이상 반복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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