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으로 오염된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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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클럽
로마클럽은 이탈리아 기업가인 아우렐리오 페체이(Aurelio Peccei)와 OECD의 스코틀랜드 과학 책임자인 알렉산더 킹(Alexander King)이 1970년 3월 설립한 민간단체로 세계 25개국의 과학자, 경제학자, 교육자, 경영자가 참여했다. 창립 이전인 1968년 4월 이탈리아 로마에서 전 세계 10개 국의 과학자, 교육자, 경제학자, 인본주의자, 기업가, 공무원 등 36명이 모여 환경 오염에 관한 연구의 시급함을 논의하는 첫 회의를 열었다. 이 모임이 비공식적인 로마클럽의 출발이다.[10]
1960년대 말부터 환경 오염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되고 1970년 4월 미국에서 '지구의 날' 행사가 처음 열리는 등 세계적으로 환경 문제와 그에 대한 대응이 필요한 시기였다. 로마클럽은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일련의 모임을 거쳐 1970년 3월에 출범하였다. 현재 로마클럽은 35개국의 국가협회와 100여 명의 정회원이 활동하고 주로 미래예측에 관한 연구를 한다.[11]
로마클럽은 창립 직후인 1970년 8월 '인류가 직면한 곤경'이라는 복잡한 문제를 탐구하기 위해 야심찬 '인류의 위기에 관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빈곤, 환경 악화, 고용 불안정, 무분별한 도시 개발, 젊은이들의 소외, 전통적 가치 거부, 인플레이션과 통화 및 경제 혼란 등의 문제가 인류가 직면한 곤경에 포함됐다. [12]
로마클럽은 '인류의 위기에 관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미국 MIT '시스템 다이내믹스 그룹'에 경제성장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를 의뢰했다. 1970년 8월 데니스 메도스(Dennis Meadows) 교수가 이끄는 젊은 과학자 17명으로 구성된 MIT 연구팀은 인구 증가의 물리적 한계와 그것이 야기하는 상황을 시뮬레이션하기 위해 전 세계 수준의 총체적이고 통합적인 연구에 착수했다. [13]
메도스 교수 팀은 이에 앞서 MIT의 컴퓨터 및 시스템 공학자인 제이 포레스터(Jay Forrester) 교수가 제안한 컴퓨터 시뮬레이션 모델인 월드2(World 2) 모델[14]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한 월드3(World 3)를 개발했다. 월드3는 연구의 핵심적 역할을 한 글로벌 컴퓨터 시뮬레이션 모델로서, 1972년부터 2100년까지의 시뮬레이션 결과를 산출하고 분석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15].[16]
<성장의 한계>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설정하고 이 시나리오에서 설정한 조건에 따라 변화해 나갈 때 세계시스템은 어떤 상태에 도달할 것인가를 분석하였다. 시나리오에 따른 분석결과가 바람직하다면, 그 시나리오는 그러한 상태를 추구하기 위한 전략적, 정책적 방향으로 해석할 수 있다.[17]
<성장의 한계>에서 분석한 시나리오는 중요한 동인으로 6가지-인구, 환경오염, 자원활용, 투자자본, 노동력, 식량-를 두고 총 12개의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18] 메도스 팀은 1971년 캐나다 오타와를 시작으로, 러시아 모스크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세 차례 회합해 연구결과를 검토했고 1972년 3월 책으로 정식 출간했다.

▲성장의 한계의 표준(Standard, Business as Uusual) 시나리오의 미래 예측 그래프
성장의한계
<성장의 한계>의 예측
그렇다면 <성장의 한계>가 제시한 모든 시나리오는 인류가 직면한 위기에 대해 어떠한 전망을 내놓았을까.
12개 시나리오 중 가장 표준적인 조건 즉, 1970년대 당시의 물리적, 경제적, 사회적 관계에서 큰 변화없이(BAU: Business As Usual, 1900년부터 1970년까지의 추세 대로) 성장이 이루어질 것을 가정했을 때 2100년까지의 예측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인구의 급속한 증가에 맞물려 자원이 더 빠른 속도로 감소한다. 식량, 산업산출물은 증가하다가 인구 증가의 정점 도달 시점 이전에 하락세로 돌아서 급감한다. 환경오염 또한 급증하지만 식량과 산업산출물의 타임래그(timelag, 경제 활동에 어떤 자극이 주어졌을 때 이에 대한 반응이 나타나기까지의 시간적 지체)로 정점이 두 변수보다 늦게, 인구보다는 빠르게 도달한다.
모두 정점을 거친 다음엔 자원이 급속도로 소진되고 오염 또한 최저치에 도달하며, 식량과 산업산출물은 하락세를 멈추고 어느 정도 수준을 유지하지만, 2100년엔 여전히 인구보다 아래이다. 식량과 의료서비스 부족으로 사망률은 U자로 올라간다.[19]
이 표준 시나리오는 2008년 호주 연방과학기술연구원(CSIRO)의 그레이엄 터너(Graham turner)가 실제 데이터와 비교 분석을 한 결과 당시 예측이 틀리지 않았음이 실증되었다. [20]

▲개선 정책을 1975년에 시행한 예측 시나리오
성장의한계
또 다른 두 개의 시나리오는 첫 번째 시나리오와 동일 조건일 때, 개선 정책을 1975년에 실행한 시나리오와 2000년에 실행한 시나리오를 비교했다. 개선 정책은 인구 안정화 정책(출생률과 사망률을 같게 하여 인구를 100% 수준에 머물게 하는 것)과 바람직한 가족의 평균 자녀수는 2명으로 하는 것이다. 또한 경제시스템에서는 1인당 평균 산업산출물을 거의 1975년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노력하면서 넘치는 산업생산능력은 감가상각 이상의 산업자본 투자에 쓰지 말고 단순 소비재 생산을 위해 사용하도록 권고했다.
두 시나리오를 요약하면, 개선 정책이 1975년에 실행되었다고 가정하고 2100년을 예측하면 식량과 산업산출물이 증가세를 유지하고 자원 감소세를 어느 수준으로 막아 내는 가운데 인구를 그 범위 안에서 통제하면서 환경오염을 줄여갈 수 있다. 반면 30년을 지연시켜 2000년에 개선 정책을 실행한다면 'BAU' 시나리오보다 덜 하지만 자원과 식량 산업산출물이 인구를 감당하지 못하는 형국이고 환경오염 수준 또한 여전히 높아 재앙에 가까운 상황이 펼쳐지게 된다." [21]

▲개선 정책을 2000년에 시행한 예측 시나리오
성장의한계
<성장의 한계>의 결론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 번째, 현재(1970년)와 같은 추세로 세계인구증가, 산업화, 환경오염, 식량생산, 자원 약탈이 계속된다면 지구는 향후 100년 안에 한계에 도달할 것이며, 그 결과로 갑작스럽고 통제가 불가능할 정도로 인구가 감소하고 산업 능력이 급락할 것이다.
두 번째, 이러한 성장의 추세를 바꾼다면 먼 미래에도 지속가능한 생태적이고 경제적인 안정 상태로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다시 말해, 개인의 물질적 욕구와 잠재력을 실현하고 동등한 기회를 누릴 수 있는 전 지구적 평형상태를 설계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인류가 앞서 말한 전지구적 평형상태를 갈망한다면 한시라도 빠른 시간 내에 개선 정책을 시작해야 하고 그렇게 한다면 성공할 가능성이 더 커질 것이다. [22] [23]
<성장의 한계>에 대한 의견
<성장의 한계>가 1972년 출판되었을 때 당시 신문의 헤드라인에는 "컴퓨터가 미래를 내다보고 전율을 일으켰다. 2100년까지의 재앙을 내다보는 연구, 과학자들은 세계의 파국을 경고한다"라는 문구가 적혔고, 의회와 과학계에서 논쟁을 일으켰다.[24]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많은 산업가, 정치가, 제3세계 옹호자들과 함께 인구증가와 물질적 소비를 의도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제안에 분노했다.[25]
그러나 미국의 에너지산업 전문투자은행인 '시몬스 앤 컴퍼니 인터내셔널(Simmons & company int'l)의 최고경영자(CEO)이자 에너지 경제학자인 매튜 시몬스(Mattew R. Simmos)는 책 출간 후 30년이 지난 2000년 보고서에서 "로마클럽이 예견한 석유 고갈의 시대가 아직 다가오지 않았지만 1972년부터 30년의 2배가 되는 2030년이 되면 중요한 자원은 없어질 것"이라고 경고하며, "<성장의 한계> '월드3' 모델 예측 시스템은 여전히 유효하다"라고 말했다.[26]

▲넘쳐나는 쓰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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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의 한계> 월드3 모델 예측 프로젝트에 참여한 미래학자인 조엘 바커(Joel Barker)는 세계미래전문가협회(APF, The Association of Professional Futurists)의 2018년 특집호에서 "행동하기를 오랫동안 미루면서 우리는 우리에게 큰 영향을 줄 정말 큰 변화에 눈감았다. 지금 당장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지구용량의 한계에 다다라 붕괴할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이다"라며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한계를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27]
우리나라도 <성장의 한계>의 영향을 받아 2012년 '한국판 성장의 한계' 모델을 개발한 적이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2010년부터 입법 정책 수요 예측 모형 개발이라는 과제를 수행하면서 자체적으로 예측 모형을 개발해 왔고, 1975년부터 2100년까지의 우리나라 인구와 인구 부양을 위한 에너지, 주택, 식량 등의 동태적 변화 예측을 위한 모델을 2012년에 개발하였는데 <성장의 한계> 모델과 동일한 방법론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미래 예측보다는 거시적 흐름을 보기 위한 수학적 모형이라고 볼 수 있다.[28]
<성장의 한계> 50주년, 앞으로 50년 후는?
<성장의 한계> 저자들은 2004년에 발간한 <성장의 한계: 30주년 개정판>(The Limit to Growth: 30 year updated) 발간사에서 "월드3의 시나리오가 30년이 지난 후 놀라울 정도로 정확한 것으로 밝혀졌다"라며 "결과적으로 1972년보다 세계의 미래가 더 암울해졌다. 지구 생태계에 도전하려고 헛된 논쟁을 하느라 30년을 낭비했다. 앞으로 우리에게는 또 다른 30년이 없다"라고 경고했다. [29] [30]
<성장의 한계>에서 나타난 실질적인 의미에 대해 여전히 지속적이고 뜨거운 논쟁이 이루어지고 있다. 환경과학자는 성장의 정점이 지난 이후의 한계에 대해서 끊임없이 경고하지만, 여전히 많은 정치인과 기업인, 경제학자는 기술 혁신과 자원 대체 덕분에 실질적으로 성장이 제한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31]
과학기술이 지구온난화를 해결한다고 믿는 에코모더니스트(Eco-modernist)는 "과학기술은 환경파괴를 막기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유일한 해결책이다"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도시화를 가속해 인간을 자연과 분리(decoupling)하고, 원자력발전을 통해 자원사용을 줄이고, 대규모 기업적 농업과 유전자 변형 농산물(GMO) 작물 연구를 통해 농지 면적을 줄이자는 새로운 관점을 '한계'의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여기에는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버턴 릭터(Burton Richter), 스티븐 핑커(Steven Pinker) 등 저명한 과학자들이 관여하고 있다.[32]
지구가 하나의 유기체로서 인류를 제거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는 가이아 이론은 반대 입장이다. 가이아 이론과 같은 맥락의 저술 혹은 영화에서는 지구의 '인류 청소'를 보여준다.
▲우리는 성장의 한계와 지구시스템의 붕괴가 진실에 가깝다는 것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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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는 컴퓨터와 월드3 모델을 통해 2100년의 미래 시뮬레이션을 쉽게 실행해 볼 수 있다.[33] 사실 컴퓨터 모델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성장의 한계와 지구시스템의 붕괴가 진실에 가깝다는 것을 알고 있다.
<성장의 한계>가 나왔던 1972년, 우리에게는 성장의 한계와 붕괴 위기에 처해 있는 지구시스템을 위해 행동에 나설 수 있는 시간이 지금보다 50년이 더 많았지만, 50년을 흘려보낸 지금은 그때보다 적은 시간이 남아있음이 자명하다. 앞으로 50년 후에는 인류에게 시간이 얼마 남아있을까. 어쩌면 그때 가서는 남은 시간이 없는 건 아닐까.
글: 안치용 ESG코리아 철학대표, 김민주 바람저널리스트, 이윤진 ESG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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