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린천 휴게소 조감도. 내린천 휴게소는 대한민국 최초의 상공형 휴게소이다.
한국도로공사
내린천 휴게소 기피하는 버스기사들
내린천 휴게소는 2017년 개통한 동홍천-양양 구간에 있다. 한국도로공사가 설계공모를 거쳐 건설한 휴게소로 대한민국 최초의 상공형 휴게소이며, 지상에 있는 건물이 양양 방향 도로 위에 'A'자 형태로 떠있다.
상행선과 하행선에서 모두 이용 가능한 양방향 휴게소로 4층 전망 카페를 통해 내린천을 조망할 수 있으며, 국내 최장 터널(11km)인 인제-양양 터널의 건설 과정을 소개한 전시관, 백두대간 홍보관, 푸드코트, 즉석매장 등을 갖추고 있다. 야외에는 백두대간 생태습지공원이 조성되어 있는데 관리가 안되고 있다. 적자로 인해 최소한의 인력만으로 운영하기 때문이다.
소노호텔앤리조트가 내린천 휴게소 운영을 포기한 이유를 밝힌 적은 없다. 다만 여러가지 정보를 바탕으로 아래와 같이 원인을 살펴볼 수 있다.
◇ 운영할수록 적자 =
한때 고속도로 휴게소를 보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들 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전부 옛말"이다. 가장 큰 이유는 낮은 사업성이다. 폭리에 가까운 도로공사 임대수수료, 늘어난 인건비, 관리비 등 최근 10여 년 동안 비용 항목은 엄청나게 늘었지만 매출은 제자리다. 게다가 코로나19로 매출마저 10년 전으로 후퇴한 상태다.
특히 내린천 휴게소처럼 한 건물에 상행선과 하행선 매장을 모두 갖추고 있는 휴게소는 한 방향 휴게소보다 더 많은 임대료를 내게 되어 있다. 도로공사 수수료율 체계가 은행의 복리이자와 같이 누진수수료율 체계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 휴게소 설계 문제 = 휴게소 설계 문제를 말하지 않을 수 없는데, 내린천 휴게소는 한 마디로 사진 찍기 좋은 휴게소다. 영업 면적보다 영업 외 면적이 더 많다. 영업 면적에서 번 돈으로 그 큰 영업 외 면적을 관리해야 한다. 전시관, 홍보관, 습지공원, 안내소, 화장실, 야외전망대 등 여기가 휴게소인지 박물관인지 구분이 안될 지경이다.
게다가 '물 한번 손에 묻혀보지 않는 사람이 음식점 하겠다'는 것처럼 영업에 대한 고려 없이 건물을 만들었다. 양양 방향 주차장에 내린 고객은 1층에서 4층까지 올라가야 식사를 할 수 있다. 건강한 사람이야 그러려니 하겠지만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이나 거동이 불편한 노약자를 동반한다면 어떨까? 버스기사들도 내린천 휴게소에 들르기를 꺼리는데 휴게소 건물이 너무 복잡해서 고객이 제시간에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고객 동선, 영업 준비시설, 면적 배분, 매장의 연속성, 어떤 매장이 외부에 있어야 한다는 등의 특성은 고려되지 않았다. 고객과 휴게소 근무자들은 그저 만들어진 시설에서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 인테리어 제안 입찰의 문제 = 2017년 내린천 휴게소 입찰 당시 도로공사는 이전과 달리 인테리어 제안 입찰로 진행하였다. '인테리어 제안 입찰'이란 휴게소를 운영할 자격을 갖춘 회사로 1차 후보군을 거른 후 별도로 인테리어 투자 제안을 받아 운영사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당시 인테리어 투자 금액은 90억 정도로 알려졌다. 작은 규모의 휴게소 하나를 지을 만큼 큰돈이다.
소노호텔앤리조트는 계약 종료 시점에 이 투자비를 돌려받기를 원할 것이고 아마도 도로공사는 이 비용을 새로 들어올 업체에 떠넘길 것이다. 하지만 새로 낙찰받은 업체가 이 비용을 납부할 수 있을까? 금액도 크지만 앞으로 5년, 10년 지나면 모두 감가상각되어 사라질 비용이다. 게다가 다른 임대 휴게소 입찰에는 없는 항목이다.
휴게소의 부지와 건물은 도로공사 소유인데, 왜 이 많은 인테리어 비용을 입찰참가업체가 부담하게 되었을까? 지금처럼 휴게소가 늘 적자인 상태에서 이 많은 비용을 휴게소에 떠넘긴다면 더 비싼 가격과 더 나쁜 음식으로 고객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휴게소 음식과 서비스에 대한 불만에 늘 도로공사가 원인으로 지목되는 이유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좋은 휴게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