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는 일반 시민들이 개별 데이터를 생성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대 플랫폼 기업은 일반 시민들의 데이터를 활용해 생성한 부를 독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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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식, 특허, 제약
데이비드 볼리어를 비롯한 많은 공유지(commons) 이론가와 활동가들이 지적하듯이, 지식에 기반한 가치 생산 역시 상당 부분이 공공의 재원으로 이뤄진다. 생의학 분야, 의약품 개발, 공학 분야의 기술 특허 등의 주된 부분은 공공 자금의 연구비 지원을 통해서 그 가치가 생성된다. 예를 들어 의약품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혁신은 국민의 세금으로 추진되어 왔다.
그러나 특허는 기업과 대학이 소유한다. 그 의약품은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그로 인해 발생한 이익은 주로 기업과 주주들에게 귀속된다. 국민들에게는 극히 일부만이 판매 이익에 대한 세금으로 환수될 뿐이다.
지식에 기반한 부의 창출은 특정 분야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노벨 경제학 수상자인 허버트 사이먼이 일찍이 주장했던 것처럼 모든 소득의 90%는 이전 세대에 의해서 축적된 지식의 외부효과로 발생한다. 세상의 공유부(common wealth)는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고 상당히 많은 연구들이 이미 축적되어 있다.
공유부는 모두의 몫
'생산의 공공성, 독점적이고 비대칭적 사적 소유'. 현 사회가 누리는 부의 특징이다. 생산과 부의 사회적 성격이 강하고, 개인의 기여뿐만 아니라 공동의 기여로 부가 생산되는데, 그 부의 상당 부분이 일부 소유자에게 독점적으로 분배되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해당 사회가 공동으로 생산한 부를 모두에게 지급하는 분배 방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모두가 공동으로 창출하는 데 기여했거나, 천연자원 또는 생태환경처럼 인류가 공동으로 물려받았거나, 얼마나 기여했는지 측정할 수 없는 부를 모두가 함께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분배 시스템을 찾을 필요가 있다.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는 정관에서 기본소득을 "공유부에 대한 모든 사회구성원의 권리에 기초한 몫으로서 모두에게, 무조건적으로, 개별적으로, 정기적으로, 현금으로 지급되는 소득"으로 정의한다. 또한 기본소득의 목적을 "모든 사회구성원의 자유와 참여를 실질적이고 평등하게 보장"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공유부(common wealth)란, 사회가 생산한 부 중에서 성과의 원리에 따라 특정 주체의 몫으로 배타적으로 귀속시킬 수 없는 몫, 다시 말해 모두의 몫을 말한다. 기본소득은 그 정당성과 원천을 공유부에서 찾는다.
공유부는 자연적 공유부와 인공적 공유부로 나눌 수 있다. 자연적 공유부는 인류 모두의 것인 자연적 기초에서 나온 생산물이며, 인공적 공유부는 누가 얼마만큼 기여했는지를 측정할 수 없고 따라서 특정인의 성과로 귀속할 수 없는 생산물이다. 이는 역사적, 사회적 효과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모두가 함께 기여하고 함께 물려받은 공유부를 소수가 독점하는 현재의 구조를 변화시키고 모두가 그 부를 함께 향유할 수 있으려면, 모두에게 무조건적으로 개별적으로 동등하게 분배하는 기본소득이 가장 정의로운 방식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사회의 모든 공유부를 기본소득으로 전액 배당하자는 말이 아니다. 적어도 공유부의 일부는 노동과 연계하지 말고, 빈곤해지기 전에 지급하는 기본소득 방식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의 몫이므로.
기존에는 구제를 위한 조건을 충족시키고, 실제로 사회적 위험에 빠져 피해를 본 사람들이 그 조건과 피해를 입증해야만 사후적으로 일부 구제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젠 다른 방식의 분배가 필요하다. 사람들은 위험에 봉착하기 전에 각자의 삶을 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 사후적인 보상이 아니라 현재 그리고 사전에 적절한 소득이 있어야 자신이 원하는 삶의 방식을 선택하고 구체적 결정을 내리는 방식으로 개인의 실질적 자유를 실현할 수 있다.
인류가 공동으로 물려받았고 공동으로 생산한 부를 일부에게 독점적으로 귀속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모두가 조건 없이 누릴 수 있는 기본소득을 도입해보자. 그래서 시민들이 비루한 방식의 노동은 거부하고 삶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혹은 진정으로 원하는 활동과 노동, 여가 등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보자.
피터 반스는 저서 <모두를 위한 시민배당>에서 "각각의 모델을 생각하다 보면 세부사항들 사이에서 길을 잃기 십상이다.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은 모델 각각의 특징이 아니라 그 기본을 이루는 철학적, 정치적 선택에 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시대를 눈앞에 두고 기본으로 돌아가 보자. 우리 모두의 공유부를 현재의 구조대로 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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